[건강한 삶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삽시다) 프로젝트 - 1부 나트륨](20) 대충 사먹는 2030, 나트륨 과다섭취 그룹으로

김성모 기자 2013. 4. 9.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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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族 '소금범벅 한끼'.. 컵라면에 김밥 한줄이면 1日권장량의 1.6배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56㎡·17평)에 사는 2년차 직장인 김민석(29·가명)씨는 5일 저녁 8시쯤 퇴근길에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편의점에 들렀다.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서다. 즉석식품이 건강엔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밥·반찬을 남자 혼자 만들어 먹기엔 품이 많이 들어 거의 매일 편의점에 간다고 했다.

이날 김씨의 저녁 밥상엔 햇반(나트륨 함량 20㎎), 즉석 미역국 1인분(910㎎), 배추김치 50g(312㎎), 즉석 떡볶이(830㎎), 고추참치 1캔(600㎎), 조미김(80㎎)이 등장했다. 나름 3첩 반상 흉내를 냈지만 이날 김씨가 저녁으로 먹은 식단의 나트륨 함량은 2752㎎까지 치솟았다. 세계보건기구(WHO) 나트륨 섭취 권장량(2000㎎ 이하)을 한 끼에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밤에 친구 한 명을 만나 양념 치킨 한 마리를 나눠 먹고(반 마리 1658㎎) 맥주 500㏄ 2잔(50㎎)을 마시니 나트륨 섭취량은 저녁 시간에만 4460㎎으로 늘었다.

홀로 사는 20·30대 젊은 세대 싱글족(族)들이 '편의점 정찬'을 애호하면서 나트륨 과다 섭취 그룹이 돼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3.9%를 차지한다. 네 명 중 한 명은 홀로 사는 시대다. 통상 고령 계층이 나이 들어 미각을 상실해 짜게 먹게 되는데 '대충 사먹는' 싱글족과 짠맛의 즉석식품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나트륨 과다 섭취 그룹으로 등장한 것이다.

◇싱글족(族) 20명의 하루 식단 설문조사해 보니

본지는 홀로 사는 20·30대 대학생·직장인 등 20명의 하루 식단을 긴급 설문조사했다. 지난 2일 하루 동안 먹은 모든 음식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소비자시민모임 등이 조사한 음식별 나트륨 함유량을 참조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싱글족 20명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4480㎎에 이르렀다. WHO 나트륨 섭취 권장량의 2.2배에 이르는 수치다. 싱글족 가운데에서는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20명 중 9명) 한 번 식사할 때 그만큼 짭짤한 음식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메뉴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냉동식품, 인스턴트식품들이었다. 설문조사를 한 20명 가운데 9명이 하루 동안 편의점 음식을 한 끼 이상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저녁 식사를 직접 해먹은 20·30대는 20명 가운데 단 1명이었다. 나머지는 전 끼니를 외식이나 편의점 식품 등으로 해결했다.

◇인스턴트 음식, 나트륨 과다 주범

싱글족들이 즐겨 찾는 메뉴에는 나트륨이 듬뿍 들어 있었다. 양념 돈가스가 들어 있는 편의점 삼각김밥은 나트륨 함량이 365㎎이었고 고추장불고기·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도 나트륨이 개당 282~343㎎ 정도 들어 있다. 햄이 든 김밥 한 줄엔 1491㎎ 정도 나트륨이 포함돼 있다.

삼각김밥과 함께 즐겨 먹는 컵라면은 나트륨 섭취를 크게 높인다. 작은 용량 컵라면 하나(농심 새우탕 기준)엔 나트륨이 1230㎎ 정도 들어 있다. 큰 용량 컵라면(농심 너구리)엔 나트륨이 1750㎎ 들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 떡볶이는 1인분에 830㎎ 정도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김밥과 컵라면, 떡볶이를 한 끼 식사에 모두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3500㎎을 넘는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작년 백화점·도시락전문점·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조사하자 제품에 따라 도시락 한 개에 845~2294㎎의 나트륨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의 나트륨 함량도 위험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프라이드 치킨은 1마리당 나트륨이 평균 2624㎎ 들어 있었고, 양념 치킨은 나트륨이 평균 3315㎎에 이르렀다.

부실한 식사를 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배고플 때 본인이 평소 좋아하던 자극적인 음식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다시 나트륨 섭취를 늘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강백원 영양안전정책과장은 "배가 고플 때 더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들에 군침이 돌기 마련"이라며 "이런 짭짤한 맛의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지면 나이가 들어 가정을 이룬 뒤에도 짠맛에 길든 입맛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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