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교과서로 수업 받으면 당신의 자녀는 바보가 된다

이성원기자 2013. 4. 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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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김세나 옮김북로드 발행·416쪽·1만8,000원

컴퓨터ㆍ스마트폰 때문에 기억력이 나빠지고, 내비게이션 때문에 몸의 방향감각이 상실되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다. 우린 이를 '디지털 치매'라 부르며 가볍게 치부하지만 현대 뇌과학의 연구 결과 디지털 기기에 너무 많이 노출될 경우 뇌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실제 치매 만큼이나 무서운 해악이다.

<디지털 치매>의 저자인 독일의 저명한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특히 디지털 교육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뇌를 망가뜨리고 있음을 경계한다. 그는 "나도 자식이 있는 부모이고, 20년 후에 '아빠, 아빠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아무것도 안하셨어요?' 라는 자식들의 원망을 듣고 싶지 않아서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저자는 방대한 분량의 연구결과와 자료를 들어 디지털 기기를 멀리해야 하는 이유를 공고히 한다. 우리의 뇌는 마치 근육과 같이 기능한다. 근육은 사용하면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한다. 뇌의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부인 시냅스도 부하를 받으면 두꺼워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수축돼 결국 사멸하고 만다. 학습을 하면 시냅스의 능력은 증대되고 그렇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이야기다.

디지털미디어와 인터넷은 정보를 피상적으로 다루게 하고, 뇌에서는 보다 적은 수의 시냅스만 활성화해 되레 학습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의 수업용 노트북과 스마트보드는 실제 학습은 물론 뇌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또 인터넷 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회적 행동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것을 경계한다.

인터넷 사용은 기억력 약화와 실제 정보검색 능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인터넷 중독까지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일종의 마약을 투여하는 것과 같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는 특히 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 사용률이 가장 높은 한국을 예로 들어 '2010년에 이미 학생들 12%가 인터넷에 중독됐다. 한국에서 '디지털 치매'란 표현이 나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 치매는 정신활동을 이용하고 제어하는 능력을 퇴보시키고 그러한 통제력 상실은 정신적, 신체적 몰락과 함께 사회적 퇴보와 고립, 스트레스, 우울증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저자가 인용한 학습용 컴퓨터를 영화에 비유한 글이 재미있다. "우리는 이 영화를 사랑했다. 한 시간 동안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 영화를 사랑했다. 한 시간 동안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이 영화를 사랑했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기술적으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저자는 현대 뇌 연구 결과 뇌에 가장 좋은 운동은 가벼운 조깅이란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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