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열전](4)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교수

박효순 기자 2013. 3. 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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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보존 로봇수술 국내 최다 '독보적'

서울성모병원 자궁근종센터장인 김미란 교수(48·산부인과)를 만난 지난 19일은 그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세계생식의학회에서 '로봇을 이용한 자궁근종절제술'을 발표하고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럼에도 낭랑한 목소리, 구체적이고도 직설적인 설명, 친밀감을 주는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입원부장'이라는 이색 보직을 맡고 있다. 다른 병원에는 거의 없는 보직이다. 병동 배치와 병실 운영 등을 둘러싸고 각 진료과 및 행정부서와의 사이에 조정자 역할을 하는 자리다.

소통력, 섬세함, 친화력 등 여의사로서의 장점에 적극적인 성격과 부지런함을 겸비한 그를 병원 측이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다.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 수술 치료의 권위자다. 지난 19일 오전 김 교수가 병실 회진을 돌고 있다. | 홍도은 기자

현재 국내 주요 대학병원의 산부인과는 출산과 관련된 산과보다 종양 등 수술이 필요한 부인과 파트에 종사하는 여교수가 드물다. 수련의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교수가 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도 마찬가지로, 김 교수가 병원의 수술방을 처음 사용한 여교수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1989년 의사가 됐고 1994년 전문의를 취득, 환자들과 동고동락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40대 후반, 수술을 하는 의사로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다.

"전공의 때는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시는 교수님이 많으셨어요. 당연히 남자가 낫다는 식이었죠. 보다 열심히, 완벽하게 일을 하려고 두배 세배 노력해도 많이 인정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전문의를 딴 후 제일병원에 갔다가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어디서든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한 것이 여의사이지만 인정을 받게 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을 옮겨다니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남모르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쌓은 다양한 경험과 인내는 외국 유학생활이나 해외 연수,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자궁근종센터장이 외래진료실에서 진단 결과 및 수술의 예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서울성모병원 제공.

김 교수의 의사 꿈은 어린 시절 잉태됐다. 부친이 화학교사(강진여중 교장으로 정년퇴임)로 근무하던 전남여고 화학실험실에서 원소들의 모형을 가지고 만들기를 하면서 놀았다. 부친을 닮아서인지 화학에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대입 학력고사에서 화학뿐 아니라 물리, 생물, 지구과학 등도 만점을 맞았다. 딸만 다섯인 딸부잣집에서 민주적인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다. 병원에서 간호과장으로 일하던 모친은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자녀들을 뒷바라지했다.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연습장 1000장을 사서 포장해 '아프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써 선물하신 날, 훌륭한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양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사가 된 것을 단 한순간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의대는 가톨릭 신자인 부모님의 뜻을 따라 다른 데 안 가고 가톨릭대에 진학했습니다."

학생 때나 인턴 초기에는 내과에 관심이 많았고 내과를 하려고 했는데 10월에 산부인과를 돌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여의사에 대해 신뢰와 친근감을 갖는 것에 의해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산부인과는 내과와 외과가 접목된 매우 역동적인 분야라는 점에도 이끌렸다.

특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함께하는 보람과 기쁨이 컸다. '평생 여의사로서 여성건강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이 깊어져 전공과목을 산부인과로 급선회했다, 인턴 성적이 병원에서 1등이었고, 1등을 하는 바람에 더욱더 사명감에 불타게 되었다고 한다.

자궁근종 로봇수술의 권위자인 김미란 교수가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서울성모병원 제공

김 교수는 자신의 진료분야인 자궁질환이 늘어나고, 너무 커진 후에 진단을 받아 자궁이나 난소를 상실하는 경우까지 생기는 것을 매우 걱정했다. 여성이 늦게 결혼하고 임신이나 수유(授乳)를 안 하면 여성호르몬에 계속 장기간 노출되어 자궁근종, 내막증, 난소 질환 등이 많이 생긴다. 암도 이들을 피해 가지 않는다. 보통 자궁은 가로 5㎝, 세로 7~8㎝, 두께 2.5㎝ 정도의 크기인데, 여기에 10㎝가 넘는 근종(종양)이 생기면 불임의 원인이 된다. 적어도 20대가 되면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한번 받을 필요가 있다.

"미혼이나 출산이 필요한 여성 환자는 가능하면 자궁을 살리고, 수술 후 자궁성형 등 재건에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수술 환자들이 임신을 하고 아기가 태어나 예쁜 손으로 제 손가락을 꼬옥 잡으면 생명의 경외감과 의사로서의 희열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요즘은 로봇수술을 통해 자궁근종에 대한 세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죠. 비용이 비싼 것만 빼면 정말 훌륭합니다. 근종의 위치나 크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 적용이 어려워 개복수술이 불가피할 때 로봇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환자 진료와 수술, 병원 보직 등으로 동분서주하던 김 교수에게 건강상의 중대 위기가 찾아왔다.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건강한 체질이었지만 건강관리에 소홀하고 너무 무리를 했던 탓일까.

언론사 기자인 남편이 워싱턴에 특파원으로 가게 되면서 자녀들도 같이 떠났다. 혼자 남아 '정말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2010년) 유방암이 찾아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술을 받았어요. 큰 슬픔에 빠졌고, 남편과 아이들이 너무 그리워 수술 후 일주일 만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미국으로 갔어요. 꼭 얼굴을 봐야 항암제 맞을 힘을 얻을 것 같았죠. 가족과 주변의 성원에 힘입어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무사히 이겨냈고, 현재는 호르몬 치료 중입니다."

암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환자 곁으로 돌아온 김 교수. 그의 신념은 "나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삶은 "학문적인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고 여성들의 건강한 삶을 돕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며 의대를 지망하는 여학생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의사는 성실해야 하고 남의 말을 잘 경청해야 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의사가 된다는 것은 편안하게 삶을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아픈 환자에게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19일 서초동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가 병원 라운지와 병동 곳곳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yang.com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의 전문분야는 생식내분비학이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낭종의 복강경 수술과 부인과의 선천성 기형에 대한 수술을 주로 한다. 복강경이 안되고 개복이 불가피한 자궁근종에 대한 '자궁보존 로봇수술'은 국내 최다 건수인 120여건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로봇수술 도입이 몇 년 안됐음을 감안할 때 가히 독보적 1인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 통산 5000건 이상의 부인과 수술을 했으며 연평균 외래환자가 7500~8000명, 수술은 연간 450여건에 달한다.

폐경, 갱년기장애, 골다공증 진료 환자도 상당하다. 국내외에서 150여편의 연구논문을 쓰고 200여차례 학술 발표를 했다. 대한폐경학회 학술대상을 받았고 북미폐경학회가 인정하는 폐경전문진료의 자격도 취득했다. 원내에서 산부인과 내분비분과장, 자궁근종센터장, 입원부장 등을 맡고 있다.

이병석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장(산부인과)은 "김미란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을 다하는 '눈높이 진료'로 높은 신망을 받는 전문의"라며 "여러 자궁질환에 있어 복강경 및 로봇수술을 통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등 수술을 잘하는 여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고 평했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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