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학계 현대사 교양서로 격돌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국사편찬위원회의 대한민국사(史) 편찬 사업이 일부 편찬위원을 겨냥한 좌편향 시비로 좌초한 가운데 주요 역사학회들이 한국 현대사 교양서를 잇달아 펴낸다.
보수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소개하는 교양서를 낼 예정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학계의 뜨거운 감자다. 보수-진보 학계는 2011년 중학교 역사교과서 개편 과정에서 촉발된 자유민주주의 논쟁으로 치열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진보 진영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과거 반공 이데올로기 시대 북한에 대한 체제 우위 선전 구호에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 진영은 자유민주주의가 해방 후 대한민국이 추구해온 가치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대한민국의 부강과 민주화를 이끌어왔다는 시각으로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한국현대사학회 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1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적어도 근현대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인류가 추구해온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막혀 있던 공산 체제가 붕괴하면서 현대사 관련 새로운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고 과거보다 좀 더 사실에 입각해 연구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면서 "기존의 역사학자들이 지나치게 왜곡된 시각으로 현대사를 해석해왔는데 새로운 사실들이 발굴된 만큼 현대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현대사 교양서 '대한민국을 만들다'(기파랑)를 펴낸 한국현대사학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서 발간도 검토 중이다.
진보 성향의 한국역사연구회는 대학 교재용 한국사 교양서를 준비 중이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시대별로 의미 있는 20개의 주제를 선정해 소개할 계획이다. 학회 소속 학자 10여 명이 분담해 책을 집필 중이다.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근현대사를 포함해 한국사의 기본 흐름, 생활사 등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회 소속 고동환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과거를 되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들은 현대사 교육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근현대사에선 제국주의 세력-식민 민주주의 세력, 민주주의 세력-파시스트 세력, 자본주의 세력-사회주의 세력 등 세 가지 대립이 있었는데 한국의 근현대는 고난 속에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하는 저력을 보여준 시대였다"고 평가했다.
한국근현대사학회는 학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한국근현대사 강의'(한울아카데미)를 발간했다. 기존에 펴낸 '한국근대사강의'(1997)와 '한국독립운동사강의'(1998)를 엮은 것으로, 현대사를 보강했다.
1부 '근대국가의 수립, 변혁과 저항'(개항이후-1910년), 2부 '일제 병탄과 항일투쟁 그리고 민중의 삶'(1910-1945), 3부 '격동의 분단시대, 통일을 향해 나아가다'(1945년 이후)로 구성된 이 책은 근현대사를 통사적으로 개괄하면서 각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를 주제별로 다루고 있다.
특히 현대사는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전체를 아울렀다.
집필에 참여한 박찬승 한양대 교수는 "한국 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한반도 전체를 시야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한반도 전체를 두고 현대사를 보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국현대사를 규정해온 제일 커다란 힘이 바로 '남북한의 분단'이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보수 성향의 원로, 중진 교수들은 한국 현대사를 보수적 시각에서 재조명한 '한국현대사'(세종연구원)를 최근 펴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40여 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을 이룩해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일부 세력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면서 "한국 현대사를 왜곡하는 이른바 수정주의 역사관은 마르크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필에 참여한 송복 명예교수는 5.16 쿠데타를 "정변이면서 혁명"이라고 평가했고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1987년의 민주화는 이승만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확립과 박정희에 의한 산업화의 결실"이라고 주장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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