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두부·콩나물 뺀다고?" 속타는 소비자들

이학선 2013. 3. 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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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못살리고 불편만 가중..중소협력사도 문닫을 판"
대형마트 위기감 고조 "서울시는 시작 불과"

[이데일리 이학선 장영은 경계영 기자] "조금 멀더라도 홈플러스를 자주 갔죠. 집 근처 500m 거리에 경창시장이 있지만 주차도 불편하고 배달도 안되고….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 평일 야간에 주로 장을 보는데 그 시간에 전통시장 문 연 곳도 별로 없어요. 이래저래 불편할 것 같네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공무원 차 모(38)씨는 서울시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판매품목 제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무원으로서 시의 조치를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역시 소비자인 이상 뻔히 불편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노원구 월계동에 거주하는 이 모(37)씨 집 근처에는 이마트와 롯데슈퍼,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슈퍼마켓이 영업하고 있다.

이 씨는 "가까운 전통시장이래야 지하철로 네댓 정거장을 가야있는 태능시장 정도"라며 "전통시장 찾기가 마트 찾기보다 더 어려운 마당에 소비자들의 불편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판매제한의 수혜는 결국 먼 곳에 있는 전통시장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개인 소유의 대형 슈퍼마켓이 입을 것"이라며 "그 슈퍼마켓 사장을 과연 중소 영세상인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진열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 소비자 불편 가중..협력사도 비상

서울시가 두부와 콩나물, 계란, 오이, 배추, 양파, 생태, 쇠고기 등 51개 품목을 대형마트와 SSM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장보기가 불편해질 뿐더러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목표했던 전통시장과 중소 영세상인 보호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전업주부 김 모(53)씨는 "계란이나 콩나물, 야채는 위생이나 유통기한, 원산지 표기 등의 문제로 웬만해선 전통시장에서 구입을 안한다"며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은데 전통시장을 살리려고 소비자들을 볼모로 잡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대형마트에 신선식품을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마트에 연간 10억원 가량의 콩나물을 납품하는 홍유근(55) 참농원 사장은 "서울시 조치는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홍 사장은 "우리같은 사람들은 여러 품목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콩나물이나 두부 한 품목만 생산해 마트에 납품한다"며 "여러 곳의 거래처를 두고 품목도 다양하게 취급하는 대기업들이야 해당품목을 접으면 그만이지만 우린 아예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제발 우리 같이 영세한데도 있다는 걸 알아달라"면서 "우리 회사의 경우 31명이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서울시는 판매품목 제한은 권고사항일뿐 강제로 이행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준형 서울시 상생협력팀장은 "대형마트와 SSM과 협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판매품목 제한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내달초 공청회를 열고 국회에 법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 그 결과에 따라 신규점포는 물론 기존 점포에서도 콩나물이나 두부, 계란, 야채 등 생필품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마트의 경우 전국 146개 매장에서 이들 51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에 달한다.

◇ 대형마트 반발..다른 지자체 확산 촉각

대형마트와 SSM업계는 "소비자 편의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달에 두번 강제휴무 조치를 했음에도 전통시장 매출이 늘지 않았다는 조사결과도 있지 않느냐"면서 "일방적인 규제가 답이 아니라는 건 서울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말 시설 현대화를 마친 전통시장 61곳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7%가 대형마트·SSM 영업일 규제 이후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횟수나 구매금액에 '변화 없다'고 답했다.

대형마트와 SSM업계는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마트 강제휴무도 전주에서 조례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대된 바 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서울시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영업하지 말란 얘기와 뭐가 다를게 있냐"고 푸념했다.

이학선 (naema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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