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98세 스타'의 기막힌 사기행각
노령연금·장수 수당 챙겨
연금복권 위조하다 덜미
[세계일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우리 나이로 98살이여. 욕심부리지 않고 알맞게 먹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건강혀. 송해 동생 88살이지?" 지난해 TV에 방영된 전국노래자랑(괴산군 편)에서 사회자 송해씨와 안모씨의 대화이다. TV에 출연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을 보여 금방 유명인사가 된 안씨의 진짜 나이는 60대로 드러났다.
안씨는 문서 위조 혐의로 교도소 신세를 진 뒤 신분세탁을 통해 나이를 38살이나 더 먹은 것으로 속여 노령연금과 장수수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수사경찰관마저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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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안씨(왼쪽)가 사회자 송해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KBS 화면 캡처 |
청주 흥덕경찰서는 5일 법원을 속여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받은 뒤 위조 범행을 저지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안씨를 구속했다. 주민등록상 안씨의 나이는 98세였다.
안씨가 신분 세탁 등을 통해 범행을 준비한 것은 2005년. 유가증권 위조죄로 징역 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안씨는 천애의 고아 행세를 하며 청주의 모 교회 목사에게 접근했다. 이때 자신의 나이를 91세라고 속였다.
안씨는 이 목사의 도움으로 2006년 6월 법원에서 성·본을 창설한 뒤 2009년 3월 새로운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받았다. 그의 위조 범행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그는 2009년 3월 청주시 상당구청에서 가공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신분이 탄로 나지 않도록 지문이 손상된 것처럼 속이기 위해 열 손가락 끝에 접착제를 칠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데 성공한 그는 이때부터 지난 1월까지 48개월간 총 2285만원의 기초 노령연금과 장수수당, 기초생계비를 지원받았다.
TV 인기프로그램인 노래자랑에 참가하고, 교양프로에도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대담하게 90대 노인 행세를 하며 지냈다.
치밀한 그의 범행은 지난해 12월 청주시내 복권 판매점 6곳에서 위조된 연금복권이 발견되면서 들통났다. 위조 복권 사건을 수사하던 흥덕경찰서는 TV 노래자랑과 교양프로에 출연했던 90대 노인이 위조 복권을 갖고 왔다는 제보를 입수, 신병 확보에 나서 1월 17일 안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안씨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주했고, 경찰은 지난달 28일 전북 완주군의 한 교회에 숨어 있던 안씨를 붙잡아 조사한 끝에 범행을 자백받았다. 조사과정에서 그의 위조된 '가짜 신분'도 탄로 났으며 장수인생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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