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 광개토대왕 재위 시절 건립"
[동아일보]
중국 지린 성 지안 시에서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 탁본. 이 비석이 광개토대왕 시기에 세워졌으며 고구려 고분인 천추총에 있던 비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고대사학회 제공 |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 마셴(麻線) 향 마셴 촌에서 발견된 고구려비의 건립 연도가 광개토대왕이 재위했던 408년 무신(戊申)년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국내 학계에서는 비석의 글씨가 마모돼 이 비석의 건립 연도를 고국양왕 시기인 무자(戊子·388년)년 또는 장수왕 시기인 무오(戊午·418년)년으로 추정해왔다. 이 판독에 따라 지안 고구려비가 414년 장수왕에 의해 세워진 기존 광개토대왕비보다 오래된 현존 최고(最古)의 고구려시대 비석인지가 가름될 상황이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글자 형태상으로는 여러 주장이 가능하지만 비문의 내용을 분석하면 광개토대왕 시기인 무신년에 건립된 비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22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고구려발해학회 학술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 교수의 발표문에 따르면 광개토대왕비에는 '조선왕(祖先王) 이래 묘에 석비를 세우지 않아 수묘인(守墓人·왕의 묘지관리인) 연호(煙戶·백성의 집·가구 단위로 해석)가 혼란을 일으켰다' '오직 광개토왕만이 조선왕 모두를 위해 묘에 비를 세우고 연호를 새겨 혼란을 일으키지 않게 했다'고 쓰여 있다. 즉, 광개토대왕이 처음으로 비를 세웠다는 말이다. 조 교수는 "광개토대왕은 당시 수묘 체계의 혼란을 걱정하여 수묘제를 개혁한 인물"이라며 "광개토대왕이 이러한 내용을 담아 지안 고구려비를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광개토대왕 재위 기간에 무□(戊□)년에 해당하는 시기는 무술(戊戌·398년)년 또는 무신(戊申·408년)년이다. 조 교수는 "무신년은 광개토대왕이 장수왕으로 등극할 아들 거연을 태자로 옹립한 해"라며 "태자 책봉이라는 국가적 중대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역대 왕들의 수묘제를 개혁하고 수묘인들의 이름을 비석에 새긴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공석구 한밭대 교수도 지안 고구려비가 광개토대왕 시기에 건립됐다고 추정하면서 "장수왕 때의 광개토대왕비와 비교할 때 지안 고구려비는 수묘제에 대한 국가의 명령과 처벌 규정이 세부적으로 정해지기 전의 상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학술회의의 종합토론에서는 지안 고구려비가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토론도 오갈 예정이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서영수 단국대 교수는 "비석의 진위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 있고 중국이 실물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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