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꽃다발 값으로.. 난치병 아이들 돕는 '기부 졸업식'
"앞으로 우리 공릉초등학교 졸업식엔 꽃다발이 없습니다. 대신 새 단계로 가는 여러분의 첫걸음에 기부를 알려주고 싶습니다"(이홍흠 교장).
지난 14일 오전 졸업식을 치른 서울시 노원구 공릉초등학교 졸업식장엔 꽃다발이 보이지 않았다. 70여명 졸업생이 꽃다발 대신 흰색 종이봉투를 들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날 공릉초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꽃다발 없는 졸업식'을 치렀다. 보통 2만∼3만원 하는 꽃다발 비용을 기부해, 같은 또래 희귀난치질환 아이들을 돕기로 한 것이다.
꽃다발 없는 졸업식을 기획한 건 공선희 교사다. 공 교사는 졸업식에서 단 하루 행사를 위해 낭비되는 꽃다발을 보고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아이들에게 졸업 선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법을 알려준 것 같아 기쁘다"며 "꽃다발이 있었을 때보다 환하고 따뜻한 졸업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꽃다발 없는 졸업식을 지지했다. 공릉초교는 졸업식 2주일 전, 졸업생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꽃다발 구매 시 지출되는 금액을 졸업생 이름으로 기부해 학생에게 자발적 나눔 활동을 배우게 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학부모 동의서를 첨부했다.
그러나 대부분 학부모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 실제 이날 꽃다발을 들고 온 학부모는 거의 없었다. 학부모 오세정(43)씨는 "처음엔 아이와 꽃다발 들고 사진 찍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며 "그러나 꽃은 순간 아름답지만 기부는 오랫동안 아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부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릉초교는 이날 56만1500원을 모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지난 6일 제주도 제주시에 있는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도 '꽃다발 없는 졸업식'이 열렸다. 제주여상은 졸업식장 한쪽에 쌀을 파는 천막을 세웠다. 꽃다발을 사는 비용으로 졸업생에게 쌀을 선물하게 한 것이다. 이날 졸업식에서 판매된 230여 포대의 쌀은 졸업생의 이름으로 지역 사회복지센터에 기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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