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세러모니' 박종우, 동메달 획득까지 인고의 6개월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박종우(24·부산아이파크)가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에서 획득한 동메달을 드디어 품에 안았다. 메달이 주인을 찾기 까지 장장 6개월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걸렸다.
대한체육회는 12일(한국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위스 로잔의 로잔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박종우에게 보류된 동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체육회는 이어 "IOC는 박종우가 행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강력한 경고 조치를 내렸다"며 "체육회에는 올림픽에서 선수가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사전에 교육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경고를 전했다.
박종우는 지난 9일 체육회가 선임한 제프리 존스 국제변호사와 함께 스위스 로잔으로 출국했다. 12일 오전 3명의 IOC위원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행위에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소명한 박종우는 6개월 만에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승리에 취해 행했던 기쁨의 세러모니가 예상치 못한 화를 불렀다. 박종우는 지난해 8월11일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일본과의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2-0 완승을 거둔 뒤 승리에 취해 관중이 건넨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펴들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후 IOC는 박종우가 펼친 '독도 세러모니'를 문제 삼고 태극기 및 플래카드 세러모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는 선수들이 정치적인 메시지를 경기장 안으로 갖고 들어가거나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규정상 금지하고 있다.
IOC헌장 50조에는 '올림픽 시설이나 경기장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금한다. 이를 위반하면 메달 박탈 내지는 자격 취소 등의 징계를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축구 3위 달성을 이끈 박종우는 결국 메달 수여가 보류된 채 FIFA와 IOC의 조사를 받게 됐다.
IOC는 FIFA에 박종우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의뢰했고 FIFA는 대한축구협회에 8월16일까지 자체 조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축구협회는 적극적인 자세로 해명에 나섰다. 김주성 축구협회 사무총장은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로 직접 날아가 사건 전후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박종우의 행위가 사전에 의도한 것이 아닌 우발적인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원만한 사건 해결을 위한 축구협회의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과도한 눈치 보기와 경솔한 일처리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8월14일 조중연 축구협회장 명의로 구니야 다이니 일본축구협회장에게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축하 행위(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라는 제목의 영문 이메일을 보냈다.
전체적인 맥락은 '박종우가 승리에 도취해 우발적인 행동을 했을 뿐 의도적인 정치행위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문에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I would cordially convey my regrets)"며 "양국 협회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해 너그러운 이해(kind understanding)와 관대함(generosity)을 베풀면 매우 감사하겠다(highly appreciated)"고 적혀 있던 것이 논란이 됐다.
통상적으로 '유감(regret)'이라는 단어는 외교상 어느 정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할 때 쓰인다. 일본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국이 잘못을 시인하는 굴욕적인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
여론은 축구협회가 필요 이상으로 저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비판의 날을 세웠다. 파장은 컸다.
조 회장은 8월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일본축구협회에 이메일을 보낸 부분 등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박종우 건에 대한 징계 결정은 쉽게 나지 않았다. FIFA는 당초 10월5일로 예정 돼 있었던 '독도 세러모니' 징계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박종우 안건 처리를 놓고 한국과 일본 간의 국제적 분쟁과 각국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에 FIFA가 적잖은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
FIFA는 산하 법무국을 통해 박종우 관련 안건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또 축구협회에 이 안건에 대한 추가 설명이나 해명을 10월2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조 회장이 10월24일 취리히로 넘어가 FIFA 관계자들을 만난 뒤 돌아왔고 박종우는 친필로 경위서를 작성해 당시의 상황이 우발적이었음을 설명했다.
묵묵히 FIFA 징계위의 결과를 기다리던 박종우는 IOC로부터 메달 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축구협회는 10월31일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LOGOC)가 박종우의 동메달에 대한 메달 증명서를 발급했고 이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증명서에는 박종우가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리스트라는 사실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증명서 발급과 FIFA, IOC의 징계 결정 여부는 별개였다.
박종우가 축구대표팀 명단에 포함돼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IOC가 형식적으로 증명서를 보낸 것이었다.
FIFA는 11월2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박종우건을 최종적으로 논의했다. 장고(長考)를 거듭한 끝에 12월3일 마침내 입을 열었다.
FIFA징계위는 "박종우가 대표팀 공식경기(A매치) 2경기 출전정지와 3500스위스프랑(약 410만원)의 벌금처분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박종우의 독도 세러모니가 FIFA 징계 규정 57조와 런던올림픽대회 규정 18조 4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종우가 소속된 대한축구협회도 FIFA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축구협회는 "FIFA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보다 장기화된 FIFA의 발표에 다양한 예측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징계 수위는 가벼웠다.
바통은 IOC에 넘어갔다. IOC는 FIFA의 징계 결과를 참고로 별도의 징계위원회를 열어 동메달 수여를 최종 결정하게 됐다.
해를 넘긴 IOC는 2월11일 스위스 로잔에서 박종우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체육회는 경징계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사건 당사자인 박종우는 국제변호사와 함께 설 연휴 첫 날인 2월9일 스위스 로잔으로 떠났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백성일 체육회 국제협력본부장, 이중재 축구협회 법무실장도 추가 해명서를 IOC에 제출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IOC는 박종우와 체육회, 축구협회의 진심어린 해명에 공감했고 메달 수여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박종우 '독도 세러모니' 일지
▲ 8월11일 = 한국-일본 동메달 결정전. IOC, KOC에 박종우 메달 수여식 참석 불가 통보▲ 8월12일 = 박종우 메달수여식 불참FIFA, 박종우 사건 경위서 제출 요구▲ 8월14일 = KFA, JFA에 사과 이메일 보내 논란▲ 8월17일 = 김주성 총장, FIFA 본부에 경위서 제출 후 귀국조중연 회장, 국회 출석해 일본에 보낸 이메일 해명▲10월5일 = FIFA 징계위, 박종우 안건 재논의 통보▲10월18일 = FIFA, 추가 경위서 제출 요구▲10월24일 = 조중연 회장, FIFA 본부 방문 후 귀국박종우 자필 경위서 작성▲10월26일 = KFA, FIFA에 추가자료 제출▲10월29일 = IOC, KOC에 박종우 포함 대표팀 메달증명서 발급▲11월20일 = FIFA 징계위, 박종우 안건 최종 논의▲12월3일(이상 2012년) = FIFA 징계위, KFA에 박종우 징계 통보▲2월4일 = IOC, 박종우건 징계위 개최 발표▲2월9일 = 박종우, 국제변호사 동행 하에 IOC징계위 참석차 스위스로 출국▲2월12일(이상 2013년) = IOC 집행위원회, 박종우 동메달 수여 확정
lkh20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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