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013' 신인들에 대한 이민홍 감독의 배려, 아셨나요?



'학교2013'이 호평 속에 종영할 수 있었던 이유, 이민홍 감독에게 있었다.
지난 28일 방송을 끝으로 KBS 2TV '학교2013'이 막을 내렸다. 다수의 KBS 드라마스페셜을 집필한 이현주 작가와 '학교1'을 연출했던 이민홍 감독의 호흡이 처음부터 끝까지 맞아 떨어졌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뭔가 부족하지도 않은, 실제 학교 모습을 제대로 보였다는 평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민홍 감독은 지난 1999년 '학교1' 연출 이후 14년 만에 다시 KBS의 학교시리즈를 맡게 됐고 남다른 책임감과 부담도 있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민홍 감독은 "그동안 흐른 세월만큼 달라진 학교의 실상과 교편의 어지러움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생각보다 요즘 학생들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14년 전과 사뭇 달라진 학교의 분위기에 대해 말을 전했다.
이어 이민홍 감독은 '학교2013'의 기획구성에 대해 '리얼스쿨 드라마'라며 현실성이 높은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없다며 "시청률보다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에 대해 직구를 던져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나름의 포부를 밝혔다. 이민홍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당당히 밝혔던 이같은 말을 종영 후 되짚어볼 때 그는 자신이 계획했던 '학교2013'의 청사진을 모두 달성한 셈이다. 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담은 것과 동시에 많은 스타들을 발굴해 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 '학교' 안에서도 본명 사용, 기억하기 쉽네!
'학교2013'에서 가장 지나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신인급 배우들이 거의 대부분 극에서도 실제 자신의 이름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주요 인물인 남순(이종석 분), 하경(박세영 분), 강주(류효영 분), 흥수(김우빈 분) 등을 제외하고 신인급 배우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변기덕(김영춘 분)의 친구로 항상 까부는 역할을 담당했던 극중 김동석은 실제 이름도 '김동석'이며, 오정호(곽정욱 분)의 의리파 두 친구 이지훈과 이이경 또한 실제 자신의 이름이다. 이밖에도 다니, 남경민, 길은혜, 김민경, 김종현, 이규환, 신혜선 등은 모두 실제 이름이 '학교2013'에서 불리고 있어 이민홍 감독과 이현주 작가가 출연 배우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얼굴 한 번 알려지기 힘든 방송가에서 자신의 실제 이름이 계속해서 불린다면, 신인배우들에게 이보다 더 한 행복이 있을까. 특히 남경민, 길은혜 등은 극중 악행을 저지르며 반 친구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에서는 실시간 포털 사이트 1위를 기록하는 등 데뷔 이래 최고의 관심을 받으며 활약을 펼쳤다.
이민홍 감독은 "신인연기자들을 가르치면서 같이 호흡하고 리더를 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어깨가 무거움을 느꼈지만, 학교 촬영은 나에게는 촬영장일 뿐만 아니라 교육장이기도 했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 누가 주인공이냐고? '승리고 2학년 2반'
쉽게 생각해 이종석과 김우빈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민홍 감독은 승리고 2학년 2반 전체를 모두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했다. 특히 절도 사건이나 교사 인재(장나라 분)가 학교를 떠나려는 장면에서는 반 학생들이 모두 한 사람씩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원 샷'을 제대로 받았다.
또한 특수학생 영우, 치맛바람 민기, 1등만 생각하는 세영 은혜 경민, 문제아 정호, 연기자가 되고 싶은 나리, 친구 정호를 걱정하며 챙겨주는 이경 지훈, 의리파 강주, 2반의 정보통 기덕 등은 각자 자신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었고 짧다면 짧았던 16부작에서 각자 나름의 스토리를 담아냈다. 그렇기에 이민홍 감독이 만들어 놓은 무대에서 준비된 신인 배우들이 뛰어놀 수 있었던 것이다.
◇ "타 드라마와 경쟁 NO, 우리 아이가 보는 드라마"
이민홍 감독이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던 것 중 하나는 작품의 완성도. 이민홍 감독은 "나도 자녀를 둔 가정의 아버지로서 현 교육 현실을 되짚고자 연출하게 됐다. 동시간대 드라마들과 경쟁하기 위한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아이와 함께 둘러앉아 볼 수 있는 교육적인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나섰다.
실제로 '학교2013'은 학생, 교사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경청하는 드라마가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학교2013'은 지난 KBS 청춘물이었던 '공부의 신'이 그러하듯,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는 드라마가 됐다. 하지만 '공부의 신'이 학생들의 학업 성적에 대해 새로운 길을 제시한 드라마였다면 '학교2013'은 실제 청춘들이 안고 있는 갈등, 고민들을 학교 밖으로 끄집어내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민홍 감독은 "시대, 취향, 문화가 변하기 때문에 학교라는 드라마를 만들면서 언제나 해답은 없는 것 같다. 언제나 끝이 나면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지금의 학교 선생님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성찰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어른으로서 커가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에 누구보다 반성을 하게 되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지난 '학교2013' 마지막 방송에서 문제아 정호를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세찬(최다니엘 분)과 인재의 모습을 끝으로 종영해, 열린 결말로 인한 시즌2에 대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학교2014'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다뤄줄 것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애정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만큼 '학교2013'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작품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를 아우르는 명품드라마로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신소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 리뷰스타(reviewstar.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