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 쾌남│① 배성재 아나운서 "스포츠 캐스터로서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

한여울 2013. 1. 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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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 이 오래된 문구는 볼 때마다 즐거운 '쾌남'을 두고 한 말일 거다. 아름다운 조각미남도, 터프한 '상남자'도 아니지만 쾌남의 시원시원한 성격과 자신감에 찬 행동엔 은근한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들을 알진 못하지만, 그들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즐거운 에너지에 빠지게 하는 쾌남. 다양한 분야로 흩어져 있을 뿐 누구보다 이러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남자들을 < 텐아시아 > 가 총 3회에 걸쳐 만난다. 첫 번째 주인공은 SBS 배성재 아나운서다. < 2010 남아공 월드컵 > 부터 < 2012 런던 올림픽 > 까지 깨알 같은 스포츠 중계 어록을 남기며 급상승한 그의 인기는 18대 대선 개표 방송, SBS < 스포츠 뉴스 > 를 거쳐 어느새 트위터 3만에 가까운 팔로워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을 따라해 생긴 별명 '배거슨'으로 불리고 지난 27일 < 동물농장 > 600회에 방송된 잠깐의 견공 축구해설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 남자. 글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배성재 아나운서와의 유쾌한 대화를 옮긴다.

평일 SBS < 스포츠 뉴스 > 를 맡은 지 두 달이 넘었다. 주말엔 EPL 중계도 해야 하니 일주일 내내 일을 할텐데 보통 스케줄이 어떤가.배성재

: 예전엔 주말 경기 준비하는 데만 나흘 걸렸다. 그러다 < 2010 남아공 월드컵 > 때 선수나 팀 정보를 확실히 정리하고 이후 중계를 계속 해왔더니 나름 시스템이 생기더라. EPL이나 유럽 빅 리그의 선수들에 대해 거의 다 아니까 주중엔 경기를 봐두고 금, 토요일에 선수나 두 팀의 히스토리 정도만 업데이트 하는 거다. 주중엔 그렇게 주말 중계 준비하고 3년째 진행하는 < 풋볼매거진 골! > 방송하는 정도였는데 < 스포츠 뉴스 > 맡은 후론 일이 많아지긴 했다. 종일 방송 시작된 이후 동계 스포츠 녹화도 해둬야 하고.

"게임을 몰입해서 보는 게 익숙해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스포츠 중계 말고 정기적으로 시청자와 만난 지는 얼마 안 됐는데, 방송 시간에 비해 반응이 적극적이다. 엄지를 세우는 < 스포츠 뉴스 > 엔딩 제스처도 입소문을 탔고.배성재

: SBS 입사 후에 < 한밤의 TV 연예 > , < 모닝와이드 > , < 생방송 투데이 > 등에서 패널을 많이 했지만 빨리 스포츠 분야에 집중한 케이스다. <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 , < 2010 남아공 월드컵 > 이후 중계를 주로 하다가 < 스포츠 뉴스 > 를 맡게 된건데 < 스포츠 뉴스 > 가 < 8시 뉴스 > 안으로 들어오면서 진짜 클로징 인사는 하면 안 되고 그냥 "스포츠 소식이었습니다" 라고 하자니 딱딱할 거 같았다.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이렇게 할 수도 없지 않나. 그러다 첫 방송 날 차범근 해설위원이 말춤 춘 영상을 보내주셔서 '차붐, 고마워요!' 이런 느낌으로 엄지를 세우며 하게 됐다. 사실 스포츠 인들이 경기하면서 격려 차원에서 자주 쓰는 제스처고 나도 < 풋볼매거진 골! > PD와 방송하며 주고받는 신호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사람들도 괜찮다, 스포츠랑 잘 어울린다고 해서 계속 하고 있다. 오그라들지도 않고 좋은 거 같다.

이렇게 제스처 하나로도 화제가 되는 건 확실히 < 2010 남아공 월드컵 > 으로 시작된 깨알 중계 때문일 거다. 차범근 위원이 나이지리아 선수에게 옐로카드 누적이면 16강 이후 적용된다고 하자 던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등의 멘트가 화제였는데 당시 그런 반응을 예상 했었나.배성재

: 전혀 못했다. 그땐 그저 재밌는 중계, 젊은 중계를 하고 싶었다. 사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은 '태극 전사들!', '대한의 건아!'처럼 비장한 중계를 들어야 하지 않았나. 근데 스포츠 광팬인 가족 안에서 축구는 재밌는 거라고 늘 생각하고 커 온 나로서는 그런 중계에 아쉬움이 있었다. 변방의 서러움을 알고는 있었지만 < 2002 한일 월드컵 > 때 이미 4강까지 올랐고 < 2006 독일 월드컵 > 땐 원정 1승을 했으니 이젠 한의 정서보다 재밌게 축구를 즐기는 감성을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골을 저렇게 재밌게 넣었을까'에 초점을 맞춰 전술도 쉽게 전하고. 그래서 내 멘트는 젊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이 돼도 전 국민을 울리진 않았던 것 같다.

신선한 멘트가 호응을 얻긴 했지만 스포츠 중계란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농담을 하면 시청자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쉽다. 당시 남아공에 간 캐스터 중 막내로서 차범근 위원과 호흡을 맞춘다는 부담도 컸을 텐데 어떻게 재밌게 할 수 있었을까.배성재

: 스포츠 캐스터는 대본 없이 경기도 보고 해설자도 이끌어야 하는 생방송이라 현직 아나운서도 무서워한다. 근데 다행히 난 그런 게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친구처럼 옆에 있는 사람과 수다 떨며 스포츠를 봐 와서 상황 묘사를 하고 그 다음을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웠던 거지. 스포츠 게임이라는 건 많이 보다보면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이는 거고 이 룰 안에서 이 선수가 잘하고 못하는 지 분위기 파악이 된다. 그렇게 게임을 몰입해서 보는 게 익숙하다 보니 절대로 흐름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밑에서 적절한 말이 나온 것 같다.

그럼 평소에 중계 멘트를 따로 준비하진 않나.배성재

: 물론 준비한 거 던지기도 하지만 준비해서 '드립'치지 말라고, 의도한 말을 하면 반응이 되게 썰렁하다. 예전에 경기장 이름인 올드 트래퍼드랑 좌절할 때 인터넷에서 쓰는 'OTL'을 연결시켜 "지금 저 선수가 올드 트래퍼드에서 OTL을 만드는 군요"라고 했는데 반응 정말 안 좋더라. 근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걸 하면 반응이 괜찮다. < 2012 런던 올림픽 > 때의 멘트는 거의 준비 안 한 거였다. 스위스 모르가넬라 선수와 기성용 선수가 기 싸움할 때 던진 "기성용 선수에게 걸리면... 없습니다" 같은 것들은 순식간에 나왔다. 물론 영국과 일본 이기고 동메달을 땄다는 결과가 드라마틱해서 사람들이 더 좋아한 것 같기도 하지만 반응이 의외이긴 했다.

"경기 중에 들었을 때만 피식 웃으면서 소비되는 멘트가 좋은 것 같다"

역시 준비와는 별개로, 타고나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한가 보다. (웃음) 지금 생각해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멘트는 뭔가.배성재

: (검지를 세우며) 역시, 순발력이다! 아하하하. 예능 축구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실 축구엔 웃긴 상황이 많이 연출된다. 콜롬비아에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중계할 때 콜롬비아가 해발 2700m라 고지대란 말이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스페인 선수가 찬 패널티킥이 골대 위로 훅 날아간 거다. 그 때 "아, 위로 솟구치는군요. 다행입니다" 이게 아니라 "해발 3000m까지 날아가는군요"라고 순식간에 말했다. 선을 지킬 줄 아는 거다. 아하하하.

그 선은 어느 정도인 건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아나운서다 보니 멘트의 기준이 있을 것 같다.배성재

: 경기 중에 들었을 땐 피식 웃으면서 소비되고 끝나고 들었을 땐 '뭐가 재밌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 이상 가면 경기 내용보다 말이 남는데 그건 틀린 거 같다. < 2012 런던 올림픽 > 끝나고 예능 섭외가 들어왔는데 거절한 것도 그것 때문이다. 경기는 다 끝났는데 예능에서 말을 따와서 '내가 이런 말을 했다' 하는 건 좀 오그라들 것 같았다. 그 점에서 (검지를 세우며) 런던에서 내 감이 정말 좋았구나, 선을 지킬 줄 아는 구나 자평하고 싶다. (웃음) 나중에 봤을 때 재밌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TV란 남녀노소 모두 보는 거니까 그들이 충분히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정도의 기본은 깔아 놓고 2,30대들 혹은 축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계층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멘트를 섞고 싶다. 전술적인 이야기를 쉽게 하다가 사이사이에 틱, 틱 던지는 정도로.

본인 멘트 뿐 아니라 여러 해설위원과의 호흡을 맞추는 데에도 그 선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양한 해설위원들과 일을 할 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배성재

: 각각의 캐릭터를 살리려고 한다. 박문성, 장지현 위원처럼 이미 아나운서보다 말을 잘 하시는 분들도 있고 차범근 위원처럼 표정이나 목소리 자체로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분,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까지 다양하다. 차 위원은 경기 중엔 내 농담을 모르시고 끝나고 웃으시는 스타일이라 그 다음부턴 좀 더 질문을 분명하게 던졌고 박문성, 장지현 위원은 일반인들이 목소리 구분하긴 조금 힘든데 캐릭터 차이는 파악하고 있다. 장지현 위원이 더 냉정하게 전술 이야기를 주로 한다면 박문성 위원은 재밌는 에피소드 위주로 생각했던 걸 다 던지면서 좀 나댄다. 그 분이야말로 선을 넘었다. (웃음) 반면 어눌하신 분들은 그것마저도 캐릭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께 "듣기에 다소 불편하실 수도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한다. 예능과 달리 중계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건 괜찮게 한다. 어차피 중계방송의 80%는 경기고 내가 할 일은 나머지 20%를 채우는 거니까.

스포츠 뿐 아니라 18대 대선 개표방송의 SNS 중계석에서도 그 20%가 깨알 같이 드러났다. 실시간 이슈를 짚으면서도 본인에게 "잘 생겼다"는 하는 멘션도 소개하고. (웃음)배성재

: SNS는 축구 중계 '드립'이랑 비슷한 게 실시간으로 봐야 재밌지 나중에 보면 재미없다. 리트윗이 많이 된 트윗은 그만큼 화제라고 볼 수 있지만 이미 리트윗 많이 된 걸 방송이란 올드 미디어에 가져오면 또 고전처럼 느껴지는 거다. 그 중간을 찾는 게 되게 어려웠다. 과거에도 SNS 코너가 있었지만 그보다 살아있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전화 연결도 나중에 만들고 SNS 특징에 맞춰 공약도 걸게 한 거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아나운서가 말로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생방송 중에 제작진과 카메라와 진행 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 거라 어려웠다.

그렇게 뉴스나 중계처럼 아나운서 기본 영역 안에서 전문성과 재미 모두 잡으며 화제가 되는 포지셔닝이 신선하다. 김성주부터 전현무까지 '아나테이너'란 말이 흔할 만큼 아나운서의 영역이 이제 천차만별이지 않나.배성재

: 대중의 시선이 바뀐 만큼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나운서의 미래라고 본다. 김성주 선배나 전현무 전 아나운서처럼 아나운서의 최대치를 보여주거나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는 분들은 영역을 넓히는 게 당연한 거 같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청률로 볼 때 예능이나 드라마에 비해 스포츠는 평소 파괴력이 떨어지니까 그 분들만큼 내가 스타가 될 거란 생각도 안 한다.

사실 본래의 영역에 충실한 모든 아나운서가 화제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본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배성재

: 글쎄. 대중이 아나운서를 연예인처럼 보는 게 익숙하니까 이렇게 원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신선하게 보인 것 같다. 사실 내 일은 색다른 게 아니다. 스포츠 캐스터는 조금 일찍 시작했지만 뉴스, 라디오 DJ 다 아나운서가 하는 거다. 가끔 나에게 '초반에 MC 하고 떴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빛을 보는 구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평범한 대학생이 아나운서가 된 건데 어떻게 날고 기는 연예인들 속에서 모두 잘할 수 있나. 그건 쉽지 않다. 난 그냥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패널을 하면서 잠깐 카메라 들어올 때 내 말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것부터 배운 거다. 그리고 연예인들 사이에서 웃기거나 100% 내가 끌고 가는 진행은 오래 못하니까 정말 좋아한 스포츠를 재밌게 한 거고.

"나중에 뭘 하든 잘 하긴 할 거다"

밖에서 보면 이렇게 늘 유쾌한데 회사 아나운서 팀에서도 비슷한 이미지인가.배성재

: 완전 아웃사이더다. 물론 동료들과 친하고 딱히 여성적인 건 아닌데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문화가 안 맞는 것 같다. 회식도 웬만하면 잘 안 간다. 방송을 하고 있지만 원래 카메라 앞에 서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TV도 스포츠 외엔 거의 안 봤고 본방 사수한 드라마도 SBS < 모래시계 > 랑 MBC < 하얀거탑 > 정도다. 어릴 땐 부모님이 맞벌이 하셔서 거의 혼자 강아지랑 놀았고 1990년대 PC 통신이랑 인터넷 들어오면서 커뮤니티에 서식하게 됐다. 스포츠 커뮤니티는 안 거친 데가 없어 용어도 많이 알고 그 사람들과 감성도 비슷하다. 다만 여초 사이트는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 입장이 잘 안 되더라. 한두 번 시도해봤는데 '강퇴' 당했다. 아하하하.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게 어색한 성격이었는데 어떻게 지상파 아나운서를 준비하게 됐나.

배성재

: 대학에서 광고 홍보학과를 전공했는데 졸업할 때쯤 진짜 광고 쪽에서 일할 수 있을지 고민되더라. 적당히 일 해서 익숙해지고 거기에 부합해 사는 게 안 맞는 성격이라. 그러다 광고 공부한 사람이면 프레젠테이션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 스피치를 배우기로 했고 KBS 아카데미를 가게 됐다. 근데 처음 들어간 반엔 대학생이 아니라 현역에서 일하다가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좀 더 다지려고 온 사람들이 많았고 옆 반엔 예쁜 여학생들이 많더라. (웃음) 아나운서 반이었던 거다. 여기도 말하는 데고 저기도 말하는 데인데 이왕이면 옆 반에서 해야 더 열심히 다닐 것 같아 아나운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거울을 보며) 물론 아나운서를 할 수 있는 얼굴은 전혀 아니라 생각했지만 뉴스 리딩을 하다 보니 어쨌든 시험은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덜컥 KBS에 합격했다. 1년 반 동안 지방에서 일하다 그래도 서울에서 방송해야겠다 싶어 시험을 다시 봤고 SBS에 들어온 거다. 아나운서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들어오진 않았어도 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냥 열심히 한 것 같다. 리포터나 패널도 하며 새벽에 라디오 DJ로 4년 동안 활동하다 주말엔 중계하고 쉴 틈이 없었다. 7년 중에 처음으로 제대로 일주일 휴가 낸 게 작년 1월이었다.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는데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도 많지 않아 답답할 것 같기도 하다.배성재

: 사실 최근에 또래 남자 아나운서와 이야기하다 "넌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고 연애도 안 하고 술이랑 담배도 안 하고... 행복하냐?" 이런 질문을 받았다. 20대나 30대 초반이었으면 당연히 행복하다고 했을 텐데 36살이 되어서인지 그 날은 '내가 왜 이렇게 살지?'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메모를 했다. (휴대폰의 메모를 찾아 읽어주며) '너무 익사이팅한 거 없이 사는 게 아니냐는 말에 익사이팅이 뭔지도 모르고 산 거 같단 생각을 했다. 인생이라는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도 안타고 혼자 동물들만 보다가 문득 오후 5시가 된 기분. 폐장은 한참 남았지만 갑자기 외롭다. 애들이라도 대신 옆에서 신나게 뛰어 놀면 대리만족이라도 할 텐데 그냥 혼자 36세.' 아하하하. 눈물 나지 않나. 나이를 먹으니까 인생을 낭비한 건가란 고민이 드는 거 같다. 물론 내일이면 역시 난 행복해 이런 결론이 날 수도 있지만.

그럼 < 풋볼매거진 골! > 에서 본인의 2013년 사자성어로 남긴 '막던지자', '다던지자' 말고도 하나 또 정해야 하지 않을까.배성재

: 건강하자. 이걸로 하고 싶다. 나름 2012년이 좋았던 게 건강을 잘 챙겨서인 거 같다. 그 전엔 일하면서 불규칙하게 먹다보니 몸이 형편없어졌었다. 학생 때부터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해서 건강했는데 어느 순간 체지방도 많고 건강 검진해서 나온 수치들도 안 좋은 거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작년에 맘 잡고 운동을 했는데 1년 동안 12kg이 빠졌다. 근데 < 스포츠 뉴스 > 들어가고 다시 수치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다시 잡을 고민을 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일에 대한 열정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배성재

: 언제까지 이렇게 일할 순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스포츠 캐스터로서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대중의 호응을 못 얻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거다. 사실 내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엔 '개드립'이 나오는데 내 말이 지금이야 농담으로 들리지만 원래 '드립'이란 용어가 스포츠 커뮤니티에서 처음 나왔을 때의 의미처럼 뭘 모르고 하는 소리로 들리면 안 되지 않나. 그 때가 오면 스스로 그만둬야 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그 땐 아나운서 말고 어떤 일을 할 것 같나.배성재

: 미래 대비책은 없다. 시나리오 쓰는 게 꿈이었으니까 친형(배성우)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는데 그것도 막연하다. 하지만 뭘 하든 잘 하긴 할 거다. 그 때도 아마 다른 일로 인터뷰하러 오시지 않을까. (웃음)

글.한여울 sixteen@tenasia.co.kr사진.이진혁 eleven@tenasia.co.kr편집.장경진 thre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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