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준의 7080사람들] '순이생각,잊지는 말아야지'의 가수 백영규

2013. 1. 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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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혼성듀엣 '물레방아'로 데뷔, 일찌감치 음반 제작활동'순이 생각', '잊지는 말아야지' 연이은 히트로 스타덤 올라

[세계닷컴]

김세화의 '아그네스', 박정수의 '그대 품에 잠들었으면', 방미의 '계절이 두 번 바뀌면' 이 세곡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1978년 '순이 생각'으로 스타덤에 오른 '물레방아'의 백영규가 만든 노래다. 자신이 직접 부른 노래 '잊지는 말아야지', 슬픈 계절에 만나요' 등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를 찾기는 쉬웠다. 경인방송 라디오에서 5년째 '백영규의 가고 싶은 마을' 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과 따듯한 소통을 하고 있는 '노래하는 라디오 스타' 백영규. '강상준의 7080사람들'이 가수, 제작자, DJ로 여전히 명성을 잃지 않고 있는 그를 만나러 경인방송국을 찾았다.

경인방송 장수프로 '백가마' DJ로 활약하며 다양한 음악 활동고향 그리운 중장년 위해 5년 만에 '가고 싶은 마을' 미니앨범 내

― 최근에 앨범을 내셨다면서요.

"3주 전에 14집 미니앨범이 나왔어요. 13집 이후 5년 만이죠. 내년 즈음에 완성작을 내려고 계획했었는데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4곡으로 미니앨범을 꾸며봤어요. 타이틀곡 '가고 싶은 마을'은 제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과도 같습니다. 언젠가는 노래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마침내 구현해 낸 것이지요. 고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중장년의 귀소본능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어요. 현실생활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돌아갈 수 없으니까 제 곡을 들으면서 위안을 삼으라는 뜻에서 제작하게 됐습니다. 제가 만들었지만 귀농하는 분들께 곡이 참 잘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아세아레코드 사장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집에서 통기타 연주를 하면서 데모 테이프에 녹음을 한 게 있었는데, 이 테이프가 어떤 경로인지 아세아레코드까지 전해졌나봐요. 사장님은 많은 곡 중에서 '순이 생각'이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가수로 데뷔하게 된 거죠.

연예활동 경험이 전혀 없을 때라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시골에서 농사짓던 애가 올라와 음악을 한다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저는 원래 꿈이 가수가 아니었어요. 데모 테이프로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그 노래가 히트가 되니까 또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해 10월에 2집 '잊지는 말아야지'가 또 히트가 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연예계 생활이 좋아졌어요. 저는 당시 무명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 했어요. 음반을 내기만 하면 다 잘 되는 건 줄 알았거든요. 나중에 제작을 하면서 절실히 깨닫게 됐죠. 저는 첫 녹음부터 프로듀싱을 혼자 다했기 때문에 음악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적었어요. 지금도 작품 활동은 많이 하고 있어요. 발표하지 않고 저장하고 있는 곡들이 꽤 되는 거죠. 제가 제일 늦게 방송국에 오는 날이 금요일인데, 오늘도 집에서 동요 한 곡 쓰고 부리나케 나왔죠(필자와 만난 날이 금요일이었다)."

― '순이 생각'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1978년 '순이 생각'으로 데뷔하던 때는 '물레방아'라는 혼성듀엣이었어요. 데뷔곡 '순이 생각'은 고향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죠. 제 고향이 경기도 양평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님을 따라 인천으로 이사 와서 청소년기를 인천에서 보냈고, 지금까지 인천에 살고 있지만 어릴 적 감성은 양평에 많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고향을 생각하는 노래들을 많이 작곡했어요. '순이 생각'도 양평을 생각하면서 쓴 곡이에요. 사실 '순이 생각'은 처음에 제목을 '고향 생각'이라고 지었다가 왠지 동요 같아서 '순이 생각'으로 바꾼 겁니다.

저는 1980년 중반부터 음반 제작을 시작했는데 가수가 제작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었어요. 아마 가수로서는 제일 먼저 제작을 시작한 것 같아요. 신인가수 발굴, 작곡 등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제작하던 시절은 아주 바빴는데 제가 요즘 표면적으로 보이는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사람들은 지금 활동을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김세화의 재기 앨범 '아그네스'라는 곡도 제가 제작했어요. 당시 김세화가 재기에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죠. 제작하면서 '소리창조'라는 회사도 세웠어요. 제 앨범은 계속 기획했고요, 중간에 도시그림자, 박정수의 '그대 품에 잠들었으면'이라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대중은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저로서는 제작을 통해 작사·작곡은 물론 음악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 느끼는 건데 DJ생활을 해보니까 제작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작 활동을 통해 전반적인 가요계 흐름을 많이 알 수 있었던 거죠."

― 가을 하면 빠질 수 없는 곡이 '슬픈 계절에 만나요'인데 탄생 배경을 설명해 주시죠.

"당시 가요계에는 듀엣을 하다 솔로로 전향하면 힘들다는 징크스가 있었어요. 저는 여성멤버 이춘근 씨와 함께 했는데 그 친구 가창력이 대단했거든요. 당시 제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곡이라도 잘 써야겠다는 생각에 '슬픈 계절에 만나요'를 만들었죠. 김광균 시인의 < 와사등 > 이라는 시집이 있어요. 오래된 시집을 꺼내 보다가 책 표지에 물방울무늬가 어지럽게 채색돼 있는 것을 보고 떠오른 영감을 적은 곡이에요. 한순간에 떠오르더라고요. 당시에는 곡의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일반적으로 곡을 쓸 때는 책,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거거든요.

'슬픈 계절에 만나요'는 주인공을 임의로 설정해서 만든 곡이에요. 이별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으니까 죽어서라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 거죠. 즉 '슬픈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닌 제5의 계절입니다."

― 경인방송 '백영규의 가고 싶은 마을'(이하 백가마)을 방송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프로그램 제목이 '가고 싶은 마을'이라서 그런지 청취자와의 소통에 따듯함이 묻어 있어요. 예를 들어 어느 청취자가 강아지가 아픈데 병원에 데리고 갈 돈이 없다고 사연을 보내면 다른 청취자가 강아지 병원비를 보내주기도 하는 식이죠. 소소한 일상에 따듯함이 묻어나는 방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어요. 돈은 제가 내는 게 아니고 청취자들이 모금해 줍니다. '동창회'라는 공개방송을 통해 모금을 하고 있거든요. 모금을 통해 인천의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죠.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 지급됩니다. 간혹 이름을 밝히는 분이 계시지만 기부를 하는 분들 대부분이 익명으로 선행을 베풀고 계십니다. 어떤 가수는 1년에 240만 원씩 기부하는 분도 계세요.

장학금은 고등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매달 2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특별한 케이스도 있는데 장학금을 주다 정이 들어서 대학을 다니는 지금도 매달 지급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5주년 때 제가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요. 청취자 세 분이 5주년을 축하한다고 쌀가마를 가지고 오셨어요. 프로그램 이름이 백가마니까 연말까지 100가마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인데 프로그램을 통해 고지를 하니까 청취자 분들께서 쌀을 저희 방송국으로 보내주고 계십니다. 모아진 쌀은 인천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인천 연수동에 있는 임대아파트 분들께 전달했어요."

― 백가마가 경인방송 최장수 프로그램이라고 하던데 비결이 뭔가요.

"사실 저보다 오래된 DJ가 있긴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시간대를 옮겨서 제가 최장수라고 하는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이름이 더 알려져 있고 인천 출신이다 보니까 그러는 것 같아요. 제작을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선곡에 있어서도 청취자가 원하는 곡을 반 박자 빨리 생각해서 음악을 내보내다 보니 청취자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방송의 90% 정도를 신청곡을 받아서 내보내고 있고요. 제가 예비로 몇 곡은 선곡해 놓는 편이에요. 제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같이 꾸려나가는 방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6~7개월 정도 신청곡을 받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우리 방송은 이런 음악을 튼다는 의미에서 홍보의 시간을 가진 셈이죠. 그 이후 신청곡들을 보면 백가마의 기획의도와 잘 맞아 떨어지는 범위 내의 곡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제 의도가 제대로 먹힌 것 같아요.(웃음)"

― 프로그램에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많이 출연한다고 들었는데.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은 신곡을 발표해도 방송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적잖아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제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있고 공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 7080콘서트 > 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와도 저는 언더 가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명생활을 겪어본 적이 없지만 신경을 쓰는 이유는 언더 가수들에게 하나의 탈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죠."

― '백가마 동창회'와 공감콘서트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부평구가 예산지원을 해서 2년 전까지는 월 1회 언더그라운드 가수들로 구성해 무료 공연을 했어요. 작년부터는 예산이 대폭 삭감돼 매달은 못하고 가끔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은 28일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백가마 동창회는 제 프로그램에 나왔던 언더 가수들로 구성된 일종의 모임입니다. 공연 제목을 동창회라고 한 이유는 다른 콘서트들도 각자의 주제가 있잖아요. 가수와 관객이 친근하고 반가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제목을 동창회라고 지었습니다.

공감콘서트는 동창회에서 파생된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더가수들도 유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기획한 것이고요. 공감이라는 회사에서 저희의 취지를 받아들여서 투자를 해 만들었습니다. 가수들이 출연료에 대해서 배려를 많이 해줍니다. 그러지 않으면 공연을 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콘서트를 통해 모금을 해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제 팬들은 많지는 않지만 정예부대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활동할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2학년 정도였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거죠. 지금은 40대 중반 정도 됐으니 다른 팬클럽보다는 어린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살던 집이 부평4동이었는데 소녀 팬들이 집 앞에 많이 와 있었어요. 그중에 몇 명은 아직도 저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정기모임 때는 저도 참석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요. 제가 최근에 춘천에 공연이 있어서 다녀왔는데 그 친구들이 거기까지 응원을 왔더라고요. 이제는 건강식 같은 실용적인 선물을 많이 주고 있어서 저로서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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