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옛도심 공동화 ①사라진 영광
상권 붕괴 가속…지자체 자구책 마련
< ※편집자 주 = 전북 주요 도심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역, 터미널 등 교통을 중심으로 발달한 옛 도심이 공공청사 이전, 택지개발에 따라 화려했던 영광을 새 도심에 내주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옛 도심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서 희망이 엿보인다.
이에 전북의 3대 도시인 전주, 익산, 군산의 옛 도심 실태와 대안을 ①사라진 영광 ②재탄생 해법 등 2편으로 나눠 짚어본다. >
(전북 종합=연합뉴스) 홍인철 김동철 기자 = "겨우 저녁 8시인데, 불 밝힌 가게가 없습니다. 날씨가 추운데다 인적마저 뜸해 손님이 없기 때문이죠. 마치 유령의 도시 같습니다."
전북 전주, 익산, 군산지역 옛 도심의 공통된 밤 풍경이다. 상권 붕괴가 가속한 탓이다.
공동화 현상은 공공청사가 빠져나간 곳에서부터 시작됐다.
◇전주
전주시에 있던 완주군청이 완주군으로 이전한 덕진구 인후동 지역은 옛 도심으로 전락했다.
완주군청이 있던 '전주 6지구'는 1970년대부터 전주시내 각급 관공서가 밀집해 번화가 중의 번화가로 꼽혔던 곳.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정부투자기관이 전주 신도심인 서부 신시가지로 옮겨가면서 상권이 쇠퇴, 활기를 잃었다.
6지구에는 농협 전북지역본부, 한국전력 전북지사, 전북지방조달청, 전북체신청, 대한주택공사 전북본부, 한국토지공사 전북본부, 한국농촌공사 전북본부 등 공기업과 국가·지방행정기관 등 10여 개 기관이 밀집했지만 모두 청사를 이전했거나 추진 중이다.
여기에 1981년부터 입주해 있던 완주군청까지 빠져나가면서 공동화는 현실이 됐다.
전북도청이 있었던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전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즐비했던 유명 음식점과 유흥주점 등이 효자동으로 이전한 도청 옆으로 동반 이전하면서 이곳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다.
이곳 거리엔 굳게 닫힌 건물들이 늘면서 유동인구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안 되고 장사가 위축되니 더는 사람이 찾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익산·군산
이 같은 사정은 익산과 군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익산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영등동 택지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번화가였던 중앙동·창인동의 쇠락이 가속하고 있다.
1998년 창인·갈산·중앙동 통합 당시 1만5천명을 넘었던 중앙동은 현재 5천명에도 미치고 못한다.
중앙동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 중인 최영문(67)씨는 "이 곳이 번성했던 20∼30년 전에는 끼니때마다 손님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릴 정도였다.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는데 이제는 전설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면 '휴업', '폐업', '점포정리'라고 써 붙인 가게가 세 집 건너 한 집꼴"이라고 전했다.
반면 신도심이 된 영등·부송·어양동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대형할인점 등이 속속 들어서 상권을 휘어잡았다.
월명·신창·영화·장미·개복동 등 18개 동(洞)으로 구성된 군산 옛 도심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상권의 중심지로 명성이 높았다.
군산 내항과 인접한 덕에 '지나는 개도 천 원짜리를 물고 다닐' 정도로 흥청거렸던 곳.
하지만, 신도심 개발로 도시가 팽창하면서 옛 도심 상권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군산은 새만금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기업유치로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는데도 옛 도심 인구는 30%가량 감소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침체한 옛 도심을 살리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전주시는 옛 도심 상권의 부흥을 위해 고사동 '걷고 싶은 거리'와 '영화의 거리', 중앙동 '웨딩거리' 등 특화거리를 만들어 이벤트를 열고 도심 주차장 개설과 전통시장 살리기 등 도심 상권을 되살리고자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군산시도 침체한 옛 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근대문화자원을 재조명한 근대문화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시는 일제강점기에 사용됐던 '조선은행'을 비롯한 근대 건축물을 바탕으로 '근대문화도시'를 조성하고자 2009년부터 옛 도심에 근대역사박물관,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 벨트, 진포해양테마공원 등을 조성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추가적인 인구 유입이 더딘 상황에서 생활 여건이 나은 신도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ichong@yna.co.kr,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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