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빚 증가율 10% 육박..소득느는 속도의 2배
◆ 중산층이 희망이다 / ① 부러진 중산층 사다리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호수마을의 호수2단지현대 전용 84㎡에 살고 있는 구형민 씨(34). 2009년 중순 4억6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샀다. 집값이 크게 오르던 2006년에는 6억원에도 거래됐던 물건이라 가격이 빠질 만큼 빠졌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급매물 시세는 3억6000만~3억8000만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3년 새 1억원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집을 살 때 대출받은 총 2억5000만원도 큰 부담이다. 월 소득 30~40%에 달하는 100만원을 이자로 갚아야 하는 그는 헐값에 집을 팔기에는 지금껏 들어간 이자가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중산층 자산이 무너지고 있다.
1일 매일경제가 통계청의 가계금융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소득 하위 20~80% 가구)이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숫자)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8.9%에서 2012년 46.8%로 급감했다.
중산층의 순자산이 실질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면 '경제의 안전판'으로서 중산층이 갖는 의미는 퇴색한다. 더 큰 문제는 자산의 증가 속도에 비해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분석한 중산층(가구원 수를 고려한 가처분소득의 중위값에서 50~150% 수준을 소득으로 벌어들이는 가구)의 자산ㆍ부채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중산층의 총자산은 2억3194만원으로 2010년에 비해 10.3% 증가했다.
동시에 중산층의 총부채 평균액은 4156만원으로 전년 대비 13.3% 늘어났다. 특히 금융부채를 가지고 있는 가계 중 중산층은 2010~2011년 가처분소득이 5.9% 증가한 반면 금융부채는 9.5% 늘어났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10년 172.0%에서 177.8%로 늘어난 셈이다.
2010년과 2011년의 부채 대비 자산 비중도 다소 줄었다. 2010년 총부채 대비 총자산 비중은 5.7배였지만 2011년에는 5.6배로 낮아졌다.
게다가 중산층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대상인 저소득층(소득 하위 20% 미만)으로 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갖고 있는 순자산 비중은 2011년 7.7%에서 2012년 6.8%로 감소했다. 순자산 금액은 평균 8917만원으로 전년 대비 5.1% 줄어들었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사실상 끊어진 것과 다름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중산층의 자산 증가 속도와 부채 증가 속도를 보면 문제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저소득층은 2011년 자산이 5% 성장했지만 부채는 23.3% 늘어났다. 부채가 5배 가까이 증가 속도가 빠른 셈이다. 중산층의 부채 증가 속도와 비교해도 2배 수준이다.

중산층의 가계금융을 자산ㆍ부채로 분석해볼 때 드러나는 문제는 또 있다. 유형자산이 아닌 인적자산, 즉 중산층이 갖고 있는 평생 근로소득의 값어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대학 졸업장 또는 석ㆍ박사 학위의 가치로 표시되는 가계의 인적자산은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중요한 가계의 자산이다. 이 자산 역시 임금피크제, 기대 정년 단축 등으로 인해 떨어지는 추세다.
중산층의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선 정부의 집값 안정 정책과 가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전략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리하게 빚을 내서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을 지양하고 능력 범위 안에서 완만하게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 용어설명 > 중산층 : OECD가 정의하는 중산층은 가구원 수를 고려한 가처분소득의 중위값에서 50~150% 수준을 소득으로 벌어들이는 가구를 뜻한다. 또는 통상 소득을 전체 100분위로 놓았을 때 하위 20% 이상 80%까지를 중산층으로 보고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기획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중산층의 자산, 부채 증가 속도는 OECD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기타 중산층의 순자산 비중은 통계청의 소득 100분위 기준 통계를 활용했다.
※ 매경ㆍ현대경제硏 공동기획 [기획취재팀 = 김명수 차장(팀장) / 신현규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범주 기자 / 우제윤 기자 / 정석우 기자 / 백상경 기자 / 김유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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