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 당선인, '공약의 재앙'도 걱정해야

입력 2012. 12. 21. 03:22 수정 2012. 12. 2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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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민생을 챙기고, 약속을 지키며, 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말대로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특히 민생 살리기와 대통합은 국민적 염원이 담긴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 모두를 곧이곧대로 지키려고 하다가는 나라살림을 망치고 민생을 더 고단하게 만들 수 있다.

박 당선인은 비록 다른 후보보다는 덜했지만 분배와 복지, 경제민주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0∼5세 무상보육, 등록금 부담 반으로 낮추기 등 많은 복지공약을 내놓았다. 가계부채 감면, 60세 정년, 해고요건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약속했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광역지자체를 위해 맞춤형 개발공약을 제시했다. 400쪽이 넘는 공약집을 읽다 보면 한국이 조만간 지구상에서 가장 힘 안 들이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표를 얻기 위해 제시했던 과도한 공약은 이제 현실에 맞게 보정(補正)해야 한다. 한국의 재정 여건은 일부 선진국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복지 수요는 늘고 세입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조세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만으로도 2050년이면 국가부채 비율이 남유럽의 재정위기국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면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 공약과 재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박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굳힌 것은 2009년 세종시 계획수정 논란 때였다. 세종시 원안 지지가 이번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분할이 행정 비효율로 이어져 '국민이 누려야 할 정책 서비스의 질(質)'이 퇴보할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책임은 후보 시절에 한 약속보다 훨씬 엄중하다. '공약의 재앙'을 막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다. 공약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국가 미래 설계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으면 진솔하게 털어놓고 국민의 양해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다. 선거 전에 건전재정포럼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많은 국민은 복지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고,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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