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는 누구?..소득파악에 골머리앓는 정부
정부가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각종 지원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지원 대상의 숫자는 기관마다 제 각각이다. '자영업자의 실질소득 파악'이라는 해묵은 숙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자영업자 가운데 누가 영세한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다. 오는 2015년부터 근로장려세제(EITC)를 차상위계층 근로자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지급해야 하는데, "자영업자가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데 어떻게 장려금을 지급할지 의문"이라는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누가 영세한 자영업자?‥정부기관마다 기준 제각각
재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를 '고용한 근로자 수'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5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주가 대상이다. 그러나 영세자영업자에게 전환대출을 지원하는 한국은행의 기준은 다르다. 신용등급과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신용등급 6~10등급,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를 영세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이 내년부터 실시하는 '보험요율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영세 자영업자의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협의중이지만 영세하지 않다고 해서 혜택을 안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인 이유는 이들의 실질소득을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관 나름대로 영세 자영업자를 가려내기 위해 고용한 근로자 수, 신용등급 등 소득 이외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 기준으로 소득을 장부에 기입하는 복식부기의무자는 확정신고대상자 가운데 56.7%에 그쳤다.
소득을 장부에 기입하는 경우 매출과 매입 현황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 실제 소득에 가깝게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소득세법에 따르면 신규사업자나 연간 소득이 업종별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매출, 매입을 장부에 기재할 필요가 없다. 업종별 기준은 농어업ㆍ도소매업ㆍ부동산업 등이 3억 미만, 제조업ㆍ숙박 및 음식점업ㆍ건설업ㆍ금융 및 보험업 등은 1억5000만원 미만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장부기입이 필요없는 자영업자는 확정신고대상자의 36.5%에 달했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실제 매출, 매입 대신에 직전년도 수입에 일정비율을 곱해 소득금액을 추계해 과세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0년 수입금액 5억원 이하 중소법인 세무조사 결과, 업체당 탈루세금 7억4000만원이 추징됐다.
◆ 2015년 근로장려세제(EITC) 자영업자로 확대‥소득파악체계 개선 없인 무용지물
재정부는 2015년부터 EITC 수혜대상을 자영업자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선 자영업자 소득파악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정부지원이 불필요한 대상에게 지원이 돌아가거나 실제 수급액보다 과다하게 금액이 책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부 내부에서도 EITC 확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EITC로 일년에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인 가구 기준 170만원인데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근로장려금을 받는 대신 소득신고를 적게 하고 세금을 덜 낼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 소득파악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추계과세 비율을 낮추는 한편 체크카드,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소득원이 드러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ITC 처럼 자기 소득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환급해주는 제도의 경우 수혜자의 소득이 드러나지 않으면 소득을 과다 혹은 축소 신고해 근로장려금을 과다하게 받을 유인이 크다"며 "정확한 과세를 위해선 경비와 매출을 장부에 신고하도록 기장의무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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