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줘~", 전자업계 '정여사'가 무서워

정지은 기자 2012. 12. 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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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블랙컨슈머 입건..전자업계 '빙산의 일각' 수리 기사가 돌변하기도

[머니투데이 정지은기자][경찰 블랙컨슈머 입건…전자업계 '빙산의 일각' 수리 기사가 돌변하기도]

"당장 바꿔줘! 안 바꿔줘? 무조건 바꿔줘!"

전자업체 A사의 스마트폰과 냉장고 등을 하자가 있는 것처럼 속인 뒤 서비스센터 직원들을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블랙 컨슈머'(보상 등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 이모씨(58)가 11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이같은 수법으로 206차례에 걸쳐 모두 2억4000만원을 챙긴 혐의(상습사기)를 받고 있다.

이처럼 대형 전자업체들이 '블랙 컨슈머'(보상 등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의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막무가내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가 늘고 있다. 업무에 방해될 정도로 서비스센터에 연락하거나 방문하는 경우는 기본이다. 폭언을 일삼거나 고소, 언론사 제보, 인터넷 유포를 들먹이는 이들도 많다.

심지어 스마트폰 수리 기사들이 블랙 컨슈머로 돌변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 수리 기사인 김모씨와 이모씨는 서울에 스마트폰 대리점을 차리고 통신사와 전자업체 B사의 뒤통수를 동시에 때렸다.

이들은 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통신사에서 대당 40만원의 수당을 받아낸 뒤 스마트폰은 환불하는 수법을 사용해 총 138차례에 걸쳐 1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상습사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에게 스마트폰 환불이란 식은 죽 먹기였다. 스마트폰이 3번 이상 같은 이유로 고장이 나면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 일부러 회로기판을 고장 내고 뜨거운 햇빛 속에 스마트폰을 차 안에 넣어뒀다가 B사 서비스센터로 가져가 환불을 요구했다.

이처럼 업계 사정을 아는 이들은 더욱 손쉽게 범행에 나섰다. 지난 10월에는 휴대전화 대리점 업주 정모씨가 고장 난 휴대폰을 환불해주는 휴대폰 제조사의 고객서비스제도를 악용했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문찬석 부장검사)에 따르면 정씨는 전자업체 C사의 중고 스마트폰을 수집한 뒤 "고장이 잦다"며 서비스센터에 환불을 요구해 현금을 받는 방법으로 2009년 말부터 2년간 200여 차례에 걸쳐 총 2억원을 챙긴 혐의(사기)다.

정씨는 고장이 잦은 휴대폰은 고객 요청에 따라 현금으로 환불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돈벌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C사 서비스센터 팀장급 직원을 3명 포섭해 제품 고장 내역서를 위조해달라고 부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꼬리가 너무 길었을까. C사는 특정 서비스센터를 통해 빠져나간 환불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내부 감사를 벌였고 결국 정씨의 범행은 들통났다. C사는 범행에 가담한 직원 3명을 해고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들 직원에 대해서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0년에는 이모씨가 전자업체 D사의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해 폭발시킨 뒤 "충전 도중 전화기가 터졌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이씨는 보상 명목으로 D사로부터 합의금을 받고도 언론에 허위 제보를 하고 수십 차례에 걸쳐 피켓 시위를 했다.

이로 인해 D사는 이미지 손상의 피해를 입었다. 결국 이씨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명예훼손) 등으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원형 부장판사)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다수의 전자업체들이 블랙 컨슈머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3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3.4%가 '블랙 컨슈머의 황당한 요구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런 일이 자주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3.2%에 달했다.

이들의 부당 요구 유형으로는 '적정 수준을 넘은 과도한 보상요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57.9%로 집계됐다. 이어 '규정에 없는 환불 및 교체 요구'(35.2%)와 '보증기간이 지난 뒤 무상수리 요구'(6.5%) 등이 차례로 꼽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 주권의식이 높아지고 각종 보호제도가 강화되는 추세에 편승한 블랙 컨슈머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와 함께 부당한 요구에 대해 기업이 보호받을 수 있는 균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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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지은기자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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