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마셔도 비타민 섭취는 미미.. 혼합음료일 뿐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12. 12. 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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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워터'에 대한 오해

대학생 이모씨(24·서울 양천구)는 학교 강의실이나 도서관에 갈 때 '비타민워터' 한 병씩을 꼭 챙긴다. 원래 일반 생수를 사 마셨지만, 비타민워터가 나온 뒤부터 '건강에 조금이나마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비용을 더 쓴다. 그러다가 최근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는 "평소 비타민을 챙겨 먹으라"고 말했다. 이씨가 "늘 비타민워터를 마신다"고 말하자, 의사는 "비타민워터는 비타민 함량이 미미해서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타민워터란 정제수에 각종 비타민과 색소 등을 첨가해 만든 '혼합음료'로, 시중에 여러 종류가 나와 있다. 제품 이름에 '비타민워터'가 들어가서 액상 비타민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음료수인 것이다.

하루 필요량에 크게 못 미쳐

현재 여러 종류의 비타민워터가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다. 대부분 'OO비타민워터' 식의 이름이 붙어 있다. 한 음료업체의 지난해 비타민워터 매출액은 2010년 대비 75% 정도 성장했다. 하지만 비타민워터의 비타민 함량은 적은 편이다. 비타민워터 한 병에는 비타민C 75㎎, 비타민B3 3.2㎎NE, 비타민B6 0.4㎎ 정도가 들어있고(제품마다 다름), 종류에 따라 비타민A, 비타민B5, 비타민B12, 엽산, 칼슘 등이 약간씩 첨가돼 있다.

비타민C의 경우 여성 기준 하루에 75㎎만 먹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괴혈병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 섭취량일 뿐이다. 대한비타민연구회 염창환 회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비타민C가 몸에 전부 흡수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에 6g 정도를 먹어야 면역력 강화나 항산화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며 "음식으로 섭취하는 175㎎을 제외한 나머지 비타민C를 비타민워터로만 충족하려면 77병을 마셔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타민B6도 하루에 50㎎을 먹어야 혈당 및 혈류 개선 효과를 본다. 또 비타민B12와 엽산은 각각 400~800㎍을 섭취해야 하는데, 비타민워터 한 병에는 비타민B12가 0.2㎍, 엽산이 62.6㎍ 정도만 들어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비타민C 파괴될 수도"

비타민워터는 모두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를 쓴다. 그런데 비타민C는 햇빛에 노출되면 파괴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유통 과정에서 비타민C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용기에 UV 코팅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강재승 교수는 "UV 코팅으로 햇빛을 전부 차단할 수는 없다"며 "비타민워터의 비타민C는 물에 녹아 있기 때문에, 물 속의 산소와 만나 산화되는 것까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음료수병을 들고 다니면서 조금씩 마시는 동안 비타민C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 대신 마시면 안 좋아

비타민워터 한 병의 당 함량은 22~26g이고, 열량은 88~110㎉이다. 단 맛을 내려고 결정과당과 백설탕 등을 첨가했기 때문이다. 중원대 한방식품공학과 황태영 교수는 "당류는 하루에 40g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비타민워터 한 병을 마시면 하루 동안 섭취할 양의 절반을 넘기기 때문에, 물 대신 비타민워터를 많이 마시면 살이 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재승 교수는 "당류와 비타민C를 함께 섭취하면 몸에서 당류를 먼저 흡수한 뒤에 비타민C를 흡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타민C의 흡수·효용률이 떨어진다"며 "본격적인 비타민 보충용으로 비타민워터를 마시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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