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은 아내 중전을 내쫒으려 했나(광해군에 대한 오해③)
[뉴스엔 김형우 기자]
●광해군은 아내 중전을 내쫒으려 했나?
영화 속 진짜 광해군은 아내인 중전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왕후의 오라버니 능력과 절개를 인정하면서도 조정 대신과 거래를 하기 위해 교묘하게 이용, 숙청하려 한다. 또 암묵적으로 중전 역시 내쫒으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조정대신과 중전의 가문이 '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 광해군은 이런 상황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가짜 광해군은 "조강지처를 버리란 말이요"라는 말과 함께 중전을 끝까지 지켜주려 한다.
역사 속 광해군도 아내 중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을까? 영화 속 중전 에피소드는 광해군의 새 어머니인 인목대비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인목대비가 유폐당할 당시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어머니인 대비를 유폐시킨 장면이 영화에선 아내로 바뀐 케이스다.
정권을 잡은 대북파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선친 선조의 적자 영창군이었다. 만약 서인이나 남인 등이 영창군을 옹립해 광해군을 몰아내려 할 경우 대북파의 존재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영창군의 버팀목은 궁궐에 있던 어머니 인목대비였다.
대북파는 한 사건을 크게 부풀려 인목대비의 유폐를 주장했다. 또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재남을 잡아들여 고문 끝에 사사시켰다.(영화 속 중전의 오라버니와 비슷한 모습이다)
광해군은 인목대비의 유폐 주장에 계속 반대했다. 계속되는 상소와 요구에도 이를 묵살했다. 하지만 대북파의 고집스런 요구를 끝까지 외면하긴 힘들었던 모양새다.
영화에선 중전의 폐위를 두고 수많은 대신과 유생들이 궁궐에 모여 엎드려 주청을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신의 등을 밟고 가소서"라며 광해군의 앞 길을 막기도 한다. 이 모습은 바로 대북파 신료와 선비 1000여명이 궁궐에 모여 인목대비의 폐위를 엎드려 주청드렸던 사건과 너무나도 닮았다. 광해군은 1000명 넘는 양반들의 곡소리에 결국 인목대비의 유폐를 결정했다.
광해군 아내인 유씨에 대한 기록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광해군이 유씨의 성품과 행동을 극찬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나와 유씨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폐비 유씨는 강해군이 폐위되고 아들과 며느리가 죽은 지 1년도 안돼 사망했다. 조선왕조실록엔 천수를 다한 것으로 기재됐지만 일부 야사엔 유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지세력 마저 등 돌린 외로운 왕?
광해군의 강력한 지지세력은 대북파다. 북인은 소북과 대북으로 나뉘는데 결국 정권을 잡은 쪽은 대북파다. 광해군과 대북의 관계는 임진왜란에서 시작됐다. 당시 분조활동으로 전국을 돌며 전쟁을 이끌었던 광해군은 의병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는데 이 의병장 가운데 많은 수가 대북 계열이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여립이다. 정여립은 대북파의 수장이자 정신적인 지주다. 임진왜란 당시 정여립은 의병장으로 활동했는데 광해군과 전국각지 의병장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정계 진출을 매우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광해군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상소 등을 통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냈다.
대북파는 광해군 즉위 초중반까지만 해도 매우 치밀한 파트너였다. 하지만 중반이 넘어가면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 때 손을 붙잡아 정권을 창출하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관계가 급냉각됐다. 이유는 명나라 파병이 도화선이 됐다. 네티즌들은 대북파가 중립외교를 주장했고 서인들이 재조지은을 이유로 파병을 주장한 것으로 보는데 당시 서인은 이미 정계에서 퇴출된 상태였다. 광해군의 중립외교에 가장 많은 반대를 보인 쪽은 정권을 장악한 대북파였다.
광해군은 약한 왕권을 보완하기 위해 대북파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오히려 이 것이 화근이 됐다. 대북파 수장인 이이첨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적지 않은 비판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때 손을 잡았던 광해군과 대북파는 중립외교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고 인조반정까지도 갈등을 빚곤 했다.
●대왕 vs 광해군 때나 인조때나... 당대 백성들 평가는?
광해군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여전히 논란이다. 그렇다면 당대 백성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된 뒤 여러 곳을 떠돌며 유폐생활을 지냈다. 마지막으로 내몰린 곳이 제주도인데 제주도엔 재미난 민담이 전해내려온다. 7월1일이면 제주도에 큰 비가 내리는데 이 비를 가르켜 "대왕이 눈물을 흘린다"고 말한다. 7월1일이 바로 광해군이 사망한 날이다. 폐위돼 왕에서 쫒겨난 광해군을 대왕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참으로 흥미롭다.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조선왕조실록 인조실록 기록엔 당시 민가에서 유행하던 노래가 실려있다. 그 노래의 가사는 대략 "반정이 일어났으나 결국 광해군 때나 지금(인조 때나)이나 똑같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내용이다. 부패하고 백성들을 나몰라라하는데는 인조 때나 광해군 때나 똑같다는 것이다. 광해군 시절 역시 백성들이 궁핍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형우 cox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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