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신치림, 콘서트를 확장하라!
그룹 '신치림'은 가수 윤종신(43), 조정치(34), 하림(36) 세 사람이 뭉쳐 만든 팀이다. 둘러 말할 기색 없이, 그냥 이름 끝자를 따 팀명으로 삼았다. 올초 < 에피소드 1-여행 > 이란 앨범을 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치림은 그저 마음 맞는 지인들끼리 결성해 본 음악 친목 모임인 줄 알았다. 꽤 묵직한 앨범을 던지더니, 8개월이 지난 최근에선 기발한 공연물 하나를 매만지고 있다. 신치림 주변으로 개그맨 출신 공연 연출자 백재현, MBC < 라디오 스타 > 황선영 작가, 그리고 다섯 명의 전문 배우가 모여 들었다. 신치림은 오는 11월2~4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공연물 '퇴근길 오페라'를 올린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생경하다. 콘서트라 부를 수도, 뮤지컬이라 일컬을 수도 없다. 제목엔 버젓이 '오페라'란 문구를 써두었지만, 딱히 '오페라'라 칭하기도 '뭣하다.'
볕 좋았던 지난 18일 서울 정동길 어느 카페에서 만난 신치림은 '퇴근길 오페라'의 정체를 조분조분 설명해 나갔다.
"콘서트를 하려는데 하림이 그러더군요. 그냥 뻔한 것, 식상한 것 말고, 좀 다른 걸 해보자고요. 그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죠."(윤종신)
신치림의 '퇴근길 오페라'는 음악극이라 부를 만하다. 음악이 나오고, 극이 펼쳐진다. 윤종신은 뮤지컬과의 차이를 두고 "뮤지컬은 드라마가 중심이 돼 음악을 담는 반면 '퇴근길 오페라'는 음악이 위주가 돼 극을 가져온다"고 구분했다.
'퇴근길 오페라'는 팬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장성 공연물로도 의미가 있다. 하림은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약간의 연출이 가미된 어느 가수의 공연을 봤는데, 사람들은 막상 그 가수의 노래를 모르면서도 편히 즐기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다.
콘서트가 마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일명 '팬장사'라면, '퇴근길 오페라'는 누가 와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열린 작품'이란 게 이들의 이야기다. 사전 정보 없이도 음악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단다.
그런 점에서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유용했다. 공연은 세트 지하철에서 출발한다. 군중들의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곳으로 그 만한 공간이 있을 리 없다.
'퇴근길 지하철 집으로 가는 길에/ 술도 한잔 해서 여러모로 피곤한 저녁/(중략) 가끔은 생각해/ 나에게 무언가/ 특별한 행운이/ 찾아왔으면 하는 걸/(중략) 나의 서운한 오늘이 내일을 꿈꾸네….'(신치림의 노래 '퇴근길' 중)
전철 속 퇴근하던 샐러리맨은 술에 취해 있고, 그가 부르는 '퇴근길'은 왠지 더 애잔하다. 노래는 이렇게 적확한 장면마다 울려 퍼진다. '당신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 '출발', '굿나이트', '배낭여행자의 노래' 등 신치림의 노래가 관객들의 마음 속 가까이 다가선다. '퇴근길 오페라'에선 슬픈 노래도, 웃긴 노래도 모두 자연스럽다.
돌이켜보니 1920~50년대 사이 한국 가요계에서는 '음악극'이 보편적 장르로 통했다. 1950년대 이후로 도래한 TV와 영화의 시대가 차츰 음악으로부터 극을 앗아갔다.
'퇴근길 오페라'의 대본을 예능 프로그램 작가(황 작가)에게 맡긴 이유도 궁금하다. 윤종신은 "곧 예능 작가가 대중 예술계에서 중심에 서게 될 것"라며 "대중문화 그 어느 곳에서든 예능 작가의 감과 촉을 따라올 만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 < 1박2일 > 예능 프로그램을 맡았던 이우정 작가가 드라마 tvN < 응답하라 1997 > 을 썼는데, 그게 히트한 것도 예능 작가의 출현을 대외적으로 일러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세 가수들은 배우들과 더불어 연기도 해야 한다. 윤종신은 역무원으로, 하림은 하루 일과에 지친 말단 직원으로, 조정치는 하림이 재직하는 회사의 부장으로 각각 출연한다. 하림은 "또 어느 순간엔 종신 형과 (조)정치가 지하철 잡상인으로 등장해 서로 말다툼을 벌인 뒤 사라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순 없다. 조정치가 "나 빼고는 다 잘하는 것 같다"고 하자 윤종신, 하림도 기다렸다는 듯 똑같은 소리를 했다. 하림은 "노래를 부를 때면 다음 신을 생각해야 해서 그게 아직은 익숙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백(재현) 감독이 우리한테는 너무 관대한 것 같군요.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시키고, 안되면 과감해 빼버리고…. 하하"(윤종신)
조정치는 이번 실험이 신기하다고 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너무 무료하게 살았던 것 같다"면서 "(윤)종신, 하림 형이 세상과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 그건 참으로 색다르다"고 말했다.
세 가수는 자신들의 공연이 뮤지컬 < 넌센스 > 처럼 스테디셀러 공연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콘서트만이 존재하는 가요계에 또 하나의 공연 장르로 자리매김 된다면 더 없이 좋겠단다.
세 사람은 각자의 일도 소홀치 않는다. 윤종신은 31개월 동안 매달 '월간 윤종신'이라는 싱글 음반을 내놓고 있다. 최근엔 '월간 윤종신'이라는 무료 어플리케이션(앱)도 제작했다. 앱 속 윤종신은 가수이면서 웹진 편집장이고, 또 뮤직비디오 연출자다. 노래를 들려주고, 글을 쓰고, 사진도 찍어 보여준다. 자신만의 미디어를 갖고 싶다더니 결국 그러고야 말았다.
하림은 '도하 프로젝트'에 한창이다. 곧 철거되는 건물 현장을 젊은 예술가들에게 내어줘 맘껏 끼를 펼칠 수 있도록 하자는 문화 운동이다. 현재 금천구 옛 도하부대 자리에 커다란 예술 공간을 차렸고, 거기에서 아트 디렉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오갈 데 없는 젊은 예술가들이 도시 생태의 일부로서 여겨지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수 정인의 남자친구이기도 한 조정치는 기타 세션과 솔로 앨범 준비 등의 일로 바쁘다.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에 돈을 좀 벌고 싶다고 했다.

왼쪽부터 하림, 윤종신, 조정치. 프로젝트 그룹 신치림이 음악극 '퇴근길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 미스틱89

프로젝트 그룹 신치림이 음악극 '퇴근길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림, 조정치, 윤종신. 사진제공= 미스틱89

프로젝트 그룹 신치림이 음악극 '퇴근길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정치, 윤종신, 하림. 사진제공= 미스틱89

프로젝트 그룹 신치림이 음악극 '퇴근길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정치, 윤종신, 하림. 사진제공= 미스틱89
<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모바일 경향 [경향 뉴스진(News Zine) 출시!]| 공식 SNS 계정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 ⓒ 스포츠경향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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