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규정에 상처 남긴 '김연경 해외 진출'
소속 구단과 갈등을 겪어온 여자프로배구 '거포' 김연경(24)이 해외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대한배구협회 박성민 부회장은 22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연경에게 이른 시일 내에 1년 기한의 해외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문화부 김용환 2차관, 배구협회 임태희 회장,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 한국배구연맹(KOVO) 박상설 사무총장, 흥국생명 권광영 단장 등이 참석했다.

김연경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발표문의 주요 골자는 규정상 김연경이 흥국생명 소속인 점을 감안, 임대신분으로 계약하고 자유계약선수(FA)와 관련된 KOVO 규정을 3개월 이내에 개정하며, FA 규정은 6시즌으로 하되 선수가 원한다면 외국 진출이 가능하고 국내 복귀 후 잔여기간을 채운다는 것이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김연경의 해외이적 방안을 모색하라"는 일부 의원들의 주문에 '선(先) 외국 진출, 후(後) 제도 정비'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일사천리로 내린 것이다.
이로써 김연경은 외국에서 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강제적인 FA 규정 개정을 지시, 프로배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배구협회는 앞으로 손질할 FA 규정의 개략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6시즌을 뛰어야 FA 자격을 주는 현재의 틀은 유지한다. 대신에 이 기간을 다 채우지 않더라도 선수가 외국에서 뛰기를 원한다면 FA 신분으로 해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다만, 미처 채우지 못한 기간은 해외 활약을 마친 뒤 소속 구단에서 다시 채워야 한다.
국내에서는 6시즌을 뛰어야 FA가 되지만, 외국에 나갈 때는 이를 다 채우지 않고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FA 자격을 얻기까지 기간의 제한을 두는 목적은 선수에 대한 구단의 권리를 인정하고 무분별하게 선수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는 데 있다. 그러나 반대로 우수한 선수가 리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전혀 막을 수 없는 규정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그의 근간까지 흔들릴 우려가 있다.
배구단의 한 단장은 "1라운드 1순위는 1억2000만원의 입단 계약금을 주는 등 구단에서 투자를 하는데 선수가 원한다면 외국에 무조건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정치권이 프로스포츠에 개입해 일이 더 꼬이게 됐다"고 말했다.
중대한 결정에 대한 절차도 비판의 대상이다.
프로팀의 한 감독은 "규정을 손질하려면 KOVO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KOVO 사무총장과 흥국생명 단장 등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급하게 결정됐다"면서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사회에서 이런 규정을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 김창영 기자 boda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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