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벚꽃동산'

2012. 10. 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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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 깔린 무대의 끝 장면 여운 남겨 내년 2월엔 체호프의 나라 러시아서 공연

벚꽃잎 깔린 무대의 끝 장면 여운 남겨

내년 2월엔 체호프의 나라 러시아서 공연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벚꽃동산'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가장 많이 공연되는 체호프의 장막극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갈매기'나 '세자매' 등 다른 체호프의 장막극처럼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웃음을 싣고, 희망적인 여운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삶이 고되더라도 살아가는 것 자체에 대한 애착을 담아내는 결말이 많은 관객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널리 알려지고 자주 무대화되는 작품이니만큼 '벚꽃동산' 신작이 나오면 어느 배우가, 어떤 무대에서,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어떻게 해석해 그들의 대사와 심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묘사해 내는가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 위에 올려진 극단 맨씨어터의 '벚꽃동산'은 우선 무대가 돋보인다. 무대디자인은 지난해 같은 극단 제작의 '갈매기'에서 독특한 느낌의 4각 석판무대를 선보였던 정승호 디자이너가 다시 맡았다. 이번에는 잿빛으로 벚꽃나무 이미지가 그려져 있는 대형패널이 중심장치다. 이 패널을 무대 뒤에 매달고 이야기의 전개에 맞춰 위·아래로 경사를 조정해 가면서 움직여 각기 다른 분위기를 내도록 했다. 이 패널은 빽빽이 벚꽃나무가 들어선 모습을 연상시키는 듯한 무대 뒤의 회색빛 갈라진 커튼과 어우러지며 작품 속의 쓸쓸한 분위기가 절로 느껴지도록 했다.

인상적인 것은 무대 위에 엷게 쌓여 있는 벚꽃잎이다. 특히 마지막에 벚꽃동산 집의 하인인 늙은 피르스가 모든 사람이 떠난 후 하얀 벚꽃잎 위로 쓰러져 삶의 허망함을 얘기하며 죽는 모습이 여운을 남겼다. 피르스 역의 중진 탤런트 겸 배우 정동환은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임에도 그의 움직임과 대사 발성만으로도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짙은 적막감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좋은 연기를 펼쳤다.

작품에서는 또 벚꽃동산의 몰락한 지주 라네프스카야의 딸 아냐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아냐는 삶이 힘들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를 강하게 밖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인물로 묘사됐다. 그는 농노였다가 신흥부자가 되어 끝내 꿈에 그리던 벚꽃동산의 새주인이 된 로빠힌을 꽃으로 때리는가 하면, 좌절한 어머니 라네프스카야를 부여안고 "울지 마세요 엄마, 엄마 앞에는 아직 인생이 남아있고, 엄마의 아름답고 순결한 영혼도 남아있어요. 저와 함께 가요 엄마, 이곳을 떠나요! 우리 여기보다 더 아름다운 새 동산을 만들어요."라고 외친다. 최근 수년간 대학로에서 좋은 연기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미도 배우가 아냐 역을 잘 소화해 낸다.

그 외에도 최용민·김태훈을 비롯하여 대학로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좋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진에 합류한 것이 눈에 띈다. 오경택 연출이 지난해 극단 맨씨어터의 '갈매기'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다.

한편 이 작품은 내년 2월 초 '스타니슬라브스키 탄생 150주년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아 체호프의 나라 러시아 무대에 올려진다. 이 페스티벌은 체호프와 함께 현대 연극의 근간을 세운 러시아의 천재 연출가 스타니슬라브스키를 기리는 축제로 스타니슬라브스키가 생전에 연출 또는 출연했던 작품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러시아·미국·영국·일본·터키 등의 극단들이 참가하며 극단 맨씨어터는 모스크바에 있는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 무대 위에 우리말로 '벚꽃동산'을 올릴 예정이다.

◇ 연극 '벚꽃동산' = 극단 맨씨어터(대표 우현주) 제작.

줄거리: 넓고 아름다운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5년간의 파리생활을 청산하고 백야가 눈부신 5월에 벚꽃동산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이제 농노해방과 시대의 변화 속에 몰락한 지주일 뿐이다. 그는 빚더미에 올라 이자를 갚지 못하면 벚꽃동산은 경매 처분될 위기에 놓여 있다. 상냥하고 너그러운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과거 농노시절에 위로를 받았던 신흥부자 로빠힌은 빚더미에 오른 그녀를 위해 벚꽃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못한 라네프스카야와 그녀의 오빠 가예프는 옛 생각만 한 채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이 담긴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결국 벚꽃동산은 경매에 부치게 되고 이를 로빠힌이 사들이게 된다.

만든 사람들은 ▲작 안톤 체호프 ▲연출 오경택 ▲무대 정승호 ▲조명디자인 김광섭 ▲의상디자인 하네자(여성의상)·김영지/박소영(남자의상) ▲음악 김태근 ▲분장디자인 백지영 ▲소품디자인 권보라 ▲음향디자인 지승준 ▲안무 천창훈 ▲마술지도 정동근 ▲무대감독 박용수 ▲조연출 전윤환.

출연진은 정동환·박호산·이석준·우현주·전미도·정수영·김태훈·정승길·최용민·권지숙·이재인·박채원·신용진·유준원·황이건·안종철.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오는 28일까지. 공연문의는 ☎02-515-0314.

ringcyc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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