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 밀집 여수산단도 유독가스 누출위험 상존
국내 최대 '석유화학 콤비나트'를 이루고 있는 전남 여수국가산단도 최근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잇따르는 등 가스 누출위험이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시는 9일 현재 여수산단 내에 구미의 '불산가스'보다 더 독성이 강한 '포스겐가스'를 취급하는 업체가 6곳에 달하고, 155개 업체에서 독성의 유무를 떠나 염산·황산·불산·가성소다 등을 연간 1억900만8000여t 유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들의 유독가스 누출사고도 잦은 상황이다. 지난 6월19일 오후 2시50분쯤 금호미쓰이화학(주)에서 포스겐가스 5㎏가량이 누출돼 작업 중이던 근로자 8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사고가 한낮에 발생한 데다 누출량이 적어 대형참사는 면했으나, 자칫 많은 인명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컸다고 시 측은 전했다. 이날 금호미쓰이 측은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 2시간 후에야 사고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포스겐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 때 대량 살상무기 제조용으로 개발한 '무색 기체'로 독성이 매우 강해 마실 경우 몇 시간 내에 질식사하는 유독가스다.
지난 6월7일에는 한국실리콘(주)에서 구토와 두통을 유발하는 '트리클로로실란(TSC)'이란 유독성 가스를 다량 유출시켜 근로자 64명이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실리콘은 여수산단에서 유일하게 연간 30t가량의 불산을 취급해 위험이 상존하는 것으로 시 측은 분석했다.
1994년 9월8일에는 화인케미칼(주)에서 포스겐가스 400㎏이 누출돼 3명이 숨지고, 50여명이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잦은 유독가스 누출사고로 여수산단 주변 마을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김모씨(67·여수시 삼일동)는 "평소에도 날씨가 흐리면 매캐한 악취가 방 안까지 스며들어 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번 구미의 불산 사태를 보면서 불안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수산단 주변 1㎞ 안팎에는 삼일동 1800여가구와 묘도동 1300여가구, 주삼동 두암마을 80여가구 등 모두 320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나영석 기자 ys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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