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옆집 아저씨의 성폭행, 무슨 대책이 있을까?

박현석 기자 입력 2012. 9. 29. 13:39 수정 2012. 9. 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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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써야 할 몇 가지들

저는 이제 막 50일이 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아버지가 되고 나니, 아이들 대상 범죄가 이전보다 조금 더 나쁘고, 더 싫게 느껴졌고, 사실 그래서 조금 더 무거운 마음으로 취재에 임했습니다.

고민도 더 많이 했습니다. 이 사건이 보도됨으로 인해 안 그래도 충격을 심하게 받았을 피해 아동들이 또 충격을 받지는 않을까, 어차피 범인도 붙잡은 마당에 그냥 조용히 묻어두는 편이 여러모로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점, 이웃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로 같은 층 옆집에 사는 인간이 그랬다는 점, 이불에 싸서 아이를 옮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떠오를만큼 기사에 언급하지 못 할 정도로 엽기적인 내용이 포함된 점 등 기사를 써야하는 이유도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같은 종류의 끔찍한 사건이 더 일어나지 않도록 이 일을 알리고 검찰과 경찰도 대책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예방에 더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를 접촉하는 등의 무리한 취재 대신, 내용과 함께 주민들의 얘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애석하게도 이제는 이웃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문을 열어놓고 살아서는 언제 어떤 범죄에 노출될 지 모릅니다. 얼마 전에 취재했던 인천 구월동 원룸 성폭행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성 셋이 살면서 열쇠는 하나 뿐이다보니, 새벽에 들어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 놓고 자는 바람에 범인이 더 쉽게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여성들과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특히 문단속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 언제 어디서든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도록 남녀노소 모두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경우 112 신고는 모두 세 번 접수됐다고 합니다. 다급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가장 먼저 신고했고,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주민들이 한 차례, 범인과 마주친 아이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주변 순찰에 나섰기 때문에 범인이 얼마 못 가 붙잡히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위치가 정확히 전달됐더라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초기에 경찰이 위치 파악에 애를 먹었던 모양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사자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신고 정신이 더 투철해야 하겠습니다. 초기에 아이들이 반항하는 과정에서 동네가 시끄러웠던 모양이었지만, 그냥 부부싸움이었겠거니 하고 넘어간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만약 부부싸움이 아니라,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라는 걸 알았다면 누구든지 신고를 더 빨리 했을 겁니다. 워낙 흉흉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지라 이제는 경찰이 조금 더 수고스럽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채 신고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실 경찰이 방범 비상령을 선포하고 순찰을 강화한다고는 해도, 옆집의 변태 아저씨까지 차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모든 건물을 내부까지 돌아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번 경우에는 성범죄 전력도 없어 경찰의 관리 대상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그저 PC방을 운영하는 피의자가 평소 아동 음란물을 자주 접했을 거라는 추측과 함께 술을 많이 먹은 상황이었다고 범행 동기 부분을 설명했습니다. 물론 게임이나 음란물이 범행을 직접적으로 유발했을리도 없고, 술을 먹었다고 잘못이 감경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술 때문이라면 그런 사람은 술을 먹는 것 자체가 강력범죄와 맞먹는 잘못이 될 겁니다.

범인은 하의를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도망을 치다가 붙잡혔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 그 상태 그대로 데려다 놓고,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하는 형벌을 줬으면 좋겠지만 피의자도 인권은 지켜줘야 하겠죠? 뜨거운 울분보다는 차가운 이성으로 예방을 생각해야 할 때인 듯 합니다.박현석 기자 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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