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해석 부적절했지만 원심 확정"대법 '곽노현 유죄' 아리송한 판결

입력 2012. 9. 27. 20:40 수정 2012. 9. 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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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계 "법리 바뀌면 파기환송 원칙"

형 확정을 서둘렀나 의구심 일어

대법원은 27일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 사건에서 1·2심과는 다른 법리를 대면서도 유·무죄 여부와 형량에서는 같은 결론을 냈다. 중요한 법리 오해가 있을 때는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원심이 다른 법리에 근거해 채택한 사실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또 공직선거법 232조 1항2호(사후매수죄)에 대한 곽 교육감 쪽의 위헌 주장을 판결문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 법리를 오해했지만 파기환송은 필요 없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인 사후매수죄의 해석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이 죄를 단순 고의범으로 본 원심과 달리 "목적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목적범으로 보게 되면 단순 고의범의 경우보다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대가를 지급한다는 '목적'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며, 돈을 주고받은 행위나 그에 대한 인식(고의)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목적성을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도 "원심이 사후매수죄를 목적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지만, 원심의 판단은 결국 곽 교육감이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경쟁후보였던 박명기씨에게 2억원을 제공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유죄 확정의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하면서 원심의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심의 사실만으로도 그런 '목적'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리 오해가 있다면 법률심인 대법원이 아니라 사실심인 하급심에서 법리에 맞게 다시 심리하는 게 옳다는 비판이 많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가 바뀌면 파기환송해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1·2심에선 목적범이 아니라고 못박고 심리를 하는 바람에 목적 여부가 전혀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함께 기소된 강경선 방송대 교수에 대해선, 사후매수죄에 대한 법리 오해를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곽 교육감에게만 파기환송 대신 형 확정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 사후매수죄 위헌 주장 조목조목 반박

대법원은 판결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사후매수죄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나하나 판시했다. 합리적인 해석 기준을 쉽게 도출해낼 수 있고 자의적 해석의 우려도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으로서는 곽 교육감 쪽의 위헌 주장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서는 유·무죄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곽 교육감 쪽이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터여서, 헌재에서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재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도 안게 됐다. 헌재가 결정할 문제를 앞서 판결했다는 점에서, 헌재와의 관계도 한층 껄끄러워질 전망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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