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만 갚는 신용대출, 가계부채 부추겨

성선화 2012. 9. 2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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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매달 이자만 갚는 우리나라 특유의 신용대출 상환방식이 가계부채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본지가 시중은행 6곳의 신용대출(마이너스 대출 제외)을 분석한 결과,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만기 일시상환' 비율은 약 90%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자 10명 중 9명은 매달 이자만 내다가 만기 때 원금을 갚는 셈이다.

은행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가는 '원금 분할상환'의 비중은 상당히 낮았다. A은행은 만기 일시상환 비율이 93.1%에 달했다. 이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4조 9664억원 중 4조 6250억원이 만기 일시 상환식이다. B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분할 상환 비중은 9.5%(986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인 90.5%(1조 134억원)가 이자만 갚다가 만기 때 원금만 갚게 돼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문제다. 이것도 만기 일시상환과 같은 방식이다. 6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액은 만기 일시상환액과 비슷하거나 많았다. B은행은 마이너스 대출액이 2조 4063억원으로 만기 일시상환보다 1조 3929억원이나 많았다. 결국 신용 대출자 중 극히 일부만 대출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대출은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을 차지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6월만 신용대출 규모는 약 460조원. 약 512억원인 부동산 담보대출액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신용대출은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대출해준 것으로 리스크가 보다 크다.

이런 우리나라 특유의 상환 구조가 가계부채의 치명적 결함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은 대부분 원금을 함께 갚아가는 구조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미국에선 이자만 갚은 구조는 극히 일부"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이런 방식이 급속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외국계 은행은 분할 상환 방식이 높은 편이다. 외국계 C은행은 원리 균등(거치식 포함) 상환 비율이 49.1%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장인 신용대출로 4000만원을 빌리면 매달 20만원(연 6% 금리)만 갚으면 된다"며 "이런 상환방식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선화 (jes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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