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 접시꽃
우리나라에는 4000여종의 자생식물과 500여종의 외래식물이 산천에서 자라고 있으며 수많은 작물이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특히 소박하면서도 강인하고 끈기 있는 자생화보다 외래 화초가 정원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접시꽃은 꽃잎이 매우 크고 화려하며 일부 정원이나 식물원에서만 재배되고 있어 최근 유입된 외래화초로 생각하기 쉽다.
접시꽃의 학명은 `Althaea rosea'이며 서울지방은 어숭화, 북한에서는 접두화, 둑두화, 덕두화, 단오금 등으로 불린다. 표준말은 접시꽃이지만 약 1200년 전 신라시대에는 촉규화(蜀葵花)라 불렸다 한다.
접시꽃은 중국산 2년생 초본으로, 관상용으로 심으며 높이가 2.5m에 달하고 원줄기는 녹색이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잎자루가 길고 원형이다. 가장자리는 57개로 얕게 갈라지며 톱니가 있다. 6월경에 잎겨드랑이에서 짧은 꽃자루가 있는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꽃잎도 5개가 기왓장처럼 겹쳐지며 가지각색의 꽃이 핀다. 하나로 붙은 수술의 꽃밥이 밀집되어 있으며 암술대는 1개이지만 끝에서 여러 개로 갈라지고 접시 같은 열매가 달린다.
접시꽃은 인류가 이용한 가장 오래된 꽃 중 하나로 중국에서는 기원전 2세기 경 문헌에 접시꽃이 등장하고, 이집트에서는 허브 종류로 키워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접시꽃은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전파됐으며 영국인들은 지금도 접시꽃을 즐겨 심는다.
접시꽃에는 디벤졸카르비놀과 디하이드로캠페놀, 허바신 등의 성분이 들어 있고, 뿌리는 촉규근(蜀葵根)이라 하고 펜토산, 메틸펜토산이 함유돼 있어 대하, 토혈, 혈뇨, 이질, 이수, 말라리아, 두통, 임병, 변비, 이뇨, 옴, 등에 효능이 있다. 특히 점액이 있어서 점막염의 자극완화에 효과가 크다. 한약 이름으로 씨는 촉규자, 백색 꽃은 백규화, 적색 꽃은 적규화라고도 한다.
신라의 문인 최치원은 중국 유학시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촉규화 시를 지었는데 본인 신분이 육두품이고 외국인으로서 차별을 받는다는 한을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퇴계 이황의 유일한 스승인 송재 이우의 시에 `서쪽 담 아래 대나무 사이로 촉규화를 옮겨 심으니'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사대부가에서도 널리 심어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접시꽃이 만발하고 있다. 최치원 선생의 촉규화 시에 나오는 `천한 땅에 태어난 것 스스로 부끄러워(自慙生地賤)하며,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堪恨人棄遺)'라는 구절을 되새기며 오늘도 공평하게 사심 없이 살아가고자 마음을 다잡아보면 좋겠다.
이상명 박사(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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