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창구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보관 '딜레마'

백영미 2012. 9. 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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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빠른 수사를 위해 문자메시지 보관 기간 의무화 혹은 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정보보호 침해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학생 김 모 양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하면서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동네 오빠랑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폭력서클 '일진'의 미움을 샀다. 친구들은 김양을 밖으로 불러내 괴롭히는가 하면 '카카오톡 집단 대화방(카톡방)'에 초대한 뒤 욕을 하고 '왕따'를 시켰다.

놀란 김양의 부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증거 자료로 제출하려던 채팅 내용이 삭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김양이 카톡방의 채팅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채팅 내용을 삭제한 지 8일이 지나 삭제된 채팅 내용을 복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 양의 부모는 하는 수 없이 김양이 카톡방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은 날짜와 시간이 담긴 '로그' 기록만을 경찰에 제출해야 했다.

카카오톡 운영업체 카카오에 따르면 문자메시지 내용은 카카오톡 서버에 보통 1주일간 보관된다. 로그 기록은 통신보호비밀법에 따라 3개월간 보관된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메시지량이 많다보니 영구보관하기는 힘들다"며 "보통 메시지 내용은 1주일간 보관되지만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카오톡을 통한 욕설과 집단 따돌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문자메시지, 사진보내기 등이 무료인 카카오톡을 학교 폭력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여고생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언어폭력을 당한 뒤 아파트 11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때문에 일부에서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보관 기간을 늘리거나 의무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한 뒤 피해자의 증거 제출과 경찰 수사의 편의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학교폭력 등 범죄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메시지 보관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업체가 메시지 보관 기간을 1주일로 정한 것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문제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통신보호비밀법상 통화시작·종료시간, 위치추적 정보 등은 보관이 의무화돼 있지만 통신내용에 대한 별도 규제는 없다.

이 관계자는 "메시지 보관이 의무화될 경우 통신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표현의 자유 등을 강조해 온 정책 기조에 따라 야당은 반대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진보넷 관계자는 "메시지 보관을 의무화 하면 수사의 편의성은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을지 모르나 개인에 관한 기록들이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가 경찰수사를 위해 개인정보인 메시지를 보관할 근거는 없다"며 "필요이상의 정보 수집도 개인정보 유출사고의 원인이 되는 만큼 필요한 한도 내에서 보관해야 한다. 학교폭력 등 사건이 발생하면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카카오톡 메시지 보관 의무화 의견이 이해는 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은 입법 당시 통신비밀보호 즉, 개인정보보호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이통사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일면서 2005년부터 메시지 내용을 보관하지 않고 있다"면서 "카카오톡 메시지 보관을 의무화하면 개인정보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라는 가치가 정면충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예방 차원에서 입법을 해도 어느 법에 담아야 하고, 얼마나 보관해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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