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가해자의 한 집에.. 아동·청소년 2차 피해 노출


아동ㆍ청소년 성폭력 피해는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아는 사람,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에 의해 자행되는 일이 많은 게 현실이다. 더욱이 이러한 성폭력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돼 성학대나 다름없고 또 다른 2차 성폭력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게 문제다.
올 2월 서울에서 또래 남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A(16)양. 경찰이 A양을 성폭행한 남학생들을 구속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이 사건은 A양에게 두 번째 피해 사례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5년 간 아버지의 성폭력 속에 고통의 날을 지낸 그는 2009년 아버지가 구속되자, 아버지와 이혼해 서울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찾았다.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기거하며 새 삶을 살아보려던 A양이지만 어머니도 생계를 잇기 버거운 상황에서 제대로 된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보호시설에서 만난 또래 남학생들에게 '행실이 나쁜 애'라는 인식이 심어졌고, 결국 또다시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강인수 중앙아동전문기관 과장은 "아동ㆍ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친ㆍ의부, 친인척으로부터 성 학대를 받게 되면 이성과 관련된 모든 것에 반감을 갖게 되거나, 반대로 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변해 죄의식을 잃어버리는 양상을 띄게 된다"고 진단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B양(17). 술만 마시면 짐승으로 변해 딸을 추행한 아버지가 2009년 법원 판결에 따라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또 다시 같이 살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 B양은 아버지가 올해 또 다시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을 성추행하자 선택한 건 가출. 실종 신고를 접수 받은 경찰은 어렵사리 B양을 찾았다. 상담 중 B양의 2차 피해 사례가 밝혀졌고 아버지는 올해 7월 또 다시 구속 됐다. B양은 지금도 가족의 연락도 기피한 채 아동청소년 보호쉼터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지로부터 피해를 입은 아동ㆍ청소년들은 보호받을 곳을 찾지 못하는 데다 수치심과 협박 등으로 자신만의 문제로 간직하는 사례가 많다. 그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큰 아버지(58ㆍ구속)로부터 2005년부터 매주 1~3차례 성폭행을 당해온 여고생 B(17)양은 경찰에서 "가족간 문제가 생기는 걸 원치 않아 식구는 물론 학생생활에서도 철저히 비밀로 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지적 장애 청소년(16ㆍ여)이 한 마을에 살고 있는 3명의 남성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례가 서울의 한 장애인 센터에 접수 됐다. 이 피해 청소년의 경우도 자신을 보호해 줄 아버지도 알코올 중독자라 제대로 보호ㆍ관리를 받지 못해 이처럼 지속적인 고통을 받아왔다. 조승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보호기관 과장은 "피해 학생이 제대로 된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주변 사람에게 속된말로'만만한 가정', '이미 버려진 아이'라는 이미지로 노출됐을 때 또 다시 성폭행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친지에 의한 아동ㆍ청소년들의 지속적 성폭행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학교, 병원 등 지역 사회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아동전문기관의 강 과장은 "현재 시도 단위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45개밖에 없다는 게 문제고, 피해자가 해당 지역에서 보호받을 시설이 없다 보면 다른 지역에 이동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아동ㆍ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똑 같은 진술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괴로움 때문에 신고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 과장은 "아동ㆍ청소년 성범죄는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친권 의식이 강한 우리 현실에서 아동보호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2차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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