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서울 첫 재판서 '수화통역 불허'
"청각장애인 배려 없어"…法 "시간 두고 긍정 검토"
【서울=뉴시스】천정인 기자 =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이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방청하러 온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설명을 허가해주지 않아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부장판사 성지호)는 4일 이른바 '도가니 사건'의 피해자 진모씨 등 8명이 "국가가 책임을 외면하고 사건을 오랜 시간 방치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6월 광주시 등 피고 측의 요청에 따라 이 재판을 광주지법으로 이송결정 한 바 있지만 항소심에서 취소돼 다시 재판을 담당하게 됐다.
이날 법정에는 청각장애인 10여명이 방청객으로 참석했고, 변호인 측은 "장애인들이 이 사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사법 서비스 차원에서 법정 내 수화 통역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청객 중에는 원고 당사자가 없고, 이미 원고대리인인 변호사가 출석해 있어 수화통역이 필요한 사유가 아니다"며 변호인 측의 요청을 불허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방청하러 온 청각장애인들을 배려해 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변호인 측은 "모든 법정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은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재판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려는 공개재판의 취지를 살린 것"이라며 "청각장애인에게 마이크와 같은 수화통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이같은 공개재판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각장애인들의 방청이 갑작스럽게 결정돼 미리 재판부에 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갑작스러운 신청을 받아들일 지는 재판장에 결정 권한이 있지만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었던 결정 같아 상당히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 측은 신뢰성을 확인할 수 없는 원고 측의 수화통역을 '정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원고대리인 측이 재판부에 수화 통역에 대한 허가를 정식으로 요청한 이상 재판부로서도 정식으로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며 "원고 측 통역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고 통역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어 쉽사리 통역을 허가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당사자가 아닌 이상 진행하려던 재판을 멈추고 통역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재판부 역시 수화통역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신청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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