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충격에 부활한 '사형집행 논란'

입력 2012. 9. 4. 03:13 수정 2012. 9. 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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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가족 "그들이 감옥서 발뻗고 자는게 정의인가"
집행 안한지 15년.. 靑 "사회적 합의 필요한 사안"

[동아일보]

경기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해범 오원춘, 경남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범 김점덕, 제주 올레길 관광객 토막 살해범 강성익, 두 아이의 엄마 성폭행 살인범 서진환, 그리고 나주 7세 여아 납치 성폭행범 고종석까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에 '야만의 기억'을 일깨운 이름들이다.

최근 연이은 흉포한 범죄에 분노한 시민들 사이에서 15년 가까이 중단된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흉포하게 목숨을 앗은 범죄자는 법이 정한 대로 죗값을 치르게 해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범죄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8월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집에서 서진환이 휘두른 흉기에 아내를 잃은 남편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범인을 사형시킨다고 가슴의 응어리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야만 아내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영철 강호순 같은 사람은 감옥에서 빈둥빈둥 먹고 놀며 발 뻗고 자고 유족은 국가의 처분만 기다리며 평생 상처와 싸워야 한다면 그게 과연 인권이고 정의인가"라고 되물었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성난 누리꾼들은 "왜 국가가 법을 어기고 장기간 세금으로 사형수를 먹여 살리느냐. 당장 사형을 집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 카페 여성 회원 20여 명은 2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집회를 열고 "인권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지 짐승 같은 범죄자들에게는 필요 없다"며 사형 집행을 촉구했다.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도 '사형 집행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서명운동을 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숙명여대 법학과 이영란 교수는 "사형은 재범을 막는 완벽한 대책"이라며 "사형제가 합법적인 형벌인 이상 정부가 집행을 미루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사형 집행한 이후 15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복역 중인 사형수는 60명으로 늘었다. 최근 10년간 강력범죄는 84.5%나 증가했다.

헌법 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2010년 2월 헌재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범죄에 대한 응보형으로 고안된 필요악으로, 여전히 제 기능을 한다"고 결정했다. 1996년에 이어 두 번째 합헌 결정이었다.

하지만 사형 반대 의견도 여전히 거세다. 진보단체와 상당수 종교계 인사들은 "범죄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사형의 범죄 억지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995년에 19명, 1997년에 23명을 사형 집행했지만 1996년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은 6% 늘었고, 1998년에도 전년에 비해 살인이 17% 증가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형 집행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2010년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 의사를 밝혔지만 반대 의견에 밀려 곧 흐지부지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일 "사형 집행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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