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개국 300만 신도 통일교 창시한 문선명 총재 별세



"이단, 사이비는 내 이름 앞에 붙는 고유명사였습니다. 아니 내 이름 문선명은 이단, 사이비와 똑같은 말이었습니다. 이단이니 사이비니 하는 접두사 없이 그냥 이름만으로 불려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2009년 출간 자서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중에서) 3일 별세한 문선명 통일교 총재는 이름 석 자만 말해도 세상이 와글와글 시끄러워지는 '논쟁적 인물'이었다. 통일교를 창시한 1950년대부터 국내에서 '이단과 사기꾼'이라는 공격을 받았는가 하면, 외국에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인이라는 명암이 존재했다. 그는 1976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선정된 '올해의 인물'이기도 했다.
◆ 열여섯살 때 계시 받아고인은 평북 정주군 기독교 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열여섯 살 무렵 열세 남매 중 다섯 명의 동생들이 한꺼번에 세상을 떠나자 존재에 대한 깊은 의문을 품었으며, 그해 부활절날 기도하던 중 예수에게서 특별한 사명과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 경성상공실무학교를 나온 그는 1941년 일본 와세다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귀국 후 평양에서 전도를 시작했으나 남한 스파이로 몰리며 흥남감옥에 수감됐다. 6ㆍ25전쟁 발발 후 부산으로 피란을 간 그는 그곳에서 전도를 계속했고 1954년 서울 성동구 북학동 한 가정집에서 신흥종교인 통일교를 세웠다.
통일교는 1970~1980년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신도 수는 194개국에서 300만명이 넘는다. 1958년 선교를 시작한 일본의 교세가 가장 크며, 신도는 50만명이다. 국내 신도는 20만명으로 추산된다. 통일교에서 '축복식'이라고 불리는 합동결혼식은 문선명 총재가 직접 미혼자 중에서 결혼할 쌍을 결정해 논란을 빚었다.
문 총재는 생전 여섯 차례나 옥고를 치렀으며 평생 이단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자신을 '재림 메시아'로 보는 교리 때문에 국내 기독교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자서전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당하신 것은 하나님의 예정된 뜻이 아니다"며 "만일 그때 이스라엘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였다면 동서양 문화와 종교가 하나가 되는 평화세계를 이루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인은 1990년에는 모스크바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났으며, 이듬해인 1991년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을 만나 대북 사업을 논의했다.
그는 김일성을 만난 자리에서 나선 경제무역지대,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등 대규모 대북 사업에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달러에 목말랐던 북한이 거액을 약속한 현대아산과 손잡으면서 통일교의 금강산 개발 꿈은 깨지고 말았다.
고인은 1999년 남북 합작으로 평화자동차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현재 연간 2000여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에도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33)이 방북해 조문했다.
◆ 수조 원대 사업가 그는 종교지도자로서뿐 아니라 자산 규모 수조 원대 사업가로도 수완을 발휘했다. 통일그룹 산하 계열사는 굵직한 것만 국내 13개로 자산가치만 1조8000억원대에 이른다. 용평리조트와 일화가 자산 비중 70%를 차지한다. 세계일보와 리틀엔젤스 예술단, 유니버설 발레단, 선문대, 선화예술중ㆍ고교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여수 일대에 1조원을 투자한 '여수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해외 사업은 국내보다 자산가치가 몇 배나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수산물 사업을 비롯해 브라질과 우루과이에 개발권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타임스와 UPI통신, 미국 브리지포트대 등도 운영한다.
통일교 관계자는 "문 총재 이름으로 된 부동산은 없고 제자들 이름으로 모두 법인화돼 있어 상속ㆍ증여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고인은 1960년 40세에 23세 연하 한학자 씨와 재혼했으며 슬하에 7남6녀를 두고 있다. 장남과 차남, 6남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 종교는 7남, 사업은 4남이 후계자'종교' 영역에서 이미 2008년 후계자로 낙점된 7남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철학)와 대학원(비교종교학)을 졸업했다. 현재 서울 용산 통일교 세계본부교회인 천복궁 천심통일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사업은 4남 문국진 통일그룹 회장(42)이 맡고 있다. 통일교 관계자는 "한학자 여사가 최근 문 총재와 함께 공동총재직을 맡은 만큼 두 아들과 함께 종교와 사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창시자 타계로 구심점을 잃게 된 통일교는 상당 부분 교세가 위축될 전망이다. 일본에서도 통일교 신도 납치 문제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국내외 신도 수도 침체 상태다. 3남 현진 씨와의 법정 공방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장례식은 15일 오전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다. 장지는 가평 송산리 천성산. 북측이 조문단을 보내올지 주목된다. 빈소 (031)589-8770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