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때문에 나주초등생 A양 집까지 매장돼"

입력 2012. 9. 3. 11:39 수정 2012. 9. 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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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언론 무분별한 피해자 노출' 질타 "피해자 집 약도까지 공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전남 나주의 7세 어린이 납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A양의 집과 사생활 등이 언론에 의해 무분별하게 노출돼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피해자의 부모가 "나주 바닥에서 더 못살게 될 정도로 매장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일보의 광주총국장인 이해석 기자는 3일자 신문 '현장에서'라는 칼럼 < "이집 딸" 적나라한 나주 사건 현장 '경악' > 에서 과거 사건과는 달리 7세 어린이 납치 성폭행 사건의 현장 전남 나주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장검증 때의 몇 시간을 제외하면, 피해자 집안에 경찰관이 배치되기는커녕 그 흔한 폴리스라인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언론의 무차별적인 현장 왕래와 접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일 오후 A양 집 앞에는 취재진은 물론 길 가던 행인들까지 호기심에 유리 문과 창 너머로 안을 기웃거렸다.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사건 발생 첫날과 둘째 날은 더했다. 어린이의 부모가 병원에 가 있고, 경황이 없어 문단속을 못한 상황에 경찰마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다. 그 결과 집 안의 어지러운 모습 등이 언론을 타고 그대로 전국에 노출됐다. 심지어 A양의 일기장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이를 본 이웃 주민 박아무개(47)씨는 "범인 잡는 것만이 경찰의 임무입니까. 피해자 가족 보호는 안중에도 없느냐고요"라고 언성을 높였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전남 나주 납치 성폭행사건 피의자 고아무개(23)씨가 지난 1일 오전 열린 현장검증에서 피해자 A(7)양의 집에 침입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 어린이와 가족의 신원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며, 그 상식을 따르느라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사건 발생 장소의 구체적 지명을 드러내지 않고, 현장 약도를 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지만 지금 A양이 누군지, 집이 어딘지는 공공연한 비밀이 돼 버렸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그 책임에 대해 이 기자는 "경찰 책임도 크지만, 일부 언론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며 "범인의 이동경로를 보도한답시고 항공사진까지 동원한 상세 지도를 그려 넣고 A양의 집까지 버젓이 표기한 것"이라고 지목했다. 결과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아이가 이 집 딸'이라고 알려주는, 정도를 벗어난 친절을 베풀었다고 이 기자는 꼬집었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시에서 발생한 조두순 사건 때와는 딴판이라는 것.

피해자 A양의 아버지는 "나주 바닥에서 더 이상 못 살게 됐어요. (범인에게) 얘가 당하고, 우리(부모)까지 매장당하고…"라며 "다른 자식도 키워야 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차라리 모든 것(아이 납치 및 성폭행 사건)을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게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고 지인에게 토로했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이 기자는 "나주 성폭행 사건의 피해 어린이는 물론이고 가족들마저 심각한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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