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린이 성범죄자' 절반 집행유예로 풀려나

입력 2012. 9. 3. 08:30 수정 2012. 9.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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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간 등 중범죄 실형은 늘어

양형기준 준수율 79%로 '뚝'

성폭력범 검거 2만명 첫 돌파

나주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이런 범죄의 집행유예 선고율은 되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비율 역시 높아졌다.

지난달 3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2012년 전국 형사법관 포럼' 발표 자료를 보면, 13살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은 2010년 41.3%에서 지난해 48.1%로 증가했다.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의 절반 가까이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이다. 전체 성범죄자의 집행유예 비율도 2010년 38.8%에서 2011년 40.4%로 소폭 상승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범죄의 집행유예가 늘어나는 건 성범죄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 강제추행 등 과거 성범죄로 여기지 않던 부분이 성범죄로 받아들여지면서 전체적으로 집행유예가 늘었지만, 중범죄는 실형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어린이 대상 성범죄 가운데 성폭행(강간)과 같은 중범죄는 집행유예 비율이 줄었다.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인 강제추행은 집행유예 비율이 2010년 51.1%에서 2011년 60.9%로 늘었지만, 성폭행은 집행유예 비율이 2010년 4.7%에서 3%로 줄었다. 성폭력으로 상해가 발생한 범죄 역시 2010년 20%가 집행유예였지만, 2011년에는 그 절반인 10.5%만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중범죄의 경우 비록 집행유예 비율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중대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상당수가 여전히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는 것이다. 이경환 변호사(한국성폭력상담소 정책자문위원)는 "대법원 양형기준의 집행유예 기준이 모호하고 재판부의 역량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형량 강화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성폭력 범죄사건에서 실형선고율을 높여 처벌의 확실성을 높여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량 면에서도 법원의 성범죄 처벌이 강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최근 잇따른 성범죄로 양형기준(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해둔 것)을 높였지만, 오히려 양형기준 준수율은 떨어졌다. 2009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범죄 양형기준 준수율은 90% 수준이었지만, 성범죄는 2009년 하반기 88.6%, 2010년 86.6%, 2011년 79.1%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양형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것으로, 사회적 요구에 따라 강화된 양형기준이 정작 실제 재판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지난해 성폭력범 검거 인원이 처음으로 2만명을 넘었지만, 이 가운데 불구속이 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2년도 대한민국 재정' 보고서에 나타난 여성가족부 자료를 보면, 성폭력범 검거 인원은 2010년 1만9712명에서 2011년 2만159명으로 2.27%가 늘어난 반면, 구속 건수는 2010년 2973명에서 2011년 2612명으로 12.14% 줄었다. 검거 인원의 87.04%에 이르는 1만7547명은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부산/박태우 기자, 이유진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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