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나주 주민들 "저게 짐승이지 사람이냐"

입력 2012. 9. 1. 18:20 수정 2012. 9. 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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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주 어린이 성폭행 피의자 고씨 현장검증

마네킹 들고 나오는 고씨에 라이터 던지기도

" 모자를 벗겨라. 얼굴을 보여줘라."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고아무개(23)씨가 1일 오전 11시20분 현장검증을 위해 피해자 ㄱ양의 집앞에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주민들의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저게 짐승이지 사람이냐, 돌로 쳐죽여라"

 주민들은 한적한 시골 동네를 발칵 뒤집어 놓은 고씨를 향해 치를 떨었다. 경찰은 격앙된 주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폴리스라인에 있는 기동대원들을 앉도록 해 잠깐 시야를 열어주었다. 하지만 '짐승'의 얼굴을 보려고 몰려든 주민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누군가가는 끝내 피해자의 집 안에서 마네킹을 들고 나오는 고씨를 향해 라이터를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한시간 동안 나주시 영강동의 동네 피시방, 피해자의 집, 영산대교 아래 등 3곳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현장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일대 도로와 둑방은 몰려든 주민과 취재진, 경비경찰 등이 뒤얽혀 큰 혼잡을 빚었다.

현장검증은 오전 11시 정각 나주시 영강동 한 피시방 앞에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피의자 고씨가 호송차량에 실려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고씨가 피시방 앞에 도착하자 주민들도 가까이 다가갔다.

 몰려든 주민과 취재진이 뒤엉키면서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2층에 있는 피시방 계단으로 고씨를 데려가는 것이 어려워지자 진입을 단념하고 피해자 ㄱ양의 집으로 이동했다.

 이 사이에 애초 200여명이던 주민들은 500여명으로 불어났다. 피해자의 집이 있는 영강네거리 굴다리 부근은 인파로 빼곡하게 드러찼다. 고씨는 방 안에 잠들어 있던 ㄱ양을 이불에 싼 채 골목길로 납치하는 당시의 상황을 무표정하게 재연했다. 주민들은 땡볕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씨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을 떼지 않았다. 간간히 "네가 인간이냐"라는 막말이 터져나왔다.

 학원강사 노아무개(29·여)씨는 "동네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심장이 벌벌 떨렸다"며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해 다시는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자리를 지키던 주민들은 고씨가 300m 가량 떨어진 성폭행 장소인 영산강 영산대교로 향하자 경찰 동선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 고씨가 영산강 둔치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주민들은 '얼굴을 공개하라"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영산대교 아래로 진입하는 좁은 통로에서 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인간띠를 만들어 주민을 통제했다. 이어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유기했던 영산대교 아래 현장검증을 10분 만에 서둘러 마쳤다. 시간이 길어지면 격앙된 주민들 사이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다리 아래 컴컴한 공간에서 피해자 ㄱ양을 성폭행한 뒤 내버려두고 도주하는 상황도 태연하게 보여줬다.

주민 조아무개(58·여)씨는 "끔찍한 성폭행을 저지른 놈들은 돌로 쳐죽이든 거세를 하든 본때를 보여야 한다"며 "그래야 두려워서 몹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장승안(73)씨도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할 정도로 부끄러운 사건이 동네에서 벌어져 유감"이라며 "가해자한테 욕설만 퍼부을 게 아니라 피해자를 보살피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나주경찰서는 이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평소 일본 음란물을 즐겨보던 고씨가 피해자 ㄱ양의 언니를 노리고 집에 갔다가 문쪽에 잠들어 있던 ㄱ양을 납치해 성폭행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주/안관옥 기자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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