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핀란드에서 온 '주모' 따루 살미넨씨

강진욱 2012. 8. 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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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어떤 인연인지 몰라도 어떻게 하다 보니 한국에 오게 됐어요. 고향 이름이 '코리아'(Koria)여서 그런가."

1998년 한국에 처음 왔다 사람과 음식 등 '한국의 모든 것'에 매료돼 2006년 눌러앉은 핀란드 여성 따루 살미넨(36)씨는 24일 인터뷰에서 "한국과 핀란드는 역사적 유사성이 많아 정서적으로도 통한다"며 한국 생활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따루씨는 핀란드 국립 헬싱키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가 보고 싶어서"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다.

어릴 적 자란 곳이 수도 헬싱키에서 동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코리아'라는 사실이 그의 한국행을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에 대해 '그저 그런 아시아의 작은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와 보니 사람들의 활달한 면모나 정치적 역동성이 핀란드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고 말했다.

좀 더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장학금을 받고 서울대학교에서 1년간 연수도 했다. 그러다 '미녀들의 수다' 등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이후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겨서" 계속 한국에 살게 됐다.

약 2년 전 홍익대학교 부근에 막걸리 주점인 '따루주막'까지 차리게 됐다. 그는 "지인과의 동업 비슷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10여 가지 막걸리를 택배로 주문해 팔고 있고, 실내는 한국과 일본, 핀란드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그는 스스로 '주모'라는 말에 별로 거리낌이 없다.

그는 "'주모'라는 말의 부정적 의미도 대충 알지만,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괜찮다"며 "또 막걸리를 통해 많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어느 양조장 대표는 그에게 '다루'(多累)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는 '많은 것이 쌓인다'는 뜻을 가진 이 한자 이름을 좋아한다.

또 막걸리와 한국 음식을 나누며 사귄 많은 한국 친구들과 함께 서울 인근의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청국장 보리밥을 잘하는 서울 모래네 식당에도 가고, 어디 가면 맛있는 개고기 집이 있는지도 안다. 김치찌개며 내장탕, 막창 등 한국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다 좋아한다.

한국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1년에 한두 번 부모님을 만나러 핀란드에 갈 때면 한국의 매운 음식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는 "올여름에도 한달 간 고향으로 휴가를 다녀왔다"며 "휴가를 고향으로 가는 것이 우습지 않냐"고 물었다.

그의 이름 따루는 핀란드말로 '동화'(童話), 성 살미넨은 '해협'(海峽)을 뜻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바다나 전나무, 소나무 등 자연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우가 많다.

이름에 어떤 뜻을 담는 것 외에 핀란드어가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우랄-알타이어계이고, 핀란드 사람의 조상인 핀족도 아시아에서 건너갔다는 점에서 한국과 핀란드는 공통점이 많다.

그는 또 "중세 이후에는 스웨덴 치하에서 약 500년, 이후에는 러시아에 의해 약 100년간 식민통치를 겪은 탓에 어떤 '한'을 갖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늘 주변 강대국을 의식하는 것도 두 나라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 놀란 것 중의 하나가 한국 젊은이들이 결혼할 때까지 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핀란드에서는 예단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는 없다"며 "한국에서의 결혼은 아주 복잡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역시 한국 젊은이들이 어른들을 돌보는 미풍양속은 좋다고 여긴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 생신을 맞은 어머니에게 돈을 보냈는데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그는 "결국 엄마한테 혼만 나고 돈도 돌려받았다"며 "문화의 차이는 그냥 인정하고 사는 것이 제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는 "한국과 핀란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좀 더 가까워지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에 핀란드문화원이 생기고 핀란드에 세종학당이 생겼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살 것이냐는 질문에 "무슨 계획을 갖고 한국에 온 것이 아니듯이, 한국에서 계속 살지 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자유인다운 면모를 보였다.

(핀란드에서 온 따루 살미넨씨)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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