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 감독 토니 스콧, 투신 자살

백은하 기자 2012. 8. 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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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비상이었지만 마지막은 추락이었다. < 탑건 > 의 토니 스콧 감독(사진)이 19일 LA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로 사망했다. 향년 68세.

LA 경찰은 스콧이 19일 낮 12시30분쯤 미국 캘리포니아 빈센트 토머스 다리 남쪽 부근 펜스로 올라가 투신했다고 밝혔다. 사체는 투신한 지 3~4시간 후 확인되었고 다리 근처에 주차된 본인의 도요타 차량에서 유서가 발견되었다. 자살 이유와 유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944년 영국 노스실드에서 태어난 스콧은 광고계를 거쳐 마흔이라는 나이에 1983년 카트린 드뇌브가 흡혈귀로 등장하는 영화 < 악마의 키스 > 로 데뷔했다. 데뷔작의 흥행 실패로 주눅 들어 있던 늦깎이 감독의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 것은 1980년대 흥행 감별사였던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와 돈 심슨이었다. 이들은 스콧에게 < 탑건 > (1986)의 연출을 맡겼고 이 영화는 톰 크루즈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듦과 동시에 스콧을 할리우드 중심부로 빠르게 착륙시켰다.

이후 < 비버리힐즈캅2 > (1987),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커플을 만든 < 폭풍의 질주 > (1990), 잠수함을 주무대로 한 액션대작 < 크림슨 타이드 > (1995),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 (1998), < 스파이 게임 > (2001), < 맨 온 파이어 > (2004) 등을 흥행시켰다. 스콧은 관객을 위한 오락적 즐거움과 비평가들을 만족시키는 영화적 완성도에서 늘 높은 성적을 내는 균형 잡힌 할리우드 모범생이었다.

크리스천 슬레이터, 패트리시아 아퀘트, 브래드 피트, 크리스토퍼 월켄 등의 청춘스타를 배출한 < 트루 로맨스 > (1993)는 1990년대 청춘들의 피부에 토니 스콧이라는 '문신'을 강렬하게 새긴 작품이었다. < 트루 로맨스 > 는 1980년대 중반 쿠엔틴 타란티노가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완성한 첫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 이 영화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악당을 죽이고 멋지게 돌아오는 남자를 향해 "넌 정말 쿨해!"(You're so cool)라고 외치며 키스를 퍼붓던 여주인공의 모습은 아직도 영화팬들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 에일리언 > < 블레이드 러너 > 에 이어 최근 < 프로메테우스 > 를 만든 리들리 스콧은 토니 스콧의 7살 많은 친형으로 이들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형제 감독이다. 타고난 비주얼리스트였던 형 리들리 스콧보다는 훨씬 상업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방식으로 1980~1990년대 할리우드와 악수했던 토니 스콧은 이후 리들리 스콧과 함께 '스콧 프리 프로덕션'을 설립해 많은 작품을 함께했다.

특히 2005년 드라마 < 넘버스 > 를 시작으로 이들은 TV드라마 시장까지 넘봤고, 최근까지 다음달 미국 A & E 채널에서 방송될 예정인 메디컬 스릴러 < 코마 > 를 함께 제작했다. 토니 스콧의 유작은 2010년 덴젤 워싱턴, 크리스 파인 주연의 영화 < 언스토퍼블 > 이다. 그는 최근까지 < 탑건 > 의 후속편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백은하 기자 una100@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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