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영양학자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 - 여름 만두 '편수'

여름철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궁중음식이었던 편수(片水)는 시원한 육수에 띄워 먹던 사각형 모양의 만두를 일컫는다. 편수라는 이름도 '물에 뜬 조각(만두)'이라고 해 붙여졌다.
편수의 속재료 즉 만두소에는 여름철에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 두부 대신 표고버섯, 애호박, 오이, 쇠고기, 닭고기 등이 들어간다. 담백한 속재료를 썼기 때문에 여름철 잃어버린 미각을 되살리는 데 오히려 한몫했다고 전해진다.
편수는 기름을 잘 걷어낸 육수장국을 식힌 후 그 위에 띄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그대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했다. 육수로는 양지머리 삶은 물을 식혀서 차게 하여 사용한다. 편수를 찬 장국에 띄울 때는 육수에 기름이 뜨지 않도록 기름을 깨끗이 걷어내 사용한다.
요즘도 일부 손만두점에서 편수를 맛볼 수 있다. 서울 인왕산 자락 부암동에 소문난 손만두 전문점이 있는데 이 집에서 내놓는 여러 가지 만두 메뉴 중에 '찬물 편수'가 있다. 손님들이 편수를 먹어 보고는 담백하고 깨끗한 맛에 끌려 또 찾아온다고 한다. 이 손만두 전문점은 명동에 있는 백화점 식당가에 얼마 전 2호점도 냈다.
편수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동국세시기'에는 '밀가루를 가지고 세모 모양으로 만든 만두를 변씨만두(卞氏饅頭)라 하는데, 변 씨가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생겼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변 씨가 누구인지는 어느 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다.
편수는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들어 내는데다 이 음식을 알고 찾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공을 들이면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교 평생교육원 한국 전통조리과정에 편수 만들기가 있었는데, 한국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은 주부들이라 그런지 매우 흥미로워했다. 후일 얘기를 들었더니 복날 삼계탕 대신에 식구들이 모여 앉아 편수를 빚어 먹었다고 한다.
한국음식의 특징이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요즘같이 바쁜 생활 속에 직접 만들어 먹기에 불편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상의 지혜와 전통과 멋이 깃들어 있는 우리 음식을 찾아 가족들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며 만들어 먹는다면 우리의 잃어버린 공동체 정서를 회복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시원한 육수에 띄운 편수를 먹으면서 더위에 지친 심신을 잘 어루만져 보자.
공주대 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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