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50원 동전 속 벼의 의미/임상종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2012. 8. 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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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 서랍 구석에 연필과 지우개 밑에 깔려있는 50원짜리 동전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 요즘 50원짜리는 너무 적은 금액이라서 별로 소용을 느끼지 못하는 동전이다. 때가 묻고 색 바랜 동전을 별 생각 없이 바라보다 앞면에 새겨진 그림이 갑자기 내 눈길을 멈추게 했다. '오십원'이란 글자를 둘러싸고 있는 '벼 이삭' 그림이다.

새삼스럽게 요즘 사용되는 여러 가지 지폐와 동전들이 떠올랐다. 나는 가끔 지폐 속 인물과 표시금액의 연결이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 아마 다른 이들도 그런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전에 새겨진 그림은 혼란스럽지가 않다. 500원에는 학, 100원에는 이순신 장군, 50원에는 벼, 10원에는 다보탑…. 아마도 동전은 액수별로 그림의 종류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돈의 종류는 다 해봐야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 돈의 종류별로 그 속에 새겨진 그림들은 모두 우리의 역사를 빛낸 훌륭한 조상들의 초상이거나 업적 또는 우리의 문화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온 국민이 잘 알고 귀중히 여기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중 하나가 50원짜리 동전 앞면에 새겨진 '벼 이삭' 그림이다. 자료를 뒤지다보니 이 그림은 1972년 처음 채택됐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주식은 쌀이며 쌀밥을 배부르게 먹는 것은 국민적 염원이었다. 1971년에 세계 최초로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했고 1977년 드디어 쌀을 자급할 수 있게 되었다.

197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려 경제발전의 큰 장해요인이었다. 따라서 국민 숙원사업이던 쌀을 자급하게 된 것은 현재 우리 경제성장의 기반이 된 역사적인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주식인 쌀의 상징성과 자급에 대한 국민적 염원 속에서 벼 이삭을 동전에 새겨넣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쌀을 자급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국제미작연구소(IRRI)와 유기적인 협력, 농업인과 관련 공직자들의 줄기찬 노력이 있었기에 얻어진 값진 결과였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쌀밥을 배부르게 먹게 된 것이 겨우 30여년에 불과한데 쌀 소비가 줄고 쌀이 남아서 골치라는 얘기가 들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근에는 쌀의 자급을 넘어 '기능성'이 첨가된 고부가가치 쌀이 생산되고 있다. 성장기 어린이를 위한 쌀, 다이어트에 좋은 쌀,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는 쌀, 빈혈 예방에 좋은 쌀 등 맛뿐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다양한 품종의 쌀이 개발.보급되고 있다.

또한 현대인의 식생활 및 기호도 변화 등으로 쌀 소비도 가공식품 용도로까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쌀국수용 '새고아미'벼, 쌀빵.과자용 '보람찬'벼, 떡볶이용 '희망찬'벼, 전통주를 위한 '설갱'벼가 대표적인 가공식품용 맞춤형 벼 품종들이다. 진화하는 쌀과 더불어 우리 쌀은 단순한 먹을거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산액만도 9조원이 넘고 관련 산업을 합치면 17조원에 이르고 환경보전이나 전통문화 계승과 같은 공익적 기능은 생산액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따라서 앞으로도 쌀과 밥은 이 땅의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귀중한 유산이다. '한국인의 힘은 밥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식량위기와 식량안보가 세계적 화두가 된 요즘 우리 쌀의 가치와 의미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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