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검색엔진.. 이젠 '필기 시대'
인터넷에 직사각형의 검색창이 첫 등장한 것은 1994년. 당시 스탠포드 대학원생이던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지도를 만들겠다며'제리의 인터넷 가이드'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오늘 날 검색사이트의 시초인 셈이다.
이후 약 15년 간 검색서비스는 정확성을 두고 경쟁했다. 광활한 정보의 바다에서 정확한 정보를 길어 올려 일목요연하게 펼쳐내는, 이른바 '검색엔진'의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검색사이트들의 경쟁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릭PC 등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검색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확한 검색' 못지 않게 '편리한 검색'의 중요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이에 검색사이트들은 PC시대의 키보드를 대체할 새로운 검색수단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가장 최근 등장한 기술은 이른바 '필기 검색'이다. 구글은 지난 27일부터 손가락으로 필기체를 입력하면 검색이 되는 '핸드라이트(Handwrite)'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크린의 오른쪽 모서리에 나오는 핸드라이트 아이콘을 누른 뒤 화면에 글을 쓰면 표준 글자체로 바뀌어 자동 검색이 된다. 27개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어 출시도 준비 중이다.
모바일과 태블릿PC에서만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는 초등학생 수준의 필기체도 인식을 할 수 있다. 때문에 흔들리는 차 안이나 러닝 머신 위에서도 오타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국내의 네이버와 다음도 어학사전 서비스에 필기검색 기능을 도입하고 있지만 한자나 일어 등 키보드로 쓰기 힘든 단어를 마우스로 그리는 정도. 구글 관계자는 "필기 검색을 전면 도입한 것은 검색사이트 중 최초"라며 "모바일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치열한 분야는 음성 검색이다. 음성으로 내는 소리를 글자로 변환해 검색하는 기능으로 애플의 '시리' 등이 잘 알려져 있다. 2008년부터 모바일 음성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은 최근 공개한 안드로이드 4.1버전인 '젤리 빈'에 검색어 결과를 찾아주는'지식 그래프'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음성 질문에 '버락 오바마입니다'라는 답변이 나오는 식이다.
음성검색은 음악 등 입체적 소리를 인식해 검색해주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음악검색의 경우 모바일의 특수성에 잘 부합해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라며 "현재는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을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비주얼 검색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나 그림을 검색해 유사한 이미지나 이미지의 제목, 인물이나 모형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는 도서나 상표, 자동차 앰블럼, 맥주, 와인, 담배 등의 인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주얼 검색의 연장선에서 제스쳐 검색도 등장했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일부 서비스에만 제공되고 있다. 구글 관계자는 "검색의 방식이 쓰는 것에서 말하고 움직이고 보여주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머지 않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검색 법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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