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MB "주변·집안서 불미스러운 일, 모두 제 불찰"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친인척, 측근의 잇따른 비리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저축은행에서 수뢰한 혐의로 구속된 지 2주 만이다. 날로 악화되는 여론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과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논란의 원인인 대선자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등 미흡한 사과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전격적으로 사과 담화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가까운 주변과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이 전 의원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의 수뢰 사건이 사과의 계기임을 에둘러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개탄만 하고 있기에는 나라 안팎의 상황이 엄중하다"고 했다. 사과를 통해 비리 문제는 일단락짓고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사과를 선택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정권의 추락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 지지율은 18%로, 집권 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잔여 임기에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동력은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이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사과 시점을 이 전 의원이 기소되는 때로 예상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날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다"고 그간의 고민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오후 참모진에게 사과 계획을 전격 통보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1시15분쯤 최금락 홍보수석에게 "오후 2시에 춘추관으로 가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 담화문도 직접 작성했다.
이 대통령은 4분 동안 담화문을 읽으면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두 번에 걸쳐 90도에 가깝게 몸을 숙였다. 그간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사과 수준과 차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제갈량 출사표에 나오는 '사이후이(死而後已)'를 언급했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남은 임기 동안 뒤로 물러나 있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런 뜻이 통할지는 의문스럽다. 야당은 이 전 의원 비리를 계기로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까지 공격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대선 가도에 부담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도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심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만이라도 도덕적 해이와 비리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선자금에 대한 자기고백,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과가 없어 매우 실망"이라고 밝혔다.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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