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꽃과의 대화]루드베키아.. 달리아.. 거베라.. 영원히 꽃이 된 사람들

2012. 7.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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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뽐내는 꽃 이름들

[동아일보]

린네의 스승인 루드베크 교수의 이름을 딴 루드베키아. 루드베크 교수는 훌륭한 제자를 둔 덕분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됐다. 루드베키아는 지금 한창 피어있는 대표적인 여름 꽃으로 가로변에 많이 심는다.

장맛비가 내리는 길가에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묘하게 섞은 듯한 꽃이 활짝 웃고 있다. 국화과 식물인 루드베키아다. 예쁜 노란색 가장자리꽃(꽃잎이 아니다!)이 작은 초콜릿을 닮은 가운데꽃을 감싼 모양이다. 루드베키아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꽃이어서 예전부터 길가나 교정에 많이 심어 왔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늘 있는 이 꽃을 그냥 '이름 모를 꽃'이라며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원래 이름이 너무 낯설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도 싶다.

○ 식물학자와 친해 역사에 이름이 남다

꽃 중에는 해바라기나 접시꽃처럼 외국 출신이지만 우리네 정서가 담긴 친근한 이름을 가진 것들이 있다. 그러나 루드베키아나 베고니아, 달리아처럼 이름에서 그 꽃의 느낌이 전해지지 않고 그 뜻도 도통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이런 꽃식물은 대부분 식물의 학명 중 속명을 그대로 쓴다. 속명이 학명의 맨 앞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꽃식물은 종류가 원래 무척이나 다양하고 매년 수많은 새로운 품종이 소개된다. 그래서 미처 우리네 정서가 담긴 친근한 이름을 붙일 틈도 없이 시장에서 유통된다. 학명의 일부인 속명이 그냥 이름이 되고 마는 이유다.

식물의 속명은 그 식물의 자생지나 형태적인 특성,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인다. 그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게 사람의 이름을 따는 경우다. 명명자인 식물학자들은 대개 연구나 탐험을 지원해준 후원자나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을 넣는다. 이것은 명명자와 후원자들에게는 기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꽃을 자주 보고 계속해서 그 이름을 불러야 하는 일반인에겐 부르기도, 다가가기도 어려운 이름이 생겨난다.

식물의 학명을 라틴어 속명과 종명, 그리고 명명자로 표시하는 내용을 담은 이명법을 최초로 제창한 칼 폰 린네의 주변 사람들은 행복하게도 다양한 식물명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됐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이름을 꽃 이름에 넣어 부르고 있다. 그의 친구나 제자들은 영광스럽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꽃의 이름을 부를 때도 어려움을 느껴야 한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루드베키아(Rudbeckia)는 린네의 웁살라대 시절 스승이었던 식물학자 루드베크(Rudbeck) 부자를 기념하기 위해 명명됐다. 멕시코 원산이며 여름철 큼지막한 국화 모양의 꽃이 피는 달리아(Dahlia)는 몇 가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린네의 제자인 스웨덴 자연사학자 달(Dahl)을 기념하기 위해 명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프리카에 자생하는 거베라(Gerbera)는 린네의 친구이자 독일 식물학자인 트라우고트 게르버(T Gerber)를, 남아메리카에 자생하는 알스트로에메리아(Alstroemeria)는 린네의 친구이자 탐험가인 스웨덴 남작 클라우스 본 알스트로에메르(Claus von Alstroemer)를 기념하기 위해 명명됐다.

산세비에리아(Sansevieria)는 중서부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스웨덴의 자연사학자 툰베리(Thunberg)가 식물학 탐험을 후원해준 이탈리아 도시국가 산세베로(San Severo)의 군주 라이몬도 디 산그로(Raimondo di Sangro)를 기념해 산세비에리아란 이름을 붙였다. 베고니아(Begonia)는 주로 열대 아메리카에 자생하는 식물로 식물학 연구 후원자이자 프랑스령 아이티 및 캐나다 총독이었던 미카엘 베곤(M B´egon)을 기념해 플루미에(Plumier)가 명명했고 후에 린네가 이를 채택했다.

○ 김정일리아란 꽃이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자료를 찾다 '김정일리아(Kimjongilia)'란 꽤 낯이 익은 꽃이름을 발견한 적이 있다. 이는 일본의 육종가가 북한 지도자에게 바치기 위해 육성한 빨간색 구근베고니아 품종인 '김정일화'의 품종명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꽃식물명을 속명으로 부르는 것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이름은 우리가 그 꽃식물과 친해지는 데 장애물이 된다. 산세비에리아의 중국 이름은 호미란(虎尾蘭·범꼬리란)이다. 기다란 잎에 가로로 줄무늬가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식물의 특성을 한번에 알게 해주는 친근한 이름이 아닌가.

취미원예가나 유통업자들이 꽃식물의 특성에 맞는, 그래서 꽃이름만으로도 식물의 특징을 알 수 있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길 바란다. 친근한 이름이 없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눈여겨보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아름다운 꽃이 너무 많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와 타향살이를 하는 식물들에 해바라기나 접시꽃 같은 예쁜 이름을 붙여주자.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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