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만원권 혼천의 등 옛 천문의기 복원.. '재미있는 천문학' 대중화에도 힘써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이 '역할 모델로 삼은 천문학자'라며 소개한 안영숙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대중화에 힘쓴 과학자'로 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지금이야 900볼트 직류전원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1970년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당시 연세대 석사과정에 있던 이용삼(62)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별빛의 양을 재는 측광관측을 주로 했다. 이를 위해선 그 정도의 전원이 필요했는데, 도통 구할 수 없자 이 교수는 '꼼수'를 부렸다. 1.5볼트 건전지 600개를 이어 900볼트를 만든 것. 겨우 설계도만 구한 망원경 부착기기를 만들려고 청계천 상가에서 부품을 구하려 돌아다니는 등 이 교수의 '무모한 도전'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그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교수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우리의 옛 천문의기를 복원하는 연구를 주로 한다. 그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난 천문의기만 해도 10여종. 만원권 지폐에 새겨있는 혼천의를 비롯해 간의, 소간의, 그리고 세종 때 만들어진 해시계 현주일구와 정남일구 등이다.
천문역사를 공부해봐서 알지만 옛 천문학책인 <제가역상집> <서운관지> 등을 들춰봐도 천문의기 제작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삽화도 없다. 한문을 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그런데도 이 교수는 감수를 받아가며 한문을 번역하고, 중국 천문의기도 살피면서 하나 둘 복원했다. 서양과학이 중심이 된 오늘날, 국내 전통과학이 잊혀진다는 안타까움도 한몫 했다. 복원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자비로 충당했다. 그는 천문의기 복원을 두고 "춥고 배고픈 분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2008년에는 대학원에 대중천문학과를 개설했다. 2000년대 들어 별 관측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국내엔 100여개가 넘는 천문대가 생겼다. 여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중에게 올바르고 재미있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는 곳이 대중천문학과다. 기초천문학, 천문관 운영, 천문역사, 역법 등 개설된 전공도 다양하다.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최근엔 한의사 3명이 수료했다. 한의학 고전인 <황재내경> 속엔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사람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보는 이 책을 이해하려면 천문학을 알아야겠다고 해서 진학한 것인데, 일반 천문학과라면 진입장벽에 막혀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이 교수는 올해 9월부터 1년간 안식년을 갖는다. 그 기간 국내 시민 천문대를 돌아보고, 해외 박물관과 과학관에 다녀올 생각이다.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조선 세종 때 물시계인 흥경각루를 복원하는 일도 이 교수가 목표로 삼은 것 중 하나다. 정년을 3년 앞둔 노(老) 교수에겐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아 보였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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