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자본주의 파수꾼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야기되는 인간 상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 해결책으로 보편적 도덕성의 회복을 제시한 수작이다. 오래전에 읽었지만 지금도 이 책 생각을 하면 호밀밭에서 앞뒤 재지 않고 마구 달리는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역할을 했던 파수꾼이 떠오른다.
기업의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공인회계사는 흔히 자본주의 파수꾼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본주의를 지키는 건강한 감시자라는 자긍심은커녕 자본주의 오작동의 방관자 또는 동조자로 내몰려온 것이 현실이다. 부실기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회계사의 책임이 부각되면서 여론의 질책이 쏟아지곤 한다.
요즘 들어 더 큰 문제는 젊은 회계사들이 회계법인을 떠나고 있는 현상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야근과 휴일 근무를 피해 업무 부담이 덜한 공공기관과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생활인으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보자는 몸부림일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테지만 지켜보는 선배의 마음은 무겁다.
답은 제도 개선에 있으나 현실은 더 답답하다. 독립적인 회계감사인 선임과 적정한 감사보수 보장, 기업 사외이사제도와 감사위원회 기능 정상화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회계감사 이슈가 수시로 도마에 올랐지만 지난 4년간 국회는 공정 회계감사를 위한 제도개혁과 같은 이름의 공청회 한번 연 적이 없다.
사실 자본주의 파수꾼은 이외에도 많다.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감독당국은 자본시장의 심판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장경제의 파수꾼을 자처한다. 국회와 검찰, 언론 역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지킴이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경쟁기업이 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을 인수합병해 건강한 시장구조를 유지한다. 미국의 사외이사는 역량도 뛰어나고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고 있다.
우리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파수꾼 모두가 주어진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이기심에 사로잡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훼방꾼들을 이들이 잘 솎아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동시에 도산 안창호 선생의 도덕 재무장 운동과 같은 캠페인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재술 딜로이트안진 총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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