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 장동건은 왜 마흔살일까
[황정현의 문화비평] SBS주말드라마 < 신사의 품격 > 재벌3세거나 40대가 돼서야 가능한 품격있는 로맨스
[미디어오늘 황정현·대중문화 비평가]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 부분이다. 주당 2회씩 월일부터 목요일까지, 그리고 주말 10시대 드라마까지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트렌디 드라마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트렌디 드라마의 대부분은 젊은 여성 시청층에게 손쉽게 어필할수 있으며 인기있는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할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자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어떤 직업의 어떤 연령대, 어떤 신분의 남성이 주인공을 하는가는 그 시절의 가장 정확한 현실 혹은 욕망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신분을 결정하는 것에는(잘 생긴 남자배우를 쓰는 것 외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주된 시청층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신체적, 경제적, 감정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 즉 개연성 또한 심어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들이 슈퍼맨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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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주말드라마 < 신사의 품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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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 신사의 품격 > 은 40대 중년 남성들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로 '남성판 섹스앤더시티'라 불리며 방송 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이다. 건축가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임태산(김수로), 최윤(김민종), 이정록(이종혁)의 친구들 간의 우정과 각각의 연애사가 등장하는 형식이다. 여자 얘기만 나왔다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예뻐?"라는 질문이 나오는 신사들의 '품격'있는 잡담과 '어쩔수 없음'이 주된 웃음 코드다. 지난 주말 방송된 1, 2회에서는 까칠하게 그지없지만 스펙과 외모, 경제적 조건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김도진과 천방지축에 '답없는' 고등학교 교사 서이수의 만남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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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의 품격 > 의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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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남자주인공의 나이가 40살이라는 점이다.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을 장악하다시피 했던 인물은 젊은 재벌3세였다. 여자 주인공에게 현실에서 느끼지 못할 법한 판타지를 심어주거나 모든 것에 서툰 캔디 캐릭터의 여자 주인공이 처하는 고난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으려면 재벌3세 정도는 되어야 개연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연령대가 올라간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반영이다. 하다못해 부동산 하나라도 소유하고 있거나 친구들끼리 여유롭게 모여 노닥거릴 수 있으려면 경제적 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다. 20~30대로 '품격' 운운할 정도로 사회적 안정을 가지려면 재벌 후계자이거나 40대 정도는 되어야 남자 주인공이 '가져야 하는'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에서 얘기하는 '품격'은 꼭 경제적인 부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젊은 남성들, 그 중 파릇파릇한 로맨스를 구가할 수 있을 정도의 연령대는 실업자이기나, 저소득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기 때문에 첫사랑을 생각하면서 감상에 빠지거나 극중 '4인방' 정도의 여유와 신체, 경제적 스펙을 갖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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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주말드라마 < 신사의 품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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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있어 40대는 그 어떤 나이대보다 '남자'로서의 매력이 중후하게 드러나는 연령대이다. 그리고 80년대, 90년대 말을 통해 형성된 풍부한 감수성 또한 그 나이대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하지만 모든 40살이 장동건과 이종혁은 아니지 않는가. 결국 그것도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 신사의 품격 > 에서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 설정이 가지는 동의 가능한 '개연성'이 노출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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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의 품격 > 의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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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신사가 되거나 품격을 가지려면 < 건축학개론 > 에서 증명했듯 '압서방'(압구정, 서초, 방배)에 부동산을 소유했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 재벌가가 아니라면, 그 정도가 되려면 40대는 족히 넘어야 가능하다. < 신사의 품격 > 이 노출하는 것은 단지 40살이지만 '남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현되는 유아성이나 감상 뿐만이 아니다. 평범한 젊은 남자의 로맨스는 이제 드라마에서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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