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이정희는 이석기보다 100배 소중했다"

입력 2012. 5. 31. 08:30 수정 2012. 5. 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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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정희는 진보정치와 한국 정치의 큰 자산이었다. 이석기보다 100배는 중요한 사람이다. (당권파는) 결국 이석기를 지키려고 이정희를 버린 것이다. 뭐 어떤, 빛나는 무엇이 있기에 소중한 정치인을 이렇게 만드나. 원통하고 원통하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분노를 느낀다. 진보정치의 아이콘을 정파의 대변인으로 전락시킨 이 행위는 용서가 안 된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30일 <한겨레> 인터뷰 도중 격하게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이정희 전 대표에 대한 안타까움과 당권파 전체에 대한 분노가 배어 있었다. 그는 "부정경선 사태 이후 한 번도 그 실체나 사실관계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를 말하지 않아도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인터뷰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유 전 대표는 "총선 전, 당의 실권을 갖고 있는 당권파 쪽에 당원명부 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점을 바꿔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 했는데도 전혀 듣지 않았다. 처음엔 혁신 의지를 의심했지만, 나중엔 문제인식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논리와 사실을 다투기 전에, 이 정도 사안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전당대회

폭력사태 이후 그쪽(당권파)에서 누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느냐"고 비판했다.

경선 부정 진상조사보고서충분치 못한 측면도 있지만왜 자기들만 못 받아들이나

-통합 이후 당무 거부를 한 적이 있다. 비례대표 경선 이전부터 당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었나?

"통합 전에 서로가 이념과 문화, 조직운영 등 모든 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있었다. 그런데 약속만 했지 혁신 의지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돼 당무 거부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비례대표) 경선에서 나타난 문제의 전조들이 모든 당무에서 나타났다. 특정 진영에서 각 지역 선관위를 장악하고, 당원명부를 멋대로 바꾸고, 당원들이 떼지어 옮겨다녔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말하는 것인가?

"(지역구 후보 선출을 위한) 구리시 경선에서 남양주 당원들이 20명 가깝게 이상한 명분으로 당적을 옮겨 투표를 했고, 간발의 차이로 당권파가 구리시 후보가 됐다. 성북 지역에서도 당원명부에 결번으로 나와 있는 당원들 상당수가 투표를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당원들이 게시판에도 올리고 당사 앞 농성을 했는데 당 선관위나 중앙당 집행부, 사무총국 심지어 당대표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비례경선에서 부정을 인지한 것은 언제쯤인가?

"3월 20일이었다. 너무 눈앞이 캄캄해 오프라인 상황을 일부 살펴보고, 온라인 (선거관리)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대화를 했다. 선거인명부만 봐도 부정경선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온라인도 뭔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몇 번의 소스코드 수정이 있었는지도 말했지만 사실관계도 달랐다. 온라인 경선에서는 청년비례 경선도, 일반비례 경선도, (온라인) 선거관리업체와 특정 후보가 한몸이었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이었던 것 같다. 공직선거로 말하면 관권 선거다."

-선거인명부에서 뭘 보고 부정이라고 알 수 있었나?

"실제 당원인데 타인 주민번호로 입당했다면 무효다. 당을 속인 거다. 그건 걸러내야 되는 거다. 선거인명부는 확정공고 거치고 나면 손 못 대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성북의 경우 당직자들이 맘대로 고치고 돌려놓고 했다. 동일 아이피(IP) 50명이 투표했다는 것도, 검찰이나 선관위가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중복 아이피로 단시간에 투표를 했다는 게 말이 되나?"

북한문제로 부딪힌 적 없어다만 과거 얽매여 있어 답답종북논란, 공당입장 정리를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오는 6월 말 당대표 경선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당원명부 정리는 열흘이면 한다. 현재 하고 있다. 실명 일치가 안 되거나 전화번호 없는 당원들은 일단 따로 떼어 용역업체에 확인을 맡기면 된다. 총선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수차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상조사보고서가 부실하다는 당권파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조준호 위원장이 나중에 '어차피 검찰이 어떤 명분으로도 조사 들어올 거다. 당이 살려면 검찰 조사에서 누가 어떻게 했다는 게 추가로 나올지언정, 뭘 했다는 건 우리 보고서를 넘지 못하는 수준까지 조사해 발표하겠다는 태도로 철저히 자기비판적으로 했다'고 말하더라. 충분치 못한 측면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받아들였는데 왜 자기들(당권파)만 못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이석기 의원과 만난 부분은 어떻게 된 건가?

"총선 전에 하도 답답해서, 그럼 당권파 실세 누구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게 해 달라고 했다. 그때도 이석기란 이름이 안 나왔다. 당시 그는 당원도 아니었다. 나중에 총선 뒤에 이석기가 실세라고 해서 만나서 '당신들이 당 혁신 비전을 빨리 내라'고 했다. 그 길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만날 때마다 간곡히 얘기했는데 아무것도 내놓은 게 없다."

-비슷한 시기에 이정희 대표를 만났고, 이 대표로부터 당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지 않나?

"이석기나 이정희 등과 나눈 대화는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혁신이 없는) 당에서 그 권유를 받아 당대표나 대선후보가 돼서 뭘 할 수 있나. 그러려면 제가 민주당에서 박지원 원내대표하고 손잡고 정치하지 왜 이 당에 왔겠나."

-언론에 오르내리는 '종북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종북이 아니다. 애국가나 국민의례 문제도 그렇고, 개인에게 사상과 표현, 양심의 자유가 다 있다. 다양성 다 인정돼야 한다. 다만 정당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 위에서 기능하는 공당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종북주의 논란은 당의 한반도 평화정책을 새롭게 정립하는 가운데 해소돼야 할 문제이고, 당내 공감대가 있었다. 아직 논의되지 않았을 뿐이다. 당 전체에 대해 색깔을 씌우는 건 노상 해오던 일이고. 이걸 지혜롭게 넘어가야지, 죽기살기로 싸우는 건 미련한 짓이다."

당원비대위쪽 의원들은열정 과잉·균형 감각 제로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다

-당권파랑 함께 생활하면서 '종북'을 겪거나 느낀 적이 있나?

"없다. 일하는 데 북한 문제 때문에 부딪힌 건 없다. 본인들도 아니라고 하고 실제로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 답답했다. 나도 이해가 안 돼서 주변에 물어보니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모아왔기 때문에 내부 결속이 떨어지는 걸 우려한다'고 하더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

-대선 전까지 야권연대를 위한 진보당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나?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있다. 빨리 당을 혁신해 더 피해가 안 가도록 해야 말할 자격이라도 생길 것 같다. 지금 같아선 사방에 민폐가 심해서 누구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나. 야권연대 파기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 우리가 잘해서 그분들이 야권연대 해야겠다 말하도록 하는 게 우리 일이다."

-당권파가 당원비대위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데?

"국회의원씩이나 된 분들이 열정은 과잉이고 균형감각은 제로고 책임감은 거의 희박하다. 오병윤·김미희 의원 모두 야권연대로 당선된 의원들이다. 통합진보당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봐야 하는 분들인데, 자기 정파만 보고…, 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다."

-일부에서는 회계부정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국고보조금 쓴 게 투명하지 않다는 과거 보고서가 있는데, 다음 지도부가 밝혀야 할 문제다. 이석기 의원은 민노당과 오랫동안 사업해온 업체 사장이다. 내부에서는 동지적 관계일 수 있지만, 밖에서 보면 당과 오랫동안 수십억짜리 일을 해온 사람이 비례대표로 온 거다. 이게 제3자의 시각에서 이해가 될 수 있나."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인터뷰를 청한 이유를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부정경선 이후 이 사태에 대해 한번도 그 실체나 사실관계, 규범적 판단, 부정이다 아니다를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관련 사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경위나 개인적인 판단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도 정리될 수 있지 않나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게 안됐다. 국민들 관심은 많고 당원들도 확인 사실, 미확인 사실로 혼란스러워하고, 직·간접적 당사자, 관련자들의 공방이 오가고. 당시 공동대표로서 당원들이나 지지자, 유권자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정리해서, 이게 뭔지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그게 도리라는 생각 때문에 인터뷰를 청했다.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누구를 공격하는 게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두가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하게 됐다.

 ▶ 부정선거의 전말

 -유 전 대표는 올초 당무거부를 한 적이 있다. 부정경선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전조가 있었나? 전말을 알려달라.

= 제 기억에 2월, 막 지역구 후보 당내 경선이 일부 진행되고 일부 협의 이뤄질 때다. 처음에 통합을 할 때 참여당이 1주체였는데, 저는 이정희 대표와 대화할 때 국민참여당 대표로서, 민주노동당 당대표를 만난 거다. 특정 정파와 (통합 논의를) 한 게 아니다. 특정 정파와 참여당이 연합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임해왔다. '우리가 진보정당 주역은 아니다, 다만 진보정당이 필요하고 잘 돼야 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어 힘도 보태고 질적으로도 내용적으로 좀 더 발전하면 정치발전에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각자 많은 것을 바꿔야한다고 했었다. 참여당은 참여정부의 정책 관련 노선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고, 민노당은 이념, 문화, 조직운영, 모든 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이 있었다. 그런데 통합만 했지 애초 약속했던 혁신 의지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에 당무를 거부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근본적으로는 비례 경선에서 나타난 문제의 전조들이 모든 당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합한 지) 2~3달 지나니, 과거 (민주노동)당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게 당 선관위, 중앙당 운영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당의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혁신의 의지도, 의지 이전에 문제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그게 너무 심각해서, 당무거부 형식으로 한 일주일 정도 의사표시를 했다.

 그때 나타났던 게 당원명부 관리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다. 특정 진영에서 각 지역 선관위를 장악하고, 당원명부를 멋대로 바꾸는 문제, 이른바 '전적'이 발생했다. 당원들이 떼지어 (지역을) 옮겨다니면서 당의 승리를 위한 후보를 뽑는 게 아니고, 무조건 우리 편 중에 누가 돼야 한다는 것으로 몰려다니며 반칙을 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특정 정파를 위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여졌다. 당 중앙선관위원장이 바뀌고, 사무총장이 (총선에 출마하려고 광주에) 내려갔지만, 근본적으로 (당이) 바뀌지 않은채 총선을 치른 거다.

 -'전적'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 소속 지역위를 맘대로 옮기는 거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 구리시 (총선후보) 경선에서 남양주 당원이 20명 가깝게 이상한 명분으로 전적해서 투표했다. 간발의 차이로 당권파 후보가 됐다. (서울) 성북도, (전화번호가) 결번으로 당원명부에 나와있는 당원들 상당수가 투표한 것으로 나온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그거다. (구리시 등에서) 문제제기하는 당원들이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고, 당사 앞에서 농성했는데, (선거관리 등에 책임이 있는) 선관위나 중앙당 집행부, 사무총국은 심지어 당대표도 무시하는 태도로 가더라.

 정당이 내부에서 벌어진 불의, 반칙을 용인하고 간다면, 그 당은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민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가 안된다. 스스로 불의를 저지르는 조직이 어떻게 선을 실현하나. 그런 게 굉장히 불길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이대로 가선 안되겠다 생각해 당무를 거부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무시하더라. (당원) 숫자도 많고 역사도 오래된 민노당이 집행권을 갖고 있는데, (민노계인) 중앙선관위나 사무총국이 모르쇠하면 아무 방법이 없었다.

 -부정선거를 처음 인지한 것은 언제인가.

= 3월 20일. 구체적으로는 아니었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너무 눈앞이 캄캄해 오프라인 투표 일부 살펴보고, 온라인 투표 관련해 당직자, 업체관계자 등을 불러 대화했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와서, 그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하루 전인) 19일이 경선 결과를 발표한 날인데, 좋은 날인데 왜 하늘이 노랗게 보이다 파랗게 보인다, 내 안의 괴물 어쩌고 하도 심란해서 글을 올렸다. (유 전 대표는 3월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좋은 일 뒤에는 꼭 나쁜 일이 따라온다는 속설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아침...아 햇살은 또 왜 이리 미치도록 푸르른가! 하루에 세상이 장미빛으로 보이기도 하고 잿빛으로 보이기도 하니...혹시 갱년기 증상에 이런 것도 있나요?"라고 썼다. 3월22일엔 "정책노선의 진보성이 인격적 성숙이나 도덕적 품격을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 며칠 "내 안에 있는 괴물"의 실체를 직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악을에서 우리 당원이 저지른 잘못, 그저 용서를 청할 따름입니다"라고 썼다.)

오프라인은 선거인명부 자체가 부정경선 증거더라. 그것만 봐도 부정경선임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사례가 너무 많더라. 이렇게 엉터리로 선거를 진행한 당원들…. 당이 당원들에게 무슨 짓을 했나.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성인군자는 못되도 괴물은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온라인은 그날 뭔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업체 관계자와 당직자가 몇 번의 소스코드 수정이 있었는지도 말했지만 사실관계가 달랐다. 더구나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 관련해 규범적 평가를 하자면 온라인 투표, 오프라인 투표를 막론하고 '부실관리'다. 이게 첫 번째 문제고 당의 잘못이다. 이렇게 선거관리를 하지 않는 가운데, (당원)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부정을 저질렀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다 부정을 저질렀다. 온라인 투표에서 중복 아이피 없고, 오프라인에서도 문제 없는 한 사람.

 -노항래 전 정책위의장을 말하나.

= 네. 그 사람 빼고는 다 (부정경선을) 했다. 나중에 보니 동일한 패턴으로 모두가, 선거관리 없는 가운데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부정경선 했다.

오프라인은 대리투표도 아니다. 본인이 그렇게 대신 투표하라고 시켜준 적이 없으니까. 그냥 부정선거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선거하지 않은 사람을 선거한 것으로 만들고 누군가의 투표율 올려주고, 선거인명부 조작하고, 나중엔 투표용지 풀로 붙이고. 충남도당 같은 경우는 선거 관리가 잘 됐는데, 그런 데들은 오프라인 투표가 거의 없다. 오프라인 투표 많은 데는 거의 다 부정선거라고 보면 된다. 선거 관리 잘 안되는 데서, 오프라인 투표에서 열성 당원들이 이른바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냥 한 거다.

온라인은 청년비례도, 일반비례도, 선거관리업체와 특정 후보가 한몸이었다는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이었던 것 같다. 관권 선거다. 이른바 구당권파가 선거관리를 했으므로 모든 정보를 쥐고 있었고, 시스템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중앙당 당직자) 세 사람한테만 줬다는데 더 줬는지도 모르겠고. 그 자체가 구조적인 부정이다. 거기에 더해 현장에서 아이패드 들고 다니면서 한 공개투표같은 대규모의 부정투표가 있었던 거다. 선거캠프와 선거 관리자가 구분되지 않았다. 온라인은 직접투표, 비밀투표 원칙 훼손될 가능성이 항상 있는 거지만, 동일 아이피 투표의 경우에는 아예 그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대리투표도 아니다.

온라인 투표시스템에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넣으면 (임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날아가고, 그걸로 (투표 시스템에) 들어가면 (휴대전화에) 인증번호가 뜬다. 그런데 민노당은 기본적으로 당원명부 자체에서 주민등록번호 확인이나 실명확인조차 안했기 때문에 주민번호 의혹이 생긴 거다. 당원 디비(DB) 자체가 진짜 당원 목록인지가 불확실하다. (온라인) 선거 관리업체와 특정후보가 같은 주체였고, 활동가들이 열성적으로 그 조건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 (부정경선을) 한 거다. 이게 총체적 부정선거가 아니면 대체 뭐가 총체적 부정선거냐.

-선거인 명부만 봐도 부정선거임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 가령, 선거인 명부에 강씨에서 임씨는 A가, 그 다음은 B가 선거관리인으로 서명돼있다. 당원들이 이름 가나다순으로 투표했다는 말이냐. 당 선관위는 그걸 무효처리했다고 하는데, 그건 선거 관리의 문제다.

 당원이라 함은 당의 활동목적과 이념, 노선에 동의하고,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정보를 당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내 개인정보를 당에 제공하는 건 언제든 당이 나와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거고, 당은 신뢰의 기반 위에 그 정보를 지켜주는 거다. 문제는 애초부터 당원이 제공한 정보가 허위라면, 실제 당원인데 타인 주민번호로 입당했다면 무효다. 당을 속인 거다. 경위가 어떻든 상관 없다. 그건 걸러내야 되는 거다. 실명확인 안되는 사람은 당원이 될 수 없다. 그거 10만명 하는데 10만원 밖에 안든다. 그걸 안한거다. 누차 요청했는데도 안했다.

 이름과 주민번호 일치하더라도, 투표가 전화번호 인증시스템이니까 최소한 전화번호는 맞아야 된다. 전화번호가 없거나, 결번이라는 건 당이 이 당원과 연락할 수 없다는 거다. 이메일 주소도 없고 전화번호가 안 맞다면 당과 연락을 못하는데 그게 무슨 당원이냐. 근데 이 상태에서 투표를 한 거다. 동일 번호로 복수의 투표를 했고.

 선거인명부는 확정공고 거치고 나면 손 못대는 게 원칙이다. 당규에는 당에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고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성북에서 당직자들이 맘대로 고치고 돌려놓고 한 거 아니냐. 이걸 유령당원이라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하나. 무적의 투표부대냐. 내가 수차례 설명했다. 당 홈페이지에 마이페이지가 없어서 당원이 온라인으로 자기 정보 수정 못했고, 당이 관리도 안 해줬다. 그런데 무슨 투표를 어떻게 한단 말이냐. 총체적 부실 속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이뤄질 수 있었던 건 당원 관리상의 문제가 애초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선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없다. 그런데 관행이란 이름으로 당원총투표를 한 거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 문제제기하는 것이라고 그 사람들이 이해했다. 당무거부까지 하고난 상황에서 매일 얼굴 보고 일하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계속 그러냐. 어느 정도 자제하겠지, 설마하니 총선에 임하고 교섭단체 만들겠다는 당에서 그러겠나 기대를 했는데 아니었던 거다.

 이 문제를 어찌 처리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우리 당에 묻는 건 '너희, 진짜 이런 일을 하는 당이냐'다. 고의가 아니라면 빨리 반성하고 고쳐나가면 된다. 그런데 이 마당에 (부정이 드러난 투표함은) 무효화했으니 됐다든가, (부정선거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든가. 사실관계 확인하는 건 간단하다. 당 진상조사위가 일주일 만에 조사했는데 그거 다 법률적으로 규명하려면 수사권이 있어야 된다. 중복 아이피도 왜 이석기 후보만 그러냐고 하는데, 중복 아이피도 흐름이 있다. 진상조사위는 데이터만 본 거다. 조사도 못한다. 진술로밖에 조사를 못하는데, 물어보면 누가 인정하나. 진술로 무슨 진실규명을 하냐.

 조사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 동일 아이피 50명이 투표했으면, 투표시간이 다 나온다. 그럼 그 시간대 전화번호와 통화한 통화기록 보면, 아마 몇 개의 전화번호가 집중적으로 뜬다. 그 전화 받아서 투표한 거다. 문자 메시지, 통화기록 다 나올 거다. 법률에 의거해서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한다면, 혹은 선관위가 조사한다면, 중복 아이피 건은 한나절만에 100% 다 (진실이) 나온다. 근데 사실관계를 뭘 더 어떻게 확인하라는 거냐. 전국 곳곳에서, 중복 아이피에서 단시간에 수십명이 투표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

 (진상조사위가) 선거인·참관인 서명을 물어본다면, '잘 몰라서 투표할 때 참관인 서명 안했다', '나중에 보니 관리인 서명 없으면 무효라 해서 우리 둘이 나눠서 했다'고 하면 뭐라고 할 거냐. 그럼 그 투표가 유효하냐. 근본적으로,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면 절차가 정당해야 한다. 정당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권력이 형성됐으므로 이 과정을 국민들이 문제삼고 있는 거다. 왜 그런 짓을 했냐고. 그런데 그 대답이 다시 총투표를 하자는 건 대답이 아닌 거다. 컨닝해서 합격했는데, 다시 시험 보겠다는 거랑 독같다. 다시 시험을 볼 수는 있겠지만, 원래 부정한 건 책임져야지. 상식의 눈으로 보면 이건 발생한 것 자체에 대해서 당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

 그렇게 부정경선이 있었던 결과, 결과의 왜곡이 없었다면 문제 없는 것 아니냐, 원래 (이석기 의원이 경선) 1등인데, (이렇게 나오는 건) 그건 정당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하면 정당이라고 할 수가 없다. (지금 상황이) 어떤 차원의 문제인지를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국민에게 통합진보당이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거다. 주민번호 이런 건 다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조사 다하면 온갖 거 다 나올 거다.

  -진상조사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그 부실함이 당권파가 반발하는 빌미를 준 측면도 있는데. 

= 조준호 대표가 나중에 얘기한 건데, '어차피 검찰이 어떤 명분으로도 조사 들어올 거다. 당이 살려면 검찰 조사에서 누가 어떻게 했다는 나올지언정, 뭘 했다는 건 우리 보고서를 넘지 못하는 수준까지 조사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철저히 자기비판적으로 조사보고서 내겠다. 그래야만 당이 목숨이라도 붙어 있을 수 있으니까.' 대표단 회의 때 그렇게 말했다. 일부, 보고서에 충분치 못한 측면도 있지만 (당권파 쪽의) 해명도 충분치 못하다. 서명을 장난으로 했다? (투표는 했지만, 조사위가 전화했을 때) 귀찮아서 투표 안했다고 했다? 이해가 되냐? 그거 다 부정이다. 해명이 아니다. 신뢰할 수 없는 거다. 2006년 민노당 선거 진상규명위 보고서 결론이 뭐냐. 전부 다 말을 맞춰서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거 아니냐.

 진상조사보고서 어디에도 누가 했다는 얘기는 없다. 조준호 대표가 비공개 회의 때 보고할 때도 특정 정파, 특정 후보가 아니라 총체적 부실·부정이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받아들였는데 왜 자기들만 못 받아들이냐.

 -관행으로 해온 것인데, 그 평가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에 당원들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 그게 문제다. 관행은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있다. 다른 당에서 관행상 돈 봉투 돌렸다고 하면 인정해주나? 특별히 그걸로 표가 왔다갔다 한 건 아니고, 지역위원장 고생하는데, 사람 모아달라고 하면서 어떻게 빈손으로 가냐는 게 관행이다. 그럼 어떤 후보가 250개 지구당에 100만원씩 돌리면 2억5천인데 관행으로 인정할 수 있나.

 자기의 관행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너그러운 건가. 말이 안되지. 내부에서 고쳐야 된다고 수차례 얘기했는데도 안 고치지 않았나. 진짜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된다. 내가 (통합진보당 팟캐스트) 저공비행을 3월20일 이후로 중단했다. 왜 안하냐고 묻는 사람들한테는 선거 때문에 바빠서 안한다고 했지만, 할 수가 없더라. 업체 사람들, 당직자들 얘기 들어보고 나서 선거운동 내내 너무너무 괴로웠다. 우리 당 살려주십시오, 한국정치 혁신하겠다고 얘기하면서 내 마음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제발 별일 아니어야 될텐데, 혹시라도 심각한 결함이 나오면 어떡하나. 그런 게 가득하니 저공비행을 할 수가 없더라. 총선 뒤엔 트위터에 글 한 줄 못 올렸다. 내가 몸담고 있는 당이 이런데, 다니면서 선거유세하고 텔레비전 연설하고, 마음 속으로는 온라인에서는 제발 별 일 없기를 바라면서 다녔는데, 어떻게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나서나. 물론 보고서에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은 있지만, 이걸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고 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선거를 부실, 부정선거라고 할 수 있나.

-조사 보고서를 갑자기 발표한 것 같다.

= 밖에서 보면 갑작스럽게 터트린 것 같지만, 안에서는 예고된 거였다. 내가 받은 느낌대로 조사결과가 나오면 국민들한테 어떻게 설명하냐, 그런 느낌이 선거 내내 있었다. 3월20일 밤 대표단이 모여서 비례대표 1번(윤금순), 8번(노항래), 9번(오옥만), 10번(이영희) 다 불러서 조정했다. 진상조사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그 다음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해야 되는데, 비례대표 후보없이 가야 되나. 물리적으로 진상조사를 할 수가 없었다. 노항래 후보가 그런 취지를 받아들여서 10번으로 가겠다 해서 정리된 거다.

 진상조사를 그때 했다면, 이번 (부정경선) 사안이 그때 다 나왔을 거다. 우리가 한 결정이 진실을 은폐한 나쁜 환경일 수도 있다. 대표단 회의가 끝나고 내가 대표들한테 "진실일 수도 있는 것을 덮어두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정치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다. 당이 저지른 잘못인데, 후보 등록도 못하고 총선 내내 이런 문제에 휩싸이게 되면 야권연대도 흔들리게 되고 더 나쁜 일을 막기 위해 조금 나쁜 일을 저지르는 거라 생각했다. 매우 마음이 괴로웠다.

 경선 끝나고 당 중앙선관위에 투표함을 바로 봉인하라고 했지만, 봉인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를 만든) 4월20일에서야 봉인해서 중앙당으로 보내라는 공문이 지역으로 내려갔다. 그 기간 내내 온라인, 오프라인 내내 데이터를 주무르고 있었던 거다.

 4월20일 진상조사위를 만들었다. 그때 조준호 대표가 맡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조 대표는 전권을 달라고 해서 동의했다. 비례 순위 발표할 때, 이의를 제기하는 선본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위원으로 받겠다고 다 합의했다. 그래서 조 대표가 각 선본에 연락하고 추천한 사람 받아서 조사위 구성했다. 대개 서면조사와 온라인 데이터 조사밖에 안했다. 시간도 짧았으니. 그리고 그 개요에 대해 워크숍에서 구두로 보고했고, 총선 선대위 전략기획위원회라고, 각 정파 실무 대표 10여명 있는 회의 구조에도 보고했다. 너무 심각해서, 대표단 우리끼리 결정 못하고 거기서 다 까서 논의했다. 부정선거 유형, 정도, 평가까지 조대표가 다 보고했고, 상당히 긴 시간 논의 끝에 5월2일 조준호가 발표한다, 그 사실을 브리핑한다는 것까지 얘기됐다. (조 대표가) 보고도 안했다는 건 사실과 다른 거고 조사결과의 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그래프 이런 것까지 다 보고가 됐다.

 그런데 대변인이 브리핑을 안 한거다. (발표 전날인) 1일 오후까지도 보고서 발표 일정 브리핑을 안했다. 당 대변인이 대표단 결정 사항을 무시한 거다. (경선 부정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은 거다. 그래서 간단한 발표문만 5월2일날 냈고, 3일날 대표단이 보고서를 보고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당권파의 문제

- 경쟁 부문 비례대표 총사퇴를 결정했지만, 장애인·청년 후보는 경쟁 부문이 아니라 전략 공천이라는 시각도 있다.

= 실제로는 경쟁이었다. 똑같은 투표 시스템으로 한 거고. 나도 한때 둘은 살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국민참여당계) 운영위원들한테 의견을 물어봤는데, 총체적 문제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더라.

 청년비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김재연 의원이 나한테 보낸 공개편지에 보면 내가 잘 대해줬다고 돼있다. 실제로 나는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인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석기 의원도 여러번 만났고, 김재연 의원도 TV 토론 코치해주고 그랬다. 어떤 예단도 갖지 않고 이 사람들 대했다. '내가 걱정하는 게 사실이 아닐 지도 몰라. 조사해보면 별 게 아닐 수도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내가 당권파 이런 말 안 쓰는데, 지금 당원비대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석기 의원이, 자기가 제일 먼저 내부에서 국민침여당과 통합 제안했다고 했다. 난 선거공고 날 때까지 이석기라는 사람을 몰랐다. 그런데 대표단이 말을 해도 집행이 안 되길래, 하도 답답해서 (당권파 쪽) 누구하고 얘기하면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몇 년도 이후 민노당은 정파 지도자 모임 안한대. 그래서 '모임을 하자는 게 아니라,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는데 당에서 아무리 얘기를 해도 안되면 누구 좀 실세하고 얘기 좀 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때도 이석기란 이름 안 나왔다.

 그 사람은 당원도 아니었다. 당원도 아닌 사람이 (당의 문제를 놓고 당의) 누구하고 토론하고, 문제제기를 하나. 최소한 당원이어야지. 누군가 옛 민주노동당, 지금 통합진보당을 식민지 삼아 대리통치한다는 거냐, 뭐냐 이게. 그럼 이석기씨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또 누가 있냐. (그 쪽에서) 당을 전술단위로 생각해도 좋다. 인정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에 문제는 일으키지 말아야지. 당의 진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당원이어야지. 어떻게 당원도 아닌 사람이 그렇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입당 두달 만에 비례대표가 되고. 당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으면서 그 무슨 고매한 이상과 이념이 있기에….

 내가 선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공동대표로서의 책임 때문에 무서워서,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사람도 못 만나고 사는데, 뭐 어떤 위대한, 고상한, 빛나는 뭐가 있어서 저러고 다니냐는 거다. 난 그게 이해가 안된다. 밖에서 뭘 하든 상관없다. 우리 당원들이 혁명운동을 하든 뭘 하든. 그런데 당 안에선 당의 원칙, 규율, 정신을 따라야 된다. 그런데 그게 갑갑하다. 어떻게 공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이석기 의원은 <한겨레> 인터뷰 때 유 전 대표를 두 번 봤다고 하던데.

= 그때까진 두 번이죠.

-그 뒤로도 만났나.

= 그럼요. 중앙위 전날 밤에도 심 대표와 같이 만났다.

-만나서 지금까지 하신 취지의 이야기를 했을 거 아닌가.

= 이석기씨가 실세라 하니, 총선 직후 만나서 당 혁신 비전을 당신들이 빨리 내라고 했다. 지금 중요한 건 혁신이다, 당이 달라지는 거다. 실제 당권을 쥐고 있고, 당의 다수를 형성하는 세력이 혁신 거부하면 혁신할 방법이 없다. 내가 열린우리당에서 경험해봤다. 물가까진 끌고 갈 순 있어도 강제로 물은 못 먹인다. 귀하들이 빨리 당의 조직, 문화, 노선, 이념, 사람 등등의 문제에 대해 당을 발전시키고 혁신할 전망을 만들어 빨리 발표해라, 그 길만이 문제 해결할 수 있다고 만날 때마다 그렇게 간곡히 애기했는데 아무 것도 내놓은 게 없다. 조중동 욕이나 하고. 내가 CIA 세작이라고? 우리 당 게시판에 보니까 그렇게 썼더라.

-이정희 대표 만났을 때 "자신이 없다"고 표현했는데, 그런 문제 때문이냐.

 = '당권-대권 거래설' 말이냐. 민주당도 '이박 연대' 담합 때문에 난린데, 당의 주요 인사들은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역할 분담을 논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왜 나쁘냐. 이석기 의원이나 이정희 대표 등과 나눈 대화는 그런 거라고 이해한다. 그건 통합 전부터 했던 얘기다. 여기저기서 유아무개가 대권 불출마 선언만 하면 통합하겠다 하니, 내가 이정희 대표한테 "안한다고 하세요, 약속받았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가 원칙에 어긋난다고 아무 데도 얘기를 안했다.

 내 생각은 이런 거다. 내가 나서서 한다고 하지 않겠다. 만약 통합해서 같이 하다가 당원들이, 저 사람이 우리 당 대통령 후보 되는 게 좋겠다고 나보고 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는데, 내가 하겠다고 나설 생각 없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당권 쥘 생각도 없다고 명확히 얘기했다. 그런데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유시민 대표님, 대권에서 역할 하셔야죠. 나오셔야죠' 이런 얘기 나올 수 있는 거고, '당 대표를 맡아주시면 좋겠다' 이런 얘기 나올 수도 있죠. 그런 일환으로 나온 거라고 이해한다.

 현재 당권을 쥔 다수파가 혁신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그 권유를 받아 당 대표나 대선후보가 돼서 어쩌자는 거냐. 그런 권력정치를 하려면 내가 민주당에서 박지원 대표하고 손잡고 정치하지 왜 통합진보당에 왔겠냐. 내가 그거 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니다, 정말 당을 좋게 만들어야 된다. 새누리당, 민주당 도돌이표처럼 왔다갔다 하는 데서 정치를 더 발전시켜야 된다. 그게 국민참여당 당원이 통합을 결의한 이유다. 그 점을 지속적으로 얘기해왔다. 나는 당 대표 나설 생각도 없었고. 거래설, 언론에서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나쁘게 보려면 거래하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건 아니었다.

 -이정희 전 대표의 선택은 어떻게 생각하나.

= 난 원통하다. 어떻게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나. 이정희 대표는 이 사태 이전의 이석기씨보다 100배나 중요한 사람이다. 정파의 지도자가 아니라, 진보정치, 한국정치의 큰 자산이었다. 국민 속에서 그렇게 성공한 정치인을 당 속에서 이렇게 망가뜨리는지 이해가 안된다. 뭐 어떤 빛나는 무엇이 있기에 이 소중한 정치인을 이렇게 만드나. 나는 원통, 원통하다. 정말 많은 걸 망가뜨렸다. 비례대표 두 자리가 그렇게 중요하나. 내가 안 하면 안되나. 다른 당원이 하면 안되나. 결국 정파 입장으로 이석기 지키려고 정치인 이정희를 버린 건데, 상식의 눈으로 그게 가능한 일이냐. 나는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분노를 느낀다. 본인의 노력, 진정성, 분투와 땀,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소망이 어우러져서 18대 국회가 배출한 가장 훌륭한, 촉망받는 기대주를 한 순간에 진흙탕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가. 다른 건 별로 분노하는 게 없는데, 옳지는 않지만 자기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해석이 되는데, 이정희 대표를 진보정치의 아이콘에서 정파 대변인으로 전락시킨 이 행위는 용서가 안된다.

 -이정희 전 대표도 그런 선택을 할 때 나름대로 판단을 했을텐데.

= 그건 모르죠. 이해가 안된다. 내가 이정희 대표라고 감정이입을 해보면, 나라면 그렇게 안했을 거다. 그 분들 사이에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것이 있겠거니 하는 거다. 나도 노무현 대통령이나 친노 인사들과 개별적인 인간관계, 국민참여당 당원들한테 가지는 애틋한 감정이 있다. 10년간 만날 욕먹는 정치만 하는 사람을 뒷받침해주고 후원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렇지만 그 분들은 그렇게 하라 해도 안했을 거다. 또한, 그 분들은 내가 이석기씨 위치라면 "대표님, 그만하세요. 뜻은 알겠지만. 그만하세요"라고 할 거라더라. 집단마다 다르긴 할 거다. 긴 시간 동안 맺어진 인간관계, 신뢰관계, 정서는 있겠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밖에서 볼 때 이해가 좀 돼야 되는데. 노사모도 그런 부분 있지만 민폐를 끼친 적은 없다.

 정권교체, 야권연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당권파가) TV 토론 나와서 얘기하는 거 보면 이해가 안된다. 우리가 국민들한테, 야권에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야권연대를 원상복구하려면 빨리 당을 혁신해서 더 이상 피해가 안 가도록 해야지, 그래야 말할 자격이라도 생기지. 지금 같아선 너무나 사방에 민폐가 심해서 어디 누구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냐. (민주당이) 야권연대 파기한다 해도 할 말 없다. 우리가 잘해서 그 분들이 야권연대 해야겠다 말하도록 하는 게 우리 일이지, 그런 토론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향후 통합진보당의 길 

- 이석기·김재연 의원 출당 문제가 해결 안되면 모든 게 막히는 상황인데.

= 난감하다. 저는 출당을 해야 된다고 본다. 무소속으로, 원래 자기 신념으로 활동하도록. 그건(무소속으로 활동하는 건) 어쩔 수없다.

-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단총회를 열어야 되는데, 다수가 당권파 쪽이이다. 제명이 안 될 수도 있다.

= 그건 잘 모르겠다. 의원단이 혁신비대위랑 상의해야 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에 맞게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겠나.

- 제명이 안되면, 개원 이후 의원이 많은 당권파 중심으로 돌아갈텐데.

= 그건 가정이고, 출당하고자 했던 취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두 사람이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모르겠다. 지금까지 해온 걸로 보면 없다고 봐야 할텐데. 그 분들도 굉장히 괴로울 거다.

- 6월말 새 지도부 뽑는 선거가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 가능하다. 당원 디비 정리하려면 열흘이면 된다. 규정상 유권자로 분류되는 당원들 몇 만명만 하면 된다.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 우선 실명 확인부터 하고, (정보가) 일치 안 되는 디비를 따로 떼낸다. 거기 전화번호도 있으니 티엠(TM, 텔레마케팅 업체)에 맡겨 전화 해보면 된다. 당원디비에 주민번호가 이렇게 돼있는데 맞냐고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면 고치면 된다. 주민번호 틀리면 뽑아내서 이메일을 보내든지,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댓글 남긴 것에 쪽지를 남기든지. 전화 연결 안되고, 주민번호 일치 안하고 이메일도 없다면 (당원명부에서) 삭제해야 한다. 설혹 당비를 냈다 해도 후원당원으로 돌리든지 해야지. 어차피 이 사람들은 투표 못한다. 돈이 조금 들지만 필수적으로 해야 되는 건데 통합 이후 계속 (당권파가) 거부해온 거다. 총선 전에도 거듭 수차례 얘기했다. 그런데도 안 받아들여지면 바꿀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비례대표 후보 선거에서 사고가 난 거고.

- 지금 상황에서 아직 희망이 있냐.

= 희망이야 항상 있죠. 일부 언론에 내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고 보도가 됐는데, 그건 아니다. 나는 항상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 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으로서 얘기했다. 물론 비당권파라고 일컬어지는 분들과도 대화했지만, 당의 지도자로서 다른 당의 지도자와 대화한다는 입장을 버린 적이 없다. 그런데 소위 당권파는 자기들하고 국민참여당이 편 먹었다고 받아들인 것 아닌가,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거 아니었다.

 통합 과정에서도 '달라져야 된다. 그 전제로 통합하는 거다.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전제로 통합하는 거다. 만약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린 힘도 없고, 열혈 이념 수호자도 아니고, 진보적 리버럴들이다. 귀하들이 다수파고 당의 중심인데, 혁신해서 더 좋은 정당으로 가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니 믿고 통합하는 거다. 그 약속이 안 지켜지면, 우린 또 분당해서 싸우는 건 없다'고 했다. 그럼 당원들은 어떻게 하냐길래, '그럼 집에 가지. 그러니까 이 사람들 잘 데리고 가세요. 노동세력은 시민세력과 결합해야 됩니다. 진보당이 되려면 노동을 기반으로 하되 깨어있는 시민이 결합해야 힘을 가진 진보당이 될 수 있으므로 깨어있는 시민들, 가장 결합이 잘 될 수 있는 사람이 진보 성향의 친노 유권자인 국민참여당이다. 이 분들을 잘 끌어안고 함께 합의해서 갈 수 있으면 당의 외연이 넓어질 거다. 그게 잘 안될 때는 정파 지어서 투쟁하거나, 분당하지 않는다. 그냥 당원들이 집에 갈 거다. 그럼 나도 집에 갈 거다' 그렇게 말한 거다.

 정파 투쟁해서 무릎 꿇리고 이럴 생각 전혀 없다. 오랫동안 진보정당 해온 분들이 해법 찾으면 거기 따라간다. 합의하면, 복수의 흐름이라면 당과 정치를 위해서, 우리의 규범적 직관, 도덕적 직관에 옳게 비치는 쪽으로 힘을 보탠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참여당계로서의 정파적인 의사결정은 과도기이므로 할 수밖에 없다. 옛 참여당 시도당위원장 등과 의견 교환해서 내가 하는 거다. 그렇게 하기로 양해가 됐고. 이것도 6월말 당대표 뽑을 때까지만 하는 거고, 그 뒤에 어떻게 할지는 논의 중이다. 이 당이 더 좋은 정당,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민주적이고, 국민들과 장벽없이 소통하고, 그러면서도 노동 기반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선차적으로 대변하는 그런 정당으로 갈 수 있도록 당내에서 어떻게 할 거냐 고민하고 있죠. 일단 6월 당대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당이 혁신되고, 더 혁신되는 지도부를 뽑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6월 당대회에서 당권파 쪽 인사가 또 나온다면.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그건 당의 자살이다.

- 통합진보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가 민주주의. 지금 터진 게 민주주의 문제다.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 제도정치 아래 있는 정당이라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이 속에 패권주의, 투명성, 회계 투명성, 조직 운영의 민주성, 합법성이 다 포함된다. 예컨대 청소년 당원과 관련해 이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자고 중앙당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했다. 그런데 법적으로 청소년은 당원이 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편법적으로 불법에 해당하는 당 운영 양태가 많다. 다 고쳐야 된다. 이거 못하면 진보당, 보수당 따지기 전에 이런 당은 존재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는 노동 기반 위에 서는 진보정당이 돼야 한다. '노동 중심성'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노동 쪽이 중심역할은 해야 하지만, 그게 (진보정당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문제다. 그래야 진보정당이 장기적으로 안정적 기반 위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고. 이 문제 때문에 참여당 출신들은 통합진보당의 중심 세력이 될 수 없다. 잘 안다. 꼭 민주노총 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포함해 광범위한 노동계의 인정을 받을 분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노선의 현대화다. 우경화가 아니다. 너무 낡았다. 이 낡은 것을 우리 실정에 맞도록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문제, 주한미군 문제는 물론 문화정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실정과 세계사적 조류에 맞도록 현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세가지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지도부를 6월말에 뽑아야 된다. 선거공고가 6월10일이니 열흘 밖에 시간이 없다. 저희는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당 대회까지는 옛 참여당 상임중앙위, 시도당 위원장, 당 주요 당직자로 구성된 의결 기관에서 정파적 의사결정을 할 거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진보정당을 해온 분들끼리 의견을 모아 주면 좋겠다. 우리는 호불호가 없다. 그 분들이 뜻을 잘 모아 주면, 우리는 그냥 힘 보태서 가겠다는 거다.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 어떡할 건가.

=그때 가서 또 판단해 봐야할 거다.

 -박원석 '새로나기 특위'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 있냐고 하던데, 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겠다는 건가.

 =민주노총과 당의 관계가 있었고, 그걸 재정립해야 되느냐는 문제를 놓고 작년에 통합 국면에서 상당히 오래 논의를 했으므로 그 분들이(민주노총이) 결정하면 따르는 게 맞다. 나는 아는 것도 없다.

 -노선 현대화와 관련해, 지금 종북 문제를 터놓고 토론하는 게 맞다고 보나.

 =종북 문제가 아니다. 애국가 문제, 국민의례도 마찬가지다. 개인에게는 사상과 표현, 양심의 자유가 다 있다. 다양성은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과 정당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본다. 그런데 사람들이 뒤섞어서 생각한다. 대북관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 위에서 기능하는 하나의 공당이 어떤 태도를 취할 건지는 별개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입장과 접근법을 정리해야 한다. 통합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논의가 안됐다. 우리가 얘기했던 건, 종북주의 논란은 통합진보당의 한반도 평화정책을 새롭게 정립하는 가운데 해소돼야 할 문제라고 했고, (민주노동당 쪽도) 공감을 했다. 그게 아직 이뤄지지 않은 거다. 당은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고, 국민들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한반도 평화정책을 내놔야 한다. 거기에 대북정책이 포함되고, 거기서 지양·극복될 문제다.

 북핵, 3대 세습에 입장이 없으면 안되지 않나. 어떻게 입장이 없을 수가 있나.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합의하고 서명한 모든 문서를 되살려내고, 그 기반 위에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게 내가 제안했던 거다. 7·4 남북공동선언, 6·15 합의 등 남북 양국이 서로의 실체 인정하는 조건에서 합의하고 서명한 문서들 많다. 거기 보면 핵 하면 안되게 돼있다. 그런데 아직 토론이 별로 안돼 있다. 박원석 위원장이 그런 걸 좀 해주길 바란다.

 -3대 세습도 그 문서들에 근거해 입장 낼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그건 규범적으로 따지기 전에 말이 되나. 북한 국민 몇천만명 중에 지도자를 못 뽑아서 세습을 한다? 한심한 일이다. 왕조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다. 북한 체제 자체가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체제이고, 그건 다툴 여지가 없다. 경제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고, 국제적으로 고립된 가운데 생존할 수 없는 체제다. 다만, 정당으로서 이 문제를 다룰 때는 저기는 파트너다. 저 체제의 권력자와 대화, 협상하고 장차 통일해야 한다. 거기에 기반해 입장을 내는 거지, 무슨 특별한 철학이 필요하나. 당의 주요 종사자들의 전략을 매개로, 당 전체에 색깔을 씌우는 건 (보수 쪽이) 노상 해오던 일이고. 이걸 지혜롭게 넘어가야지, 죽기살기로 싸우는 건 미련한 짓이다.

- 당권파랑 생활하면서 종북이라고 느낀 적 있나?

= 없다. 제가 느낀 건 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과거에 얽매여있다는 거다. 저걸 뭘 저렇게 끌어안고 가나, 털어버리지. 보면서 답답한 거지. 일을 하는데 그 문제 때문에 부딪힌 건 없다. 하나도 좋을 게 없고 본인들도 (종북이) 아니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일하는 데 문제된 적도 없고 그런데 당이 욕은 엄청 먹고. 그걸 탁 털어버리면 되는 걸 당 차원에서 못 털어버린 거다. 왜 저러나. 이른바 자주파, 이런 걸로 사람들 모아 왔고 결속이 되기 때문에 내집단의 단결 때문인가, 모든 지도자는 내부를 결집시키고, 바깥하고 교량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밖과 교량 설치가 안되니까 그 자체가 문제다. 우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을 주려고 이 당을 만든 건데,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이 되고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극복해야 하는데, 왜 안되냐 물었더니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모아 왔기 때문에 내집단의 결속 떨어지는 것 우려한다더라.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그렇게 어렵나.

 남의 머리 속에 자꾸 들어가려고 하면 안된다. <100분 토론>에서 이상규 의원이 오해받기 딱 좋은 식으로 대응을 한 건데, 그 분들 머리 속에 뭐가 있는지, 그것까지 들여다본 건 아니니 나도 모른다. 난 같이 당을 하면서 의도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나타나는 언행이 당과 정치,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봐서, 의도에 상관 없이 나쁜 영향을 준다면 비판하고, 올바른 영향을 준다면 칭찬하고. 실제 그 사람의 의도를 알 수도 없고. 민주 사회에서 상대방의 머리에 궁극적으로 뭐가 들어있는지, 의도가 뭔지 의심하면 민주주의가 안된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비판할 건 하고 싸울 건 싸우면 된다. 그런데 좀 답답한 건 사실이다.

-여전히 진성당원제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 네.

 -이번 경선 부정이 진성당원제의 역효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 그건 진성당원제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다. 당원을 투표하는 기계로 이해한 거다. 진성당원제의 기치 아래 모두 모여야 된다는 게 아니라, 당원 한사람 한사람이 주체적인 개인일 때 가능한 게 진성당원제다. 대신 투표해주는 게 무슨 진성당원제냐. 당원명부 하나 관리 못하고, 당원과 당이 연락조차 못하면서. 진짜 당원들은 자기 직장, 동네, 동창회에서 새누리당 지지자, 민주당 지지자, 무당파 등과 다 부딪힌다. 이 사람들이 제일 건강하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는 못된 정파적인 제도였고, 진성당원제의 모범은 아니었다고 본다. 오더 때려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1만2천표 얻게 하는 게 무슨 진성당원제냐.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이번에 감정적으로도 너무 격앙돼서, 같이 당을 할 수 있겠나는 시각도 있다.

= 감정도 물론 상하지만, 관계 없다고 본다. 민주주의가 문제다. 회의 방해하고 두들겨패는 건 안된다. 제가 놀란 건 그 일이 벌어졌는데 사과하는 사람이 하나 없더라. 얻어맞은 우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국민 여러분게 사죄드립니다' 하는데. 우리한테 안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한테 사과를 해야 될 거 아니냐. 이런 거 빼면 다 된다.

 - 이번 사태를 수습하면 야권연대가 가능한가?

= 수습은 안된다. 봉합하고 수습하는 차원으로 가면 당 전체가 다 버림받을 거다. 국민이 책임을 묻는 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묻는 거다.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도 왜 국회의원 데리고 가냐, 이건 현상적인 거고. 우리가 존재할 자격을 묻는 거다. 그걸 입증해보이지 않으면 사라져야지. 국민들이 사라지게 만들 거다. 수습, 화합, 이걸로는 안된다. 누굴 쳐내고 배제하고가 아니다. 이석기, 김재연이 미워서 쳐내자가 아니다. 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경쟁 부문 모두 사퇴하자는 거다. 그런데 이걸 거부하고 있다. 이 판국에 수습해서 우리가 어딜 가겠냐. 사람을 쳐내고 배제하는 게 아니라 당의 조직 운영, 이념, 문화를 혁신해야 된다. 근본적인 혁신을 함으로써만 국민들에게 존재의 이유 인정받을 수 있다. 그 다음에 야권연대도 얘기할 수 있는 거다. 성인은 못되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지.

 난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하다. 수많은 투표소에서 엉터리 투표를 하고 있는 당원들을 생각해봐라. 온라인에서 카톡으로, 문자로 인증번호 불러라 하는 거 생각해봐라. 내가 알기로는 지방에서는 선출 공직자도 (그렇게 한 사람이) 있다. 당에서 그 끔찍한 일들을 하게 만들었다. 그 생각만 하면 소름이 쫙쫙 끼친다. 어떤 이념, 어떤 사람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어떤 요인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감수성의 차이일진 모르겠지만, 끔찍하다. 다른 당이 그렇게 했다면 우리는 당 해산하라고 청구할지도 모른다. 이 끔찍함을 왜 공유하지 못할까.

 당원비대위 보면,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자기들 캠프에서 한걸음만 떨어져서 봐라. 국회의원씩이나 된 분들이 대의에 헌신하겠다는 열정으로 충만하지만 균형감각은 없다. 자기가 하는 일을 대상화시키고 객관화해보는 균형감각이 전혀 없다. 책임감도 없다. 막스베버가 말한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의 세 가지 조건인데, 열정은 과잉이고, 균형감각은 제로고, 책임감 거의 희박하다. 오병윤·김미희 의원, 전부 야권연대로 만든 의원들이다. 이 분들은 통합진보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까지 봐야 된다. 통합진보당 안에서도 야권전체를 가장 폭넓게 봐야 되는 분들인데 정파만 보고 있다. 공직자로서 너무나 준비가 안돼있다.

 김재연 의원이 나랑 선거운동하고, TV토론 준비할 때 물어봤다. 국회의원 되면 뭘 제일 하고 싶냐고. 그랬더니 당원들을 지키고 싶다더라. 너무 놀랐다. 뭐라고 얘기해야 될지 대책이 안서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공직자가 될 아무런 준비가 안돼 있다. 그건 이석기씨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 분들 만날 때마다 공직,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누차 얘기했다. 이게 현재의 통합진보당 모습이다. 솔직히 다 인정하고,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더 나아지려 하고, 옳다 생각하는 걸 외치는 걸 넘어서서 단 한 사람의 국민에게도 실제로 의미있는 기여를 하고 싶은 거다. 그 과정에서 이런 게 터졌다. 수습, 화합, 절충으로 된다고 생각하냐. 안된다. 모두가 다 변화해야 된다.

 -통합을 후회한 적 없나.

= 후회한 없은 없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참여당 출신은 탈당 아무도 안한다. 아직도 우리의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판가름 안났다고 보는 거다. 최종적으로는 혁신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참여계의 특징은 단순한 원칙을 갖고 정치한다는 점이다. 직관이다. 옳으면 옳은 거고, 그래야 협상도 하고 타협하는 거지. 편법까지는 괜찮다. 생선가게에 비린내나는 것까지는 양해해야 된다. 하지만 썩은 냄새가 나는 건 안된다. 썩은 생선을 팔 수는 없지 않나. 후회는 없다. 후회하면 뭐하나. 다 지난 일인데. 잘 했다고 생각한다. 13석이면 기회를 받은 거고. 우리 내부 문제 때문에 그렇지만 국민들은 후하게 인정해준 것이다.

 당 회의나 모두 발언 중에 종종 내가 그런 말을 했는데, 우리 당원들, 우리 당이 하는 모든 것들을 국민들이 속속들이 보게 될 때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하도 이상한 걸 많이 봤으니. 근데 안 받아들였다. 사고가 날 게 뻔한데 왜 안고치고 (경선을) 했을까. 이걸 정파적 공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국민참여당 후보들이 불리하니까 저러는 거라고. 왜 상식적인 제안을 안 받아들였는지….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더 다수가 되지 않았겠나. 소위 당권파가 패권주의를 버리고 대도로 나와서 하는구나 하면 이정희 대표가 진짜 지도자가 됐지.

 민노당의 비당권파라 해서 (부정경선에서) 자유로운 게 아니다. 단지 힘이 적었을 뿐이지. 이의엽 정책위의장 말대로 관행으로 다 한 거지. 그 판국에 소수파의 전략은 다수가 저러므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가능하잖아. 근데 다수세력이 그러는 건 안된다. 이정희 대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총선, 대선에서도 할 수 있었는데, 진짜 이 점만큼은 화가 난다. 분통이 터지고. 너무너무 화가 난다. 어떻게 해줄 수가 없었다. 그것 때문에 (경선 부정을) 덮을 수도 없었고. 만약 보고서를 적당히 덮었다가 <한겨레>가 보도한 인증번호 문자 사건이나 쌍용자동차 공개투표 사건 이런 거 터져봐라. 당이 뭐가 되나. 그나마 보고서에서 나온 거니까 '이미 나온 거다' 이렇게 된 거다. 그 분들이 "우리 당에서 이런 일 벌어지게 한 것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고 말하는 걸 꼭 듣고 싶다.

 -회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 상식적으로, 이석기씨는 민노당과 오랫동안 사업해온 업체 사장이다. 그것도 대부분 수의계약이었다. 내부자의 시각으로는 동지적 관계일 수 있지만, 밖에서 보면 당과 오랫동안 수십억원대 일해온 사람이 비례대표로 온 거다. 이게 제3자의 시각에서 이해가 되나. 저는 회계 부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국고보조금 쓴 게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았다는 게 과거 보고서에도 있었다. 그건 다음 지도부가 밝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민망한 일이다. 이석기씨가 <백분토론> 하자고 나한테 도전장도 내고…. 내가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중앙위 다음날 한번 말고는 인터뷰 안했다. 그것도 당대표 사임 인사 겸 중앙위 관련해 전화연결을 한 건데, 나는 중앙위가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폭력사태 터졌다. 그 이후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본대로 말씀드렸다.

 지금 통합진보당 주요 종사자들이 느껴야 할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논리와 사실로 다투기 이전에 이 정도 사안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런데 잘못이 드러나면 제일 먼저 느껴야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부끄러움이다. 그게 있어야 자기를 고칠 수가 있다. 의도했든 아니든, 부끄러움을 못 느끼고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바른 정치를 할 수가 없다. 수오지심. 이 점은 통합진보당 당원들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다. 모두가 이런 마음이라면 해법은 쉽게 찾아질 거다. 그리고 많은 당원들이 부끄러움 느끼고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비례대표에서 손해봤다가 아니라 사회적 공분을 느끼고 있다. 당의 주요 종사자는 분노를 느낄 자격은 없다. 우리는 오직 부끄러움을 느낄 의무만 있다. 계속해서 사실관계를 다투고, 사실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리적으로 다투는 건 부끄러움을 모르는 모습이다. 진보정치와 국가의 발전,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이 당에 와 있는 평당원들은 국민 앞에 부끄러워서 못나서고 잇다. 주변에 통합진보당 직장동료나 이웃을 아시면 위로를 해주면 좋겠다. 다들 매우 난감해하고 있다. 저희가 뜻을 잘 모아서 해나가겠다.

글 석진환 조혜정 기자 soulfat@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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