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태리 명품가방 대량으로 산 이유는?
[포춘코리아]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나바디자인과 손을 잡았다. 올해 초 전세계에서 동시 출시한 프리미엄급 노트북 '뉴 시리즈9'을 나바가 디자인한 가방에 넣어 판매를 시작한 것. 뉴 시리즈 9은 소니의 '바이오' 등이 주도하던 고가 노트북 시장의 탈환을 목표로 내놓은 제품으로, 삼성전자가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야심작이다. 포춘코리아가 업무 협의 차 한국을 방문한 나바 디자인의 마르코 나바 사장을 만나 이 회사의 디자인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바디자인은 협업을 잘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컬렉션을 나바 브랜드로 잇달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에서 가장 창조적인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나오토 후카사와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방 컬렉션을 나바를 통해 선보였다. 후카사와는 일본 KDDI가 내놓은 스마트폰 '인포바'의 UX(User experience)를 디자인한 일본 산업 디자인계의 거물이다.
1922년 밀라노에서 인쇄공장으로 시작해 가방과 문구류, 패션 소품 등으로 제품 라인을 확대해 온 나바디자인은 유럽 브랜드가 대부분 가족경영을 포기한 것과는 달리 3대째 창업자 가문이 직접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3월 29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의 한 사무실에서 나바디자인의 오너 3세인 마르코 나바 사장과 루카 페나티 부사장을 만나 삼성전자에 노트북 가방을 공급하게 된 계기와 가족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어떤 계기로 삼성전자에 노트북 가방을 공급하게 됐나?
2년 전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이 우리 쪽에 먼저 제안을 해왔다. 그 이후 삼성전자 본사 마케팅 팀과 얘기를 더 진행시켜 올 1월부터 정식으로 가방을 공급하고 있다. 뉴 시리즈 9 노트북에만 들어가는 가방이다.
공급물량은 얼마나 되나?
삼성과 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급물량이나 액수 등을 밝히기 곤란하다. 앞으로도 삼성전자와 계속 협력 관계를 맺고자 한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다른 한국기업에 나바 제품을 공급할 생각은 없나?
한국에선 삼성전자 외의 다른 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 지금은 삼성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일본의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 나오토 후카사와 컬렉션이 나바를 통해 출시됐는데.
일본에는 1980년대에 진출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에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 '인포바'을 위한 휴대폰 케이스를 여러 종류 출시했다. 그 인연으로 '인포바'를 디자인한 나오토 후카사와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을 내건 가방 컬렉션은 지금도 잘 팔리는 상품들이다. 나오토 후카사와가 일한 지는 5년 가량이 됐다.
나바디자인이 일본에선 유명하지만 아직 한국에선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떻게 한국 시장을 공략할 생각인가?
한국 시장은 무척 수준이 높다. 일본도 시장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우리 제품들이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한국도 일본처럼 높은 수준의 디자인이 통하는 시장이라 보고 있다. 나바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 시장은 유행이 빠르다. 소비자들도 디자인을 중시한다. 나바의 경쟁력은 바로 좋은 디자인과 다양한 컬렉션이다. 나바 제품이 한국에 소개된 지난 1년 동안 좋은 성과를 이뤘다. 우린 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린 한국 시장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부 디자이너가 하나의 컬렉션 전체를 디자인하는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협업은 우리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나바는 심플하고 기능성을 중시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기업의 디자인 철학이 우리의 컨셉트와 맞아야 협업이 이뤄질 수 있다. 후카사와도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협업을 결정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제 곧 이탈리아에서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받은 '랜도'의 컬렉션을 출시한다.
협업을 하고 싶은 한국 디자이너가 있나?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한국 디자이너 두 명을 추천 받았다.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1~2년 내에 한국 디자이너와 함께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
나바와 협업하고 있는 외부 디자이너는 몇 명 정도 있나?
10명이다. 나바 내부 디자이너도 5명 정도가 된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컬렉션 하나 이상을 만들기 때문에 적은 숫자가 아니다.
나바의 브랜드 컨셉트는 무엇인가?
우리는 기능성을 겸비한 현대적 디자인을 추구한다. 세계인들의 라이프사이클에 어울리는 브랜드라 자부하고 있다. 서류 가방 하나를 만들어도 손으로 들고 다니거나 어깨에 맬 수 있도록 기능성을 다양화한다.
이탈리아 브랜드는 모두 명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나바디자인을 명품으로 구분해도 되나?
우리는 무척 정교하고 좋은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만,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와는 차별화된다. 가격대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기존 브랜드와는 다른 점이다. 명품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탈리아 내에서 나바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어떻게 이뤄지나?
나바의 제품 자체가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기존에는 30~40대를 겨냥했지만, 이제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를 타깃층으로 잡고 있다. 나바 제품은 구매 사이클이 빠르다. 재구매율이 높은 이유는 기능을 중시한 다양한 제품 군을 많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 나바 사장은 오너 3세다. 창업자는 어떤 사람이었다고 기억하나?
할아버지가 1922년에 나바를 시작했다.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인쇄업에서 시작해 영역을 확장해왔다고 들었다. 지금은 두 개 사업부문이 있다. 인쇄 부문과 디자인 부문이다. 디자인 부문은에는 문구류와 가방 등 패션 제품들이 있다.
인쇄 사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인쇄 부문은 고급 시장에 특화돼 있다.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가 주문하는 고가의 특별한 카탈로그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도 우리 쪽에서 카탈로그를 만들었던 것으로 안다.
한국 제품을 써 본 적이 있나?
삼성은 이탈리아에서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TV와 휴대전화, PC를 사용하고 있다. 다른 한국 브랜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나는 LG전자 TV를 쓰고 있다. 15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에서 삼성은 메이저 브랜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가 최고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인상적인 삼성 옥외광고판을 본 적이 있다. 삼성 로고 아래 "Thank you"라고 쓰여 있었다. 그만큼 이탈리아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유럽 브랜드 가운데 창업자 가문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나바가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나바의 자금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회사 수익을 사업에 재투자한다. 만약 이런 재투자가 끊긴다면 가족경영도 지속될 수 없다고 본다.
한국에는 여전히 가족경영을 하는 대기업들이 많다. 삼성과 LG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 대기업은 여러 가지 사업에 함께 하고 있다. 나바도 다른 사업에 손을 댈 생각인가?
나는 사업가다. 좋은 사업 기회가 온다면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다.
삼성이나 LG처럼 다방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가족경영 기업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나?
한국과 유럽 상황은 다르다. 만약 내가 시장이 여전히 커나가고 있는 한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좋은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아니다. 유럽에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려면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떠오르는 신흥시장이냐 성장이 정체된 시장이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이었나?
한국 사람들은 무척 빠르다. 일 처리도 움직임도 신속하다.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이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 무척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연 기자 jayhan@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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