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은 일제 때 '쾌걸 조로'

채민기 기자 2012. 5. 1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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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각시탈' 원작 허영만 - 1974년 발표 출세작, 3~4년만 연재.. 시나리오 볼 때마다 시집간 딸 느낌

"우리 아버지가 일정시대(일제강점기) 때 순사를 하셨어요. 근무지 주민들이 송덕비를 세우려고 했었다는 걸 보면 흔히 말하는 '악독한 순사'와는 달랐던 모양이지만, '각시탈'에서는 아버지가 적(敵)인 셈이죠.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고 그렸어요. 그때를 다룬 만화에서 어차피 일본은 부정적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니까…."

만화가 허영만 (65)은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각시탈'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각시탈은 허영만이 1974년 데뷔 직후 발표한 초기작이다. 무술 고수 '이강토'가 각시탈을 쓰고 일본 순사와 군인들을 혼내준다는 내용이다. 주원·진세연 주연의 동명(同名) 드라마로 제작돼 30일부터 KBS 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15일 서울 자곡동 화실에서 만난 허영만은 "'쾌걸 조로' 같은 영웅 이야기 모티브를 일제강점기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했다.

허영만은 각시탈이 만화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출세작'이라고 했다. "주인공 이강토는 만화가가 자기 이름이 아닌 캐릭터로 기억되던 시절에 이상무의 독고탁, 이현세 의 까치처럼 허영만을 대신하던 인물이었죠." 하지만 "3∼4년 정도 연재하다 중단해야 했다"고 한다.

"어느 날 도서잡지윤리위원회에서 부르더니 각시탈을 그만 그리라는 거예요. 각시탈이 워낙 히트해 '색시탈' '무쇠탈' 같은 '짝퉁' 만화가 자꾸 나온다는 게 이유였어요. 출판 허가를 안 내주니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이후 각시탈은 절판돼 사라졌다가 지난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복간(復刊)했다.

허영만은 자신의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극본을 볼 때 "시집간 딸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시집간 딸에게 '남편 밥상에 이것 놔라, 저것 놔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원작자라도 드라마 내용에 대해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것. 그러면서 "이강토는 일제에 저항하는 영웅이지만 평소엔 약간 어리숙한 인물이다. 이렇게 상반된 면모를 주연 배우가 잘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15일 서울 자곡동 화실에서 만화가 허영만이 자신의 작품'각시탈'책장 너머로 시선을 들었다. 그는"일제강점기를 만화로 다뤄보고 싶어 시작한 작품이 각시탈"이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화실 주방에는 '비트' '타짜' '식객' 등 그의 만화를 영상화해 크게 히트한 작품들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허영만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 15편은 될 것"이라며 "'식객'의 음식이 누구에게나 친숙한 소재인 것처럼, 우리 생활이나 역사와 밀접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다 보니 그런 모양"이라고 했다.

허영만은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때 남녀의 '러브라인'이 빠지지 않는 데 대해 "여주인공이 양념처럼 꼭 나와야 하는지 약간 의문"이라고도 했다. 각시탈도 원작에는 러브라인이 없지만 드라마에는 들어갔다. "내 만화에는 여주인공이 잘 안 나와요. 그런데도 (제작자들이) 시청률 때문에 (애정관계 없이 스토리를 전개하는) 모험을 잘 안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허영만은 "데뷔 50년(2024년)까지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노인 독자를 위한 실버 만화도 해보고 싶고, 동의보감도 다뤄보고 싶어요. '식객'에서 다 못 한 음식 얘기도 더 해보고 싶고…. 그러다 보면 금방 50년 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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