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집에 다른 사람의 뼈가?

정락인 기자 입력 2012. 5. 13. 12:50 수정 2012. 5. 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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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여성 토막 살해 사건의 범인 오원춘(오른쪽)의 집 소각로에서 의문의 뼛조각(원 안)이 발견되었다. ⓒ 뉴시스·시사저널 박은숙

경기도 수원에서 20대 여성 토막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범인 오원춘(42, 중국 이름 우위엔춘)의 행적과 범행 수법 등으로 볼 때 여죄 가능성이 충분했으나 끝내 밝히지는 못했다. 검찰은 지난 4월26일 오씨를 살인과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사실상 수사가 일단락된 셈이다. 오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검찰은 '왜곡된 성생활을 즐기다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정말 오원춘의 여죄는 없는 것일까.

< 시사저널 > 은 제1174호(2012년 4월17일자)에서 오원춘의 국내 행적을 추적하면서, 오씨의 집에서 발견한 뼛조각 사진도 공개했다. 경찰의 현장 검증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두 개의 뼛조각을 취재진이 찾아낸 것이다. 오씨의 집에는 물건을 태우는 소각로가 있었다. 건물 1층 외벽 하단에 직경 약 50cm의 녹슨 철제문이 있었고, 배관이 굴뚝 형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곳을 열어보니 두 개의 뼛조각이 한눈에 들어왔다. 육안으로는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런데 기사가 보도된 후인 4월23일 정형외과 전문의인 정 아무개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씨는 "지금까지 절단 수술만 100회 이상 시행해본 경험으로 보면 사람의 조직을 쉽게 절단할 수 없고, 칼을 갈아가면서 절단한 점, 뼈에서 살점만 발라낸 점 등을 보면 단순히 은폐하거나 유기하기 위한 범행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 시사저널 > 에 실린 뼛조각을 살펴보니 정형외과의 소견으로 보면 사람의 경추(목뼈)나 흉추(등뼈) 같다. 원본 사진이 있거나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있으면 사람의 뼈인지 동물의 뼈인지, 또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① 수원 살인 사건의 현장인 오원춘의 집. ② 건물 1층 하단에 설치된 소각로(쓰레기 배출구). ③ 소각로 철제 문을 반쯤 연 상태.④ 소각로 내부에 뼛조각(원 안)이 보인다. ⑤ 소각로에 남아 있던 뼛조각. ⑥ 뼛조각 확대 모습.ⓒ 시사저널 전영기

"모양으로 보아도 동물 뼈는 아니다"

기자는 취재 당시 촬영한 해상도가 높은 사진 여러 장을 정씨에게 메일로 전송했다. 그랬더니 "사진상으로 볼 때 큰 뼈는 사람의 경추 7번 또는 흉추 1~2번과 비슷하다. 원근법 등을 적용해서 계산해보니 얼추 맞다. 작은 사진은 요추(허리뼈)로 추정된다. 큰 뼈는 모양으로 보아도 동물 뼈는 아닌 것 같다. 요추로 추정되는 사진은 사람 것보다 작은 것 같은데 정확한 크기를 알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지난 4월30일 오후에 수원의 사건 현장을 다시 찾았다. 오씨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훼손한 집 안은 여전히 봉인되어 있고,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집 밖은 이전에 찾았을 때보다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소각로를 찾아 철제문을 열었더니 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지난번에 찾았을 때는 소각로 바닥에 뼛조각과 흰 재, 비닐봉지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소각로 안에는 뼛조각 하나가 남아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취재진도 한동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소각로의 공간이 넓지 않아서 실수로 뼛조각을 수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기자는 소각로에서 뼈를 수거한 후 근접 촬영해서 정형외과 전문의인 정씨에게 다시 보냈다. 정씨는 "사람의 뼈로 보기에는 크기가 작은 것 같다"라는 소견을 밝혔다. 그는 "왜 큰 뼈는 수거하고 작은 뼈는 놓고 갔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큰 뼈의 경우 다른 전문가들에게 사진을 보냈는데, 공통적으로 사람의 뼈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직후 경찰은 현장 감식과 현장 검증을 실시했었다. 오원춘이 검찰에 송치된 후인 4월12일에는 검찰에서 현장 점검을 나갔다.

경찰이 수거해 갔다는데 한 조각은 남아 있어

오원춘의 집에서 발견된 뼈의 정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기자는 소각로에 남겨진 뼈와 4월10일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보았다. 그랬더니 두 개의 뼛조각 중 작은 뼈와 아주 비슷했다.

당시 소각로 안에는 다른 뼛조각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은 현장 훼손을 우려해 소각로 안에 있는 뼛조각을 촬영하는 데 그쳤다.

기자는 뼛조각에 대한 의문을 하나하나 풀어보기로 했다. 우선 검찰에 뼛조각에 대해 아는지를 물어보았다. 안상돈 수원지검 2차장 검사는 " < 시사저널 > 보도 직후 우리 수사팀에서 그 내용을 보았다. 그래서 사건을 맡고 있던 수원중부서 강력7팀장에게 현장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 후 경찰에서 '뼈를 수거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다'라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경찰청은 답변 자료를 통해 "오원춘의 집 건물 외벽에 설치된 것은 소각장이 아니라 쓰레기 배출구이다. 4월20일에 쓰레기 배출구 등 주변에 있던 뼛조각 11점을 수거해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당시 배출구 내부까지 수색해 뼛조각을 모두 수거했다. '양념통닭 후라이드치킨'이라고 쓰인 흰 비닐봉지가 있었고, 뼈는 닭 뼈로 추정된다. 부실 수사 또는 실수는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측 답변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4월30일 < 시사저널 > 취재진이 현장을 다시 찾았을 때 소각로 입구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안에 뼈가 놓여 있었다. 개나 고양이가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없고, 배출구의 통로로 들어가기도 힘든 곳이다. 경찰이 뼈를 수거해가지 않았거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뼈를 가져다 놓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양념치킨 봉지가 있다고 해서 닭 뼈로 추정하는 것도 섣부르다. 취재진이 발견한 뼈의 모양과 크기로 비교해 볼 때 조류의 뼈보다는 포유동물의 뼈에 가까웠다.

아직은 오원춘의 집에서 나온 뼛조각을 사람의 뼈나 동물의 뼈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나오면 정확하게 밝혀질 것이다.

정락인 기자 / freedom@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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