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북 전쟁 150주년 기념..흑인 노예 영웅 로버트 스몰스 재조명
【 찰스턴=로이터/뉴시스】차의영 기자= 모든 전쟁사는 군대를 이끌고 '작전'을 수행한 장군들의 역사로 기록된다. 하지만 노예 해방 150주년을 기념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는 흑인 노예로 기선을 몰고 찰스턴항을 탈출, 나중에 하원의원까지 되었던 흑인 영웅 로버트 스몰스 재조명 행사가 한창이다.
북군 섬터 요새에 대한 포격으로 남북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찰스턴에서는 12일 찰스턴 박물관 주최로 그를 기리는 특별전 기념행사가 열렸다. 여기엔 3살부터 94세까지의 로버트 스몰스의 후손들이 속속 모여들어 150년전 그가 몰고 자유를 향해 탈출했던 '플랜터'호의 항로와 당시 유적들을 포함한 기획전의 개막을 지켜보았다.
이 기획전은 2017년까지 미국 전역과 동부 해안지역의 각 10여개 도시를 순회 전시한다.
"저의 할머니가 로버트 스몰스의 당시 2세였던 따님으로 그 플랜터호에 타고 계셨어요. 우리 집안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 탈출 스토리를 많이 들으며 자랐지요"라고 플로리다에서 온 4대 손녀 심리학자 헬렌 무어는 말했다.
로버트 스몰스는 1839년 사우스 캐롤라이나 뷰포트 출생으로 지금은 이곳 학교, 군부대, 도로 여러 곳에 그의 이름이 명명되어 있다. 노예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12세때 주인이 '노예고용제도'에 참가하는 바람에 고향에서 해안선 북쪽 100㎞ 떨어진 찰스턴 항으로 보내졌다.
갑판원으로 훈련을 받으며 몇푼의 임금을 벌고 있던 그는 남북전쟁이 발발한 1861년 면화운반용 증기선 플랜터호에 채용된다. 그리고 다음해 5월 12일, 선장과 승무원이 모두 하선한 기회를 틈타 스몰스는 선장의 모자로 얼굴을 감춘채 기선을 몰고 찰스턴항을 탈출, 고향으로 가서 자기 가족들과 다른 흑인 노예 가족들을 태운 채 봉쇄망을 뚫고 북군에 귀순한다.
남부 동맹의 깃발 대신 하얀 이불 깃을 항복의 표시로 달고 나타난 증기선 플랜터호는 남북전쟁 뿐 아니라 흑인사회에 있어서도 자유의 상징이다. 탈출한 스몰스는 필라델피아로 가서 가정교사를 채용, 글을 배우고 공부를 해서 북군 해군에 지원 입대했고, 종전까지 17회의 해상전투에 투입됐다. 나중에는 북군의 강철군함 선장을 맡아 '플랜터호의 선장'이란 호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 집안의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인 로버트 스몰스가 배를 몰고 탈출하던 당시 잡혔다면 일가족은 물론 승선한 모든 흑인 노예 가족들이 처형당했을 것이다. 그 분은 자유냐 죽음이냐 하는 도박에 목을 걸고 행동에 나섰다"고 식품회사 회장인 후손 마이클 무어는 박물관에 모인 관중들을 향해 연설했다.
"역사란 사실과 사건의 구성일 뿐 아니라 문화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로버트 스몰스 전설의 가치는 단순한 무용담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비율의 희소성을 뚫고 그가 성취한 업적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무어는 강조했다.
스몰스는 북군에 가담한 뒤 에이브람 링컨 대통령을 설득해서 아프리카 아메리카인들을 북군에 전투병으로 받아들이게 한 장본인이다. 종전 후 옛 노예 주인의 집을 사들이고 주 입법위원과 극소수 흑인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다섯번이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출신 하원의원으로 선출되었고 1900년 고향 뷰포트 인근 패리스 섬에 해병대 기지를 유치하기도 했다.
미 하원으로부터 플랜터호의 나포 탈출 대가로 5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던 그는 1915년 7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대서양간 노예 무역의 최대 수입항으로 흑인 노예 매매의 중심지였던 찰스턴에서는 올해 남북전쟁 15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마련 중이다. 또한 아프리칸 아메리컨 국제 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해 기금 모금도 시작한다.
로버트 스몰스 재조명전은 그 기념행사의 첫 출발점이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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